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이충엽 헤이비트 대표 "국내서 코인 예치 서비스 불가능"

박현영 기자 2023. 8. 28.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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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기관과 면담…헤이비트 같은 자산 '운용' 불가"
헤이비트 로고.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가상자산(암호화폐) 예치 서비스 헤이비트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상 조항을 근거로 서비스를 종료한다.

28일 헤이비트 서비스를 운영하는 업라이즈는 지난 6월 국회를 최종 통과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제7조 제2항에 따라 예치 서비스인 '하베스트'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이용자가 위탁한 동일한 종류‧수량의 가상자산을 실질적으로 보유"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당초 헤이비트는 해당 조항을 폭넓게 해석했으나, 최근 금융당국과의 면담을 통해 조항을 '문자 그대로' 보수적으로 준수할 것을 주문받았다.

이에 따르면 고객이 맡긴 가상자산을 단순히 보관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자산을 '운용'해 수익을 지급하는 예치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렵다. 이충엽 대표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 같은 서비스 종료 배경을 밝혔다.

다음은 이충엽 업라이즈 대표의 페이스북 글 원문.

헤이비트 코리아의 예치서비스를 종료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6월 30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상자산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습니다. 해당 법의 초점은 가상자산사업자(VASP)들의 불공정 거래행위들을 금지 및 처벌하고 여러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가상자산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것에 있습니다.

금융 산업의 프레임이 대거 도입되었기 때문에, 큰 틀에서 가상자산 관련 산업이 제도권으로 진입할 때 거쳐갈 중요한 단계로 생각합니다.

헤이비트는 처음부터 이러한 미래를 바라보며 만들어진 서비스입니다. 다가올 미래에 맞추어, 이 산업에 존재하는 단기적인 탐욕과 비윤리에 거리를 두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운영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가상자산법 통과가 헤이비트에게 긍정적인 결과인 것처럼 보일테지만, 당장 저희에게 문제가 되는 조항이 있습니다.

해당 법안에서는 "이용자가 위탁한 동일한 종류‧수량의 가상자산을 실질적으로 보유"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원본을 보관만 하면 되는 지갑이나 거래소 등에게는 필요한 조항이겠으나, 헤이비트 예치와 같이 재운용을 해야 하는 경우 적용이 힘든 조항입니다.

그간 저희는 입법 과정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왔습니다. 입법안에 있었던 '현실보유 의무'가 '실질보유 의무'로 완화된 점, 다른 입법례에서는 수탁자산을 있는 그대로 갖고 있어야 한다는 규제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을 근거로, 현재 헤이비트가 실시하는 분기별 자산실사와 같은 방식으로 운용할 수 있는 것으로 기대해 왔습니다.

그러나 규제 기관과의 면담을 통해, 최근 문제가 된 타사 서비스들의 사례를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임을 전달 받았고, 위 법률 조항을 문자 그대로 보수적으로 적용할 것을 주문 받았습니다. 따라서 한동안 헤이비트는 물론 누구도 국내에서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를 지속가능한 형태로 운영하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동안 앞장서서 투명한 정기 실사 등 고객 보호를 위한 노력으로 문제 없이 제공한 예치 서비스를, 타사의 상황으로부터 영향 받아 종료하는 것이 억울한 마음도 듭니다.

또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업계의 불투명하고 위험한 운영 방식을 바로잡으려 노력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큰 아쉬움도 남습니다.

하지만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규제 당국의 노력과 단호함도 부득이 필요한 부분으로 이해합니다. 분명 가상자산법 제정은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일구어낸 뜻 깊은 결과입니다. 비록 저희 사업에는 타격이 되었지만, 그간 방치되어 온 국내 투자자 보호의 중대성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법과 제도의 발전이 여기서 멈추어서는 안됩니다. 예치뿐 아니라 다양한 신사업 모델들에 대응하며 산업을 진흥시키는 역할까지도 품어야 한다는 제언도 드리고 싶습니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에게는 더 다양하고 안전한 선택지들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전면 금지가 아닌 합리적인 규제와, 치열한 시장 경쟁으로 달성 가능합니다.

만일 규제를 준수할 준비와 의지를 갖춘 업체들의 자리를 영영 지워낸다면, 악의를 품은 공급자만이 그 수요를 채워나갈 것입니다.

그래도 지금은 원망하는 마음보다는, 모든 헤이비트 고객들께서 예치하신 가상자산을 안전히 잘 인출하실 수 있도록, 끝까지 챙기겠습니다. 또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가치 있는 서비스를 찾아 제공하는데 힘쓰겠습니다.

헤이비트는 새로운 모습으로, 그러나 변함 없는 마음으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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