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기상조?...상승세 주춤한 사이 하이브리드 판매량 급증

김동진 2023. 8. 2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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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김동진 기자] 내연기관의 시대가 저물어 가는 가운데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던 전기차 보급률이 주춤하고 있다. 연이은 화재로 인한 안전 이슈와 줄어드는 보조금, 부족한 관련 인프라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전기차를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대안으로 꼽는 하이브리드(BEV)차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출처=엔바토엘리먼츠

전기차 상승세 주춤…연이은 화재·보조금 축소·인프라 부족 등 작용

전기차 보급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즈 등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글로벌 시장에서 115.5%까지 치솟았던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지난해 61.2%, 올해는 50% 수준까지 떨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올 상반기까지 현대차그룹 대표 전기차로 꼽히는 아이오닉5와 EV6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각각 27%, 10% 하락하는 등 전기차 상승세가 주춤했다.

이에 주요국은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 시점을 당초보다 약 10년 안팎까지 늦춘 상황이다. 유럽연합이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선언한 가운데 미국은 2030년까지 판매하는 신차 절반을 전기차로, 중국은 2035년까지 판매하는 신차 절반을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기차 보급이 둔화된 요인 중 하나로 연이은 화재로 인한 안전 이슈가 꼽힌다. 소방청이 내놓은 ‘최근 3년간 연도별 전기차 화재 현황’에 따르면 2020년에는 11건, 2021년에는 24건, 2022년에는 44건으로 매해 두 배가량 전기차 화재 발생 빈도가 늘고 있다.

지난 1월 서울 성동구 소재 테슬라 서비스센터에서 발생한 화재 / 출처=성동소방서

보조금 축소도 전기차 보급률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전기차는 배터리로 인해 같은 급의 내연기관차보다 30%에서 40% 정도 가격이 더 비싸다. 그간 보조금이 이를 뒷받침한 덕분에 판매가 확대됐는데, 점차 보조금이 축소되자 고가의 전기차 구매를 꺼리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올해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전면 폐지했으며, 독일 또한 보조금 상한액을 25% 삭감했다. 우리나라도 2018년 최대 1200만원이었던 전기차 보조금을 올해 680만원까지 줄였다.

부족한 관련 인프라도 전기차 구매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지난해까지 전기차 충전기 누적 보급 대수는 약 19만4000기(완속 89.4%, 급속 10.6%)로 10대 중 9대는 완속 충전기다.

전기차 충전기는 충전 속도에 따라 급속과 완속으로 나뉜다. 완속은 말 그대로 천천히 충전한다는 의미이고, 급속은 빠르게 충전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통상 충전 스탠드의 용량을 기준으로 충전 시간을 측정하는데, 이 숫자는 한 시간 동안 충전할 수 있는 전력을 뜻한다. 예컨대 공급 용량 50kW(킬로와트) 급속 충전기는 한 시간 동안 50kW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출처=셔터스톡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안전 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64kWh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50kW 급속충전기로 80%까지 충전할 때 걸리는 시간은 약 60분 내외다. 100kW 급속충전기로는 약 30분 내외의 시간이 소요된다.

반면, 7kW 완속 충전기로 80%까지 전기차 배터리를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7시간 내외, 3.3kW 휴대용 충전기로는 16시간 내외가 걸린다. 따라서 충전기를 꽂아 놓을 수 있는 아파트 등 주거시설에는 완속 충전기를, 고속도로나 휴게소, 공공시설, 상업시설 등에는 급속 충전기가 주로 설치된다. 공공 장소에서 충전 불편을 개선하려면 60분 또는 30분 내외의 충전시간이 필요한 급속 충전기의 확충이 필요한데 지난해 기준 급속 충전기 1기당 전기차 대수는 전국 평균 18.9대로 집계,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휴 고속도로에 차량이 몰리기라도 하면 대기시간까지 더해지므로, 전기차 차주들은 충전에 대한 불만을 호소한다. 이같은 불편이 전기차 구매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기계식 주차장의 모습 / 출처=한국자동차환경협회

관련 인프라 부족에 대한 사례는 또 있다. 일례로 대부분 전기차 차주는 현재 내연기관 차 무게에 맞춰 설계한 기계식 주차장을 이용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는 배터리를 품고 있는 탓에 내연기관보다 공차중량이 200kg 이상 더 무거워, 기계식 주차장의 허용 중량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타이어 업계가 전기차 공차중량을 버틸 수 있는 신제품을 속속 선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타이어처럼 기계식 주차시설 역시 전기차에 맞춰 개선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현행 주차장법에 따르면, 중형 기계식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는 차량의 무게는 1850kg 이하다. 중형 기계식 주차장을 기준으로 살펴보는 이유는 서울 시내 기계식 주차장(1만4927곳) 가운데 98.4%(1만4693곳)가 중형 기계식 주차장이기 때문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국토교통부의 2022년 8월 기준 국내 ‘전기차 중량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체 전기차의 89.8%(29만4872대)가 공차중량 1850kg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출처=홍기원 의원실

테슬라 모델3 롱레인지(공차중량 1980kg), 폭스바겐 ID4 맥스(2260kg), 메르세데스-벤츠 EQC(2620kg) 등 인기 전기차의 공차중량을 살펴보면, 이들 차주는 사실상 서울 시내에서 기계식 주차장을 이용할 수 없다. 문제는 허용 중량을 초과한 사실을 모르고 기계식 주차장에 전기차를 넣다가 추락할 경우, 과실은 운전자에게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전기차가 추락하면, 운전자의 생명이 위협받을 뿐만 아니라 주변 차량과 건물에 불이 붙을 수도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전기차 대안으로 인기 끄는 하이브리드차

이처럼 전기차 보급률이 주춤하자, 하이브리드차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하이브리드차는 동급 내연기관차보다 다소 비싸지만, 엔진과 전기모터의 조합으로 높은 연비를 확보할 수 있으므로 연료비를 절감하면서도 내연기관의 주행감을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공영주차장 이용료 할인과 개별소비세, 취득세 등의 감면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장점을 두루 갖춰 전기차 구매를 꺼리는 이들의 대안으로 꼽히며, 이 같은 추세는 판매수치에도 반영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2021∼2023년 연료별 자동차 신규 취득가액'을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하이브리드차 시장 규모는 2021년 상반기 3조1597억원에서 2022년 상반기 4조3억원, 올 상반기 6조1238억원으로 증가했다. 2021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하이브리드차 판매 비중은 내연기관차의 19%에 그쳤으나, 올 상반기에는 43%까지 올랐다.

반면 올 상반기 전기차 판매는 주춤했다. 2021년 상반기 5006억원 규모였던 전기차 시장은 2022년 하반기 2조3424억원으로 늘었으나, 올 상반기에는 2조2763억원으로 줄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보수적으로 신차를 구매하는 경향이 있는 소비자들이 연이은 화재와 보조금 축소, 충전 비용 상승 등 악재로 전기차 구매 의사를 철회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반면 시장에서 오래 판매된 하이브리드차는 신뢰도도 높고 추후 판매 시 중고가 방어도 할 수 있는 등 여러 장점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발 반값 전기차가 국내에 들어오면 이 같은 판도는 바뀔 수도 있지만 당분간 하이브리드 강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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