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와 접촉면 늘리기 행보… 경제·비자 문제 등 해결 우선

홍주형 2023. 8. 2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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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연대로 한발 더 다가선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3국 정상회의 이후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 관리 국면에 들어섰다.

더욱이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 이후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고착화되는 분위기 속에서 정부의 관리 외교가 안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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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對中·對러 관리외교 시동
‘캠프데이비드 선언’ 이후 리스크 관리
北 국경 개방에 맞아 中·러 협조 필요
일관되게 공 들이고 있다 메시지 발신
中, 韓의 美 쏠림 막으려 응할 가능성
구조적 환경 녹록지 않아 불안정 전망
對러 관계 외교적인 공간도 크지 않아

정부가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연대로 한발 더 다가선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3국 정상회의 이후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 관리 국면에 들어섰다. 하반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정상 간 만남부터 한·중·일 3국 정상회의까지 중국과 접촉면을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사이가 나빠진 러시아와도 관리 국면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성숙한 한·중 관계’를 대화의 주된 기조로 삼고 있어 중국의 불만이 계속될 수 있다. 더욱이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 이후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고착화되는 분위기 속에서 정부의 관리 외교가 안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호텔에서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는 모습. 다음달 9∼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중 정상이 양자회담을 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UPI
◆대중·대러 관리 띄우는 정부

중국을 역내 위협으로 직접 언급하고 남중국해나 대만 문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대해 이전보다 선명하게 각을 세운 캠프데이비드 선언 이후 우리 정부는 일관되게 대중 및 대러 관계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28일 외교부에 따르면 박진 장관은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와 관련해 중국에 설명했다. 경제 분야 고위급 포럼인 한·중 경제공동위원회를 3년 만에 대면으로 중국에서 개최하는 것, 지난 6월 장호진 1차관의 러시아 방문에 상응하는 러시아 고위급 관리의 방한을 예고한 점 등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 기업 활동이나 비자 문제 등 국민이 직접 어려움을 겪는 실무적 문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정부가 한·미·일 삼각협력을 공고화시킨 데 대한 자신감을 발판 삼아 악화된 대중, 대러 관계 관리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연말 한·중·일 정상회의는 우리 정부가 의장국을 맡았으며,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초부터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어 정부의 성사 의지가 높다. 중국에선 한·중·일 정상회의에 총리급이 참석하는데, G20 정상회의나 APEC 정상회의를 통해 지난해 발리 G20 회의에서처럼 윤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만남을 추진하면 올해 계속된 중국과의 불화를 해결하는 모습도 연출할 수 있다. 북한이 국경을 개방하는 시점에서 중국 및 러시아와의 협조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실제 관계 개선 쉽지 않아”

중국도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이 “한국이 중국과 관계를 발전시키길 희망한다는 뜻을 중시한다”고 밝혀 캠프데이비드 선언 당시의 격앙된 반응에 비하면 절제된 메시지를 내놨다. 이를 들어 우리 정부 내에선 중국이 한·일을 미국 쪽에 너무 밀착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하반기 정부의 ‘관리 외교’에 호응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위성락 전 주러 대사
하지만 정부의 연이은 관계 개선 메시지가 실제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기엔 현재의 구조적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위성락 전 주러 대사는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중국 입장에서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한) 캠프데이비드 선언은 하나의 분기점을 넘은 것”이라며 “겉으로 드러나는 얘기 말고, 중국이 실제 캠프데이비드 선언 뒤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부 중국 정치외교 담당 교수 역시 “우리가 중국과 협의해야 하는 의제를 구체화하지 않으면 만나기만 하는 것으로는 실질적인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러 관계 관리는 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후 서방 외교 무대에서 완전히 고립돼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의 외교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으나, 실제 외교적 공간의 크기는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다. 위 전 대사는 “(캠프데이비드 선언 이후) 중국과 러시아에게 한국은 다른 의미보다 미국의 동맹으로서의 의미가 가장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주형·이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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