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중국, 컴백홈"… 국운 건'리쇼어링'에 日경제 다시 꿈틀 [아시아 경제패권 지도가 바뀐다]
코로나·稅인하 등 유인책 맞물려 야스카와전기·파나소닉·캐논 등 매년 600~700개 기업 국내유턴
일자리 늘리고 稅혜택 '일석이조'.. 18조 투입 반도체 리쇼어링 사활
【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열도로 컴백하는 일본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값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 등 개발도상국에 공장을 지었던 일본 기업들이 코로나19 이후 세계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본국 귀환을 결정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 갈등 심화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경기둔화, 정부 혜택 등이 맞물리면서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은 세계적인 흐름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中, 세계의 공장? 이젠 아니다"
28일 일본 내각부가 상장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도 '기업행동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해외 현지 생산 비율을 향후 5년간 낮출 것이라고 답한 제조업 기업은 10년 전에 비해 7%p 높은 11%를 기록했다. 이는 조사를 시작한 1987년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해외 생산 비율을 높이겠다는 기업은 60%에서 37%로 23%p나 떨어졌고, 바꾸지 않겠다는 응답은 53%로 16%p 상승했다. 업종별로 보면 해외 현지 생산 비율을 축소하겠다고 응답한 기업이 가장 많았던 곳은 전기기기로 21%였다. 이어 섬유제품(15%), 유리토석제품(14%) 등의 순이었다.
많은 일본 기업은 그동안 비용 절감과 거래선 편의 등을 이유로 해외 생산 비율을 높여 왔다.
그러나 기업들은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공급망 리스크로 인한 공장 셧다운 등을 경험하면서 리쇼어링 카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미·중 갈등의 여파로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면 부품 조달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커진 것도 공장 이전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대표적으로 야스카와전기가 리쇼어링을 선택한 것은 중요 부품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다이킨공업도 중국 부품을 쓰지 않고, 주로 일본 국내에서 부품을 만들거나 동남아시아 등 복수 거점으로부터 조달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일자리를 늘려주는 리쇼어링 기업에게 적극적인 혜택으로 화답하고 있다. 일본은 리쇼어링 기업에 20억달러(약 2조6540억원)를 지원하고 있다. 이런 혜택에 따라 파나소닉은 프리미엄 에어컨 생산거점을 2024년부터 중국에서 본국의 시가현으로 옮긴다. 광학·소재 기업인 캐논 또한 2025년까지 생산시설을 일본으로 이전한다.
일본 자동차 회사인 스바루는 군마현에 전기차 공장을 신설해 2027년 생산 가동할 예정이다.
일본은 매년 600~700개의 기업이 리쇼어링을 하고 있다. 지난해 리쇼어링한 우리나라 기업 24곳을 크게 웃돈다.
일본은 법인세율을 현행 37%에서 23.2%로 낮췄다. 일본이 법인세를 14%포인트 이상 낮출 동안 한국은 25%에서 24%로 1%포인트 줄이는 데 그쳤다.
■"명성 되찾자" 전국에 반도체 공장
일본은 한국과 대만에 내어준 '반도체 강국'의 타이틀을 되찾겠다는 의지다. 첨단 산업의 쌀인 반도체가 단순한 전자기기 부품이 아닌 경제안보의 핵심으로 부각되면서 칩 원천 기술을 보유한 일본도 기술 패권 싸움에 동참한 것이다.
일본은 최근 반도체나 희귀금속 등 중요 물자 공급망 강화, 기술 유출 방지를 골자로 하는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을 국회에 통과시켰다.
반도체 리쇼어링에 국운을 건 일본은 자국 내 반도체·첨단 범용제품 지원에 2조엔(약 18조1228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 업체인 대만 TSMC 공장을 구마모토현에 유치한 것은 이 프로젝트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됐다. TSMC는 현재 짓고 있는 1공장 외에 인근에 2공장도 조만간 건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로라하는 일본 대기업 8개사가 연합한 '라피더스'는 일본 반도체 부흥의 심장이 될 전망이다. 아직 생산 라인도 없는 라피더스는 2027년까지 2나노 칩을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 일본은 칩 생산 기반 강화를 위해 TSMC, 일본 덴소, 소니 반도체 솔루션 3개사의 합작회사인 JASM을 설립했다. 미국 웨스턴디지털(미에현·낸드플래시)과 마이크론(히로시마현·D램)의 공장의 자국 유치도 성사시켰다.
일본에 이 같은 대형 공장들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일각에서는 노동력 부족을 걱정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국내 생산 인구 감소가 진행되는 가운데 노동력 확보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국내 거점은 자동화로 높은 생산성을 실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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