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안데르센 동화'…암호 프로그램 실행하니 '北 지령문' 떠

배수아 기자 2023. 8. 2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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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혐의로 기소된 전직 민주노총 간부들 관련 재판에서 북한의 지령문을 해독하는 과정이 시연됐다.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고권홍)는 28일 국가보안법위반(간첩, 특수잠입·탈출, 회합·통신, 편의제공 등) 혐의를 받는 석모 민주노총 전 조직쟁의국장과 김모 민주노총 전 강원지역본부 조직차장 등 4명에 대한 3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서 A씨는 석씨의 USB에서 나온 북한의 지령문을 해독하는 과정을 재판부 앞에서 직접 시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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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혐의 민주노총 전 간부 3차공판 열려
국정원 관계자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 증언
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이 지난 1월18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 서울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들어간 당시 모습. 2023. 1.1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간첩 혐의로 기소된 전직 민주노총 간부들 관련 재판에서 북한의 지령문을 해독하는 과정이 시연됐다.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고권홍)는 28일 국가보안법위반(간첩, 특수잠입·탈출, 회합·통신, 편의제공 등) 혐의를 받는 석모 민주노총 전 조직쟁의국장과 김모 민주노총 전 강원지역본부 조직차장 등 4명에 대한 3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검찰측 증인으로 국정원 관계자들이 출석했다. 이날 증인신문도 증인석과 방청석 사이 가림막이 설치된 채 진행됐다.

이날 검찰은 석씨의 신체에서 나온 USB를 분석한 결과를 작성한 분석 보고서를 제시했다.

검찰은 증인석에 나온 국정원 포렌식 수사관 A씨에게 "석씨에게 압수한 USB 파일에는 어떤 문서가 저장됐냐"고 물었고 A씨는 "대부분 워드 파일이었는데, 겉으로는 영문 소설이었다"고 답했다.

검찰은 또 "스테가노그라피(데이터 은폐 기술·전달하려는 기밀 정보를 이미지 파일이나 MP3 파일 등에 암호화해서 숨기는 심층 암호화 기법) 프로그램을 통해 위장된 암호문건 파일이라고 생각한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그러자 A씨는 "워드 문서가 영문 소설이었는데 파일명과 매칭이 안 되는 게 대부분이어서 의심이 됐다"며 "파일 내부 구조를 분석하다가 일반적인 것과 다르다는 걸 확인해 암호문을 해독하게 됐다"고 말했다.

해당 파일 대부분은 2017년 8월 작성돼 2021년 12월 USB에 복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공판에서 A씨는 석씨의 USB에서 나온 북한의 지령문을 해독하는 과정을 재판부 앞에서 직접 시연하기도 했다.

시연한 파일 속 내용은 'Andersen's Fairy Tales(안데르센)'라는 영문 동화였다. 하지만 A씨가 암호화 프로그램을 구동시키자 새창이 뜨면서 무언가 은닉돼 있는 게 보였고, 실제로는 2020년 5월7일자 지령문이 나타났다.

국정원 포렌식 수사관 A씨에 대한 변호인 반대 신문은 다음 기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더불어 대북 통신문에 대한 검증도 진행된다.

다음 기일은 다음달 4일 열린다.

석씨 등은 지난 5월10일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들은 2018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모두 102회에 걸쳐 북한 지령문을 받고 간첩활동을 한 혐의를 받는다. 2017년 9월~2019년 8월 중국과 캄보디아 등 해외에서 직접 북한공작원을 접선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이들은 또 2020년 6월~2022년 9월 대북통신용 이메일 계정을 만들어 북한과 연락을 취하고 조직원들과 접선할 수 있는 신호방법을 만든 혐의도 있다. 이런 과정에서 북한 지시에 따라 민노총 위원장 선거 후보별 계파 및 성향, 평택 미군기지·오산 공군기지 시설·군사 장비 등 사진을 수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 주거지와 사무실 압수수색을 통해 역대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중 최대 규모의 북한 지령문과 보고문을 찾아냈다. 검찰은 민주노총 본부 A씨 사무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지령문을 해독하는 암호키 등 증거를 확보했다.

sualuv@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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