[사설] 장차관의 습관적 국회 불출석, 입법부 무시다
윤석열 정부 장차관의 국회 상임위원회 불출석이 문재인 정부 때보다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경향신문의 국회 사무처 자료 분석 결과 현 정부 1년4개월간 부처 장차관급 인사의 불출석 사례는 29번으로, 한 달에 두 번꼴이었다. 현 정부 출범 전인 문재인 정부 마지막 16개월의 3건과 비교하면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진 셈이다. 현 정부가 국민 대의기관이자 입법부인 국회를 얼마나 무시하고 있는지 드러낸다.
지난 25일 국회에서는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상임위 출석을 피해 국회에서 숨바꼭질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잼버리 부실·파행 책임을 규명하려던 국회 여성가족위에서는 여당이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의 증인 출석에 대한 미합의를 이유로 회의에 불참했다. 문제는 국회까지 온 김 장관이 야당의 출석 요구에 숨어버린 점이다. 당시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회의장 밖에서 대기 중이었다고 한다. 새만금 잼버리 파행의 책임이 큰 주무장관이 국회에서 숨어버리는 소동을 벌인 것이다.
이런 일은 지난 17일 국회 행안위에서도 일어났다. 여당은 합의 의사일정에 없던 김관영 도지사의 증인 출석을 갑자기 요구하다 퇴장해버렸고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덩달아 불참했다. 이로써 잼버리 폐막 후 첫 국회 논의, 오송 참사 질의와 책임 추궁도 다시 미뤄졌다. 그날 논란 빚던 전북도지사를 부른 8일 뒤의 ‘잼버리 여가위’는 또 다른 이유로 파행했다.
윤석열 정부의 국회 대응에 여야의 의사일정 미합의 후 여당은 상임위에 불참하고, 장차관도 불출석하는 공식이 반복되고 있다. 국정에 문제와 의구심이 있다면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파헤치고 입법·예산 등의 보완책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부처는 여당 핑계 대고 여당은 장관 출석을 말리며, 상임위 자체를 습관적으로 파행시키는 국회 홀대가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내각의 입법부 무시 행태는 쌓이고 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처럼 국회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 없이 장관급 인사 16명의 임명을 강행했다. 국회에서 통과한 양곡관리법·간호법에는 거부권을 행사했고, 이상민 장관 해임결의안도 거부했다. 지금껏 원내 1당인 야당 대표와 회동하지 않은 것은 역대 처음이고, 시행령만 고쳐 법을 우회·무시하는 행정도 되풀이하고 있다.
입법부는 국민이 선거를 통해 권한을 위임한 대의기관이다.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현안을 보고하고, 해당 상임위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헌법적 의무를 갖고 있다. 입법·예산을 심의하고 국정을 견제하는 국회 권한을 무시하고, 삼권분립의 토대를 흔드는 행정부의 독단과 독주는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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