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전문성 없이 민간에 군림"···주거복지 업무 이관 등 조직 슬림화
토지·주택 업무도 분리 가능성
예전에도 추진···실현은 미지수
전문가 "사업별 과감히 조직개편
전문성 키워 외부 위탁 줄여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현 사업구조가 과연 맞는 것인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개편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LH는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합병해 출범했지만 통합 이후 제대로 구조 조정이 추진된 적이 없었고 업무 부담은 증가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조직 슬림화 차원에서 일부 업무 이관 등을 포함한 혁신 방안이 강력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토지-주택 사업 완전 분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주거급여 업무 이양 등이 거론된다. 다만 비슷한 방안이 2년 전에도 추진됐는데 흐지부지로 끝나 제대로 실현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반응도 나온다.
28일 원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 기자와의 간담회에서 “LH는 신도시·산업단지 등에 대한 택지 공급, 주택 사업, 주거 복지·관리 사업을 하고 있는데 어떤 부분은 민간보다 턱없는 전문성과 실력을 가지고 민간 위에 군림하고 있고 어떤 부분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통해 떠안게 됐다”며 “덩치가 커지면서 업무 부담을 갖고 있는 부분도 있고 많은 업무로 도덕적 해이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구조 개선을 할 것인가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며 “사업구조와 그에 따른 인력 재배치, 구성원들의 업무 태도에 대한 체질 개선도 강도 높게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번에 주거급여 업무를 완전히 떼어놓는 방안이 나올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LH는 인력 구조 조정을 위해 비핵심 업무인 주거급여 업무 담당 600여 명을 지방자치단체에 이관하기로 했으나 지자체 등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아직 이관은 이뤄지지 않았다. 주거급여 담당 직원은 지난 정부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도입된 인력들이 많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LH가 택지 개발과 함께 수행하는 주요 업무가 공공주택 공급”이라며 “반면 주거급여 업무는 저소득층에 주거비 등을 지원하는 것인데 건설업보다는 업무 중요도에서 덜하다고 보고 제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직 권한 축소와 함께 전관 카르텔 혁파도 혁신 방안의 또 다른 축이다. 원 장관은 이날 “전관 문제에 대해 가장 강하게 수술을 받게 될 대상은 LH와 국토부”라고 밝혔다. 최근 발생한 ‘철근 누락’ 아파트의 원인으로 뿌리 깊은 전관 카르텔이 거론되는 만큼 강력한 근절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LH는 입찰 업체에 LH 출신 명단 제출을 받는 방안 등을 시행한다고 발표했으며 국토부는 추가 방안을 10월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이 같은 혁신안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할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2021년 LH 직원들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땅 투기가 문제가 됐을 때 여러 혁신 방안을 발표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제대로 시행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실제로 비대해진 조직 축소를 위해 전 직원의 20%(약 2000명)을 감축한다고 했지만 지난 3년간 감축한 인원은 800여 명에 불과하다. 타 기관 및 민·관이 수행 가능한 업무의 대거 이양도 추진됐으나 주거급여 업무 사례에서 보듯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당시 ‘토지와 주택 및 주거 복지 병렬 분리’ ‘주거 복지-토지·주택 수직 분리’ 등 조직 개편 방안도 나왔으나 2년이 지난 현재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일부 전문가나 시민사회단체는 주거 안정과 관련한 정책을 총괄하는 주택청을 별도로 설립하고 LH는 단순 주거 복지 전달 체계만 맡도록 하자는 방안을 LH 혁신안에 담자고 주장했다. 국토부 안팎에서는 실제 주택청 설립까지는 힘들 것으로 보지만 이에 준하는 대수술이나 조직 체계를 대거 바꾸는 게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주된 의견이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현재 LH는 조직이 너무 비대해 현장에서 실제로 일하는 사람은 없고 참모 역할을 하는 사람들만 넘쳐나는 구조”라며 “LH가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조직이 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본사와 지역본부, 현장 사업단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중간 조직을 과감히 없애고 사업별로 개편돼야 한다”며 “이를 통해 전문성을 키우고 외부 용역이나 위탁·도급을 줄여야 이권 논란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택지 개발, 시공 과정에서의 감리, 분양, 진단 및 유지 관리 등으로 본부를 구성해 LH 스스로의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동훈 기자 hooni@sedaily.com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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