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취임 25주년] 글로벌기업 키운 리더십, 체질혁신 25년 결실
BBC 등 미래신성장으로 확장
영업이익 18.8조로 9배 늘어나
다양한 사회리더 역할도 수행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다음달 1일로 취임 25주년을 맞는다. 외환위기로 암울했던 시기에 총수 자리를 물려받은 최 회장은 지난 25년 동안 그룹을 국내 재계 서열 2위에 올렸다.
기존 주력 분야였던 에너지·정보통신기술(ICT)에 이어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 등 미래 신성장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며 질적 성장까지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2021년 3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취임해 지난해 5월부터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원 민간위원장까지 겸하면서, 사회 리더로서도 입지를 다지는 등 기업 경영을 넘어 다양한 역할을 수행 중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부친인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이 1998년 타계하면서 38세에 SK그룹의 수장이 됐다. 당시 그는 "혁신적 변화(Deep Change)를 할 것이냐, 천천히 사라질 것이냐(Slow Death)"라는 취임 일성과 함께 그룹 체질을 혁신적으로 바꾸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보였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최 회장이 취임한 1998년 약 32조8000억원이었던 SK그룹 자산총액은 올 5월 약 327조3000억원으로 10배 커졌다. 이에 따라 5위였던 SK그룹의 재계 순위는 지난해 5월부터 삼성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매출은 32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224조2000억원으로 6배, 영업이익은 2조원에서 18조8000억원으로 9배가 됐다. 수출액은 8조3000억원에서 83조4000억원으로 약 10배 규모로 성장했다.
과거 정유·석유화학, 정보통신 등 내수 중심 기업으로 인식되던 SK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변화시키고 사업 영토를 넓힌 결과 양적 성장을 이뤘다. 최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해외 시장 개척, 수출 드라이브 등을 통해 SK그룹의 체질을 바꾸는 데 주력했다.
SK그룹은 2012년 하이닉스 인수 때부터 사업 포트폴리오의 무게중심을 BBC와 그린·첨단산업으로 본격 전환했다. 최 회장은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만으로는 그룹의 지속 성장과 발전이 어렵다고 보고 사내 반대를 무릅쓰고 인수를 관철했다.
이후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업계가 투자를 줄이는 상황에서도 연구개발비를 비롯한 투자를 늘렸다. 키옥시아, 인텔 낸드 메모리 사업부, OCI머티리얼즈, LG실트론 등을 연이어 인수해 반도체 수직계열화를 이루는 동시에 글로벌 일류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했다.
SK그룹의 또 다른 핵심 성장 동력인 배터리 사업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전기차 배터리 개발·제조 솔루션 기업 SK온은 북미·유럽·중국에 생산 거점을 마련해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2017년 1.7기가와트시(GWh)였던 SK온의 배터리 생산 능력은 지난해 말 88GWh로 5년 만에 50배 수준으로 커졌다.
미국 조지아주에 2개 공장을 둔 SK온은 작년 7월에는 포드와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를 출범하고 테네시·켄터키주에 배터리 공장 3개를 건설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헝가리 코마롬시 1·2공장과 이반차시 3공장, 중국에서는 창저우·후이저우·옌청 공장에서 배터리를 생산 중이다.
세포·유전자 치료제(CGT)를 비롯한 바이오 분야 역시 SK그룹의 미래 핵심 먹거리 중 하나다. SK케미칼은 1999년 국산 신약 1호 항암제인 선플라를 개발했고, SK바이오팜은 2015년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를 독자 개발하는 등 신약 개발에서 여러 성과를 냈다.
SK㈜는 원료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확장을 위해 2017년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의 아일랜드 공장(현 SK바이오텍 아일랜드)을, 2018년에는 미국 CDMO 기업 앰팩을 인수했다. 이어 2019년 미국(앰팩)·유럽(SK바이오텍 아일랜드)·한국(SK바이오텍) 생산법인을 통합 운영하는 SK팜테코를 설립하고, 2021년 프랑스 CDMO 이포스케시를 인수해 CGT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SV)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사업에 내재화를 강조한 경영 지론을 실천하고, 탄소중립 동참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등 시대의 흐름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또 스스로 모자 3개(SK그룹 회장·대한상의 회장·부산엑스포 유치위원장)를 쓰고 있다고 할 만큼 다양한 행보로 사회적 기여도를 높이고 있다.
다만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고 그룹의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발생한 재무 부담, 대외 변수에 따른 주요 업종 실적 악화 등은 최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최 회장은 앞서 지난 6월 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그동안 추진해 온 파이낸셜 스토리에 향후 발생 가능한 여러 시나리오에 맞춰 조직과 자산, 설비투자, 운영비용 등을 신속하고도 탄력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경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은희기자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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