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 강풀 작가 "원작 보다 낫다는 반응…기분 이상해" [인터뷰M]

장다희 2023. 8. 28.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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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계 시조새' 강풀이 드라마 작가로 변신했다. '강풀의 순정만화', '바보', '이웃사람', '조명가게' 등의 웹툰을 선보인 강풀은 대한민국 웹툰계에서는 상징적인 인물이나, 드라마 작가로서는 신인인 것. '무빙'의 원작자이자 대본을 집필한 강풀 작가가 첫 극본 작업에 도전한 소감을 들려줬다.

iMBC 연예뉴스 사진

강풀 작가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iMBC연예와 만나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액션 시리즈다. 강풀 작가는 물론, '킹덤 시즌 2' 박인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오징어 게임' 등에 참여한 제작진이 함께했다. 여기에 배우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류승범, 차태현, 김희원 등 대한민국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합세했다.

이날 강풀 작가는 "내가 만화가로 오래 살았기 때문에 만화가 정체성을 확실히 갖고 있었는데, '무빙' 극본을 쓰면서 '아, 이것도 내 직업이구나' 생각했다. 내가 만화계에서 불리는 별명이 있다. '만화계 조상님'이라고. 웹툰계로 보면 오래된 사람이다. 그런데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만화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 것들이 기술, 연출력이 발전하면서 '만화계에서는 할 수 없는 것들이 영상으로는 할 수 있구나'를 느꼈다. 만화든 영상이든 무슨 차이가 있나 싶다. 솔직히 '무빙' 초반에는 다른 일을 하고 온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젠 완전히 내 일로 받아들이게 되더라"고 운을 뗐다.

이어 "매주 성적표 받는 기분이 든다. 이 작품이 '나만 재밌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고 좋으니까 지금은 신났다. 즐기고 있다. 오히려 머리를 많이 비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iMBC 연예뉴스 사진

동명의 웹툰 '무빙'은 누적 조회 수 2억 회를 넘기며 큰 사랑을 받았다. 드라마 '무빙' 역시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지금, 벌써부터 차기작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고. 강풀은 "여러 가지 제안도 있지만, 지금은 거절하고 있다. 오직 '무빙'에만 몰두하고 싶다. 난 쉬어본 적이 없는데, '무빙'이 끝나고 나서 2~3달 안식월에 들 생각이다. 정말 쉬어본 적이 없다. 항상 다음 걸 생각하고 글을 쓴다. 난 글 쓰는 원칙이 있다. 하루에 4페이지 꼭 채우는 게 목표다. 그런데 이번에는 9월 20일 마지막 화 공개된 후로부터는 아무것도 안 하고 쉬어보고 싶다.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그 이후에 내가 뭘 할지 정해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요즘 안 하던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강풀 작가는 "요즘 검색을 많이 한다. 안 하는 짓을 하게 된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어 "만화 그릴 땐 검색을 안 했다. 스마트폰과 거리가 멀었던 사람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책임감이 엄청 커지더라. 만화 같은 경우는 나 혼자만 망하면 되는데 이건 다르다. 스마트폰을 항상 곁에 두고, 아침마다 검색을 한다. 요즘 듣는 이야기가 '원작 보다 낫다'고 하는데, 기분이 이상하다. 좋아해야 하는 건지. 원작보다 낫다는 얘기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원작도 괜찮은데. 그렇지만 현재로서는 기분이 굉장히 좋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iMBC 연예뉴스 사진

강풀 작가는 대본 작업 계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강 작가는 "'무빙'은 트리트먼트(의견을 넣는) 과정에 참여했다. 의견을 내다가 '직접 한 번 해보실래요?'라고 하더라. 해보고 싶긴 했는데 겁이 나더라. '바로 계약하진 말고 일단 내가 써보겠다. 보고 판단해 달라'고 전달했다. 그 대신 조건은 20화로 하는 거였다. 나는 이 이야기가 12~16화로 짧게 들어갈 순 없었다. 그 무엇보다 인물 서사가 중요하기 때문에 원작 느낌 그대로 역순으로 간다. 그 순서를 고집했다. 그렇게 해서 쓰게 됐다. 내가 역제안을 한 거다. 그렇게 해서 성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라마 각본은 처음인 강풀 작가는 모든 OTT를 구독해 드라마를 시청했다고. 그는 "드라마 극본은 어떻게 쓰는지 몰라서 제작사에 '극본 달라'고 요청했다. 드라마랑 비교하면서 봤다. 그전에는 드라마를 아예 안 봤다"면서 "모든 OTT를 구독하고 많이 봤다. 어느 순간에는 포기했다. '이렇게 배워서 하는 건 안 되는구나' 싶더라. 제작진과 감독님한테 양해를 구하고, 내가 원래 하던 대로 하겠다고 했다. 그게 더 정확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다른 드라마 각본보다는 조금 더 길다. 분량도 많은데 페이지 수도 많이 나왔다. 50페이지가 넘어가기도 했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낯선 극본이었을 텐데, 내 편의를 많이 봐줬다. 덕분에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하며 감사함을 전했다.

'무빙'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을 정도로 잔인한 장면이 군데군데 등장한다. 이와 관련해 강풀 작가는 "15세도 관람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표현에 있어서 한계를 두고 싶지 않았다. 배우들이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려면 적당히 해서는 안 된다. 싸움을 잘하는 모습보다 애쓰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표현에 한계를 두면 안 될 것 같았는데, 감독님 역시 같은 생각이셨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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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 작가는 원작과 다른 결말로 맺어질 것을 예고했다. 그는 "원작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후반부에 갔을 때 분단의 상황으로 후세대들이 고통받고, 갈등하는 건 여기서 끊어내고 싶었다. 원작과는 다른 결말이 나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iMBC 장다희 | 사진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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