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MBC 규제하는 방심위원이 MBC 변호인?…이해충돌 논란

국회의장 몫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정민영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이 임기 중 MBC에 대한 각종 사건의 변론을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방송사의 구체적인 프로그램에 대해 심의와 제재를 결정하는 방심위 위원이 방송사 소송을 대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논란이 제기된다.

28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정 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과 손석희 전 JTBC 대표이사의 동승자 의혹 논란 등 소송에서 MBC 측을 대리했다.

사진=연합뉴스

외교부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방문 중 비속어 발언을 보도해 논란이 된 MBC 측에 정정보도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MBC 측은 정 위원을 포함해 소속 법무법인 변호사 3명을 선임했고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서부지법은 최근 MBC 측의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손 전 대표의 동승자 의혹을 보도 한 SBS와 MBC의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 소송에서도 정 위원이 이름을 올렸다. 2019년 SBS는 손 전 대표의 차량 접촉사고 당시 동승자를 봤다는 견인차 기사의 주장을 보도했는데, MBC의 시사프로그램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는 이같은 SBS의 보도에 대해 사건의 본질은 무시하고 선정적으로 다뤘다고 비판했다. 대법원은 지난 1월 MBC가 SBS 명예를 훼손했다며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한 고등법원의 판결을 확정했다.

문제는 이런 MBC 측의 변론을 진행한 것이 이해충돌방지법과 방심위 임직원의 이해충돌 방지규칙에 위배될 소지가 높다는 점이다. 심의위원은 방송 내용에 대해 공정성, 객관성 위반 여부를 엄격하게 심의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또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해촉사유란 주장도 제기된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 자신이나 그 가족이 대리하거나 고문 및 자문 등을 제공하는 개인, 법인, 단체에 대해 이해충돌 방지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해충돌방지법에는 공직자의 의무를 규정하고 사적 이해관계로 인할 때에는 직무수행 회피로 이해충돌을 방지하도록 하고 있다. 회피 없이 MBC 프로그램에 대해 심의를 했다면 공직자 의무 위반이 된다. 방통위법에는 ‘이 법 또는 그 밖의 다른 법률에 따른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 면직이 가능하도록 규정돼있다. 

정 위원은 “변호사로 담당하였거나 담당하고 있는 언론사건이 (심의에) 상정되는 경우 그 사실을  다른 위원들에게 알렸고 심의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MBC의 일부사건을 대리한다는 사실은 방심위 소위와 전체회의에서 수차례 밝혔고 사무처나 다른 위원들도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법률대리인으로 관여하지 않은 프로그램의 심의에 참여하는 것은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게 정 위원의 입장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프로그램의 소송대리가 아니더라도 방송사별 프로그램 내용 등에 대해 심의 및 제재 결정을 규제하는 방심위 위원은 MBC의 사적 이해 관계자다. 즉 방송사의 구체적인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에 관여하는 만큼 방송사의 이익을 위한 소송을 대리할 경우 방심위원으로써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 

정 위원은 MBC의 소송대리인 기간 중 MBC에 대한 방송심의를 한 사실도 확인됐다. 앞서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은 객관성 위반으로 방심위의 심의를 받았는데, 지난해 12월22일 방심위 방송심의 소위에 참석한 정 위원은 “특별한 문제가 없다”, 같은 해 11월 29일 소위에서는 MBC 뉴스데스크 관련 심의에서 “어떻게 보더라도 문제 삼을 만한 내용은 없다는 생각이다. 문제없음 의견”이라고 밝혔다.

또 정 위원은 “방송심의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사건을 수임한 사실을 알렸고 문제 될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임직원 이해충돌 방지규칙에 따르면 방심위 관계자가 사적이해관계에 따른 회피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서면으로 이해충돌방지담당관에서 의견을 담은 문건을 제출하고, 이후 방심위원장이 서면으로 조치에 따른 결과를 통보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 위원은 한겨레 기자 출신 변호사로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을 역임했다. 2021년 7월 더불어민주당 추천으로 제5기 방심위위원으로 위촉된 정 위원의 임기는 2024년 7월22일까지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