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보증금제 안착, 전국 확대 과제도 여전
보이콧 파도 거쳐 컵 반환율 증가
매장 부담·형평성 논란 문제 여전
"제주 모델 등 아시아 국가 홍보"
제주와 세종에서 시범 도입된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전국 확대 시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JIBS는 지난해 시작된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가 어떻게 제주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지 남아있는 과제는 무엇인지 특집 다큐멘터리(연출 이정석, 구성 김현주)를 통해 취재했습니다.
취재 중 관련 전문가들은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성공 조건으로 인프라 구축을 통한 '높은 반환율'을 꼽았습니다.
제주의 컵 반환율이 점차 증가하면서 제도에 대한 공감대와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한시라도 빨리 전국 시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과제는 남아 있습니다.
일선 매장들이 불편을 감수하며 제도를 이행하는가 하면 형평성 문제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 부메랑 된 플라스틱, 세계적 현안으로
플라스틱은 값이 싸고, 가볍고, 내구성이 좋아 인류에게 혁명적인 물질로 다가왔지만, 지금은 미세플라스틱 등 환경적 문제를 야기하며 세계적으로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제주자치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도내 커피 등 음료 판매 매장 수는 모두 3,394곳에 달합니다.
2019년 기준 제주의 1인당 하루 쓰레기 배출량은 1.8㎏으로, 전국 평균(1.1㎏)보다 무려 63%나 높습니다.
제주의 1만 명당 카페 수와 1명당 하루 생활 폐기물은 모두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습니다.
더 큰 문제는 도내 쓰레기 배출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의 경우 발생량이 2011년 1만 9,965t에서 2021년 7만 2,029t으로 261% 폭증했습니다.
특히 자외선과 자연 풍화 등으로 매우 작은 조각들로 부서진 미세플라스틱은 환경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해 전 세계적인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회용컵 사용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습니다.
강진영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플라스틱은 섬유 화학물질이고, 석유 화학물질 중에 환경이라든가 인체, 특히 생태계에 주는 영향은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못했던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고 밝혔습니다.
■ 컵 반환율↑.. 인력 부담 등 문제는 과제
관광도시로 환경에 민감한 제주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쓰레기 수거 제도인 클린하우스를 도입했고, 2017년부터 요일별 배출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쓰레기를 줄이려는 의지가 확고한 것입니다.
지난해 12월 시행 초반 제도 참여에 거부하는 '보이콧' 파도에 어려움을 겪은 일회용컵 보증금제 역시 점차 정착 단계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10%대 수준이던 도내 컵 반환율은 이달 둘째 주 8개월여 만에 63%까지 크게 올랐습니다.
하지만 매장 부담 전가, 형평성 논란 등 문제는 여전합니다.
제주시 연동의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점심시간에는 바코드 라벨을 일일이 컵에 붙이느라 유난히 바쁘다"며 "컵 반환 방법을 설명하는 것도 가맹점의 몫이다 보니 매출은 제자리고, 일거리는 더 많아졌다"고 토로했습니다.
제주시 도두동에 위치한 프랜차이즈 카페 사장 B씨도 "간혹 '어? 기분 나쁘네. 결제 취소해 주세요'라며 매장을 나가는 손님들도 있다"며 "그걸 다 받아들이면서 하고 있지만 어떤 때는 짜증도 많이 난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아무리 손님이 많고 매출이 높아도 전국 프랜차이즈 매장 100개 이상 기준에 못 미치면 보증금제 도입 대상에서 제외되다 보니 제주에서는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조례 개정도 준비되고 있지만 반발이 만만치 않은 실정입니다.
정복영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이사장은 "라벨을 붙이는 기술적인 문제는 사실 센터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전문가들과 계속해서 답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에 좋은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또 제주의 컵 반환율이 증가한 것과 관련해서는 "대상 매장들이 모두 참여 선언을 하면서 제도가 일어나기 시작했다"며 "그런 인식을 이끌어내는 것은 제주도의 행정력이라고 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 제주 성공 사례 환경 정책 방향성 제시할까
전문가들은 인프라 조성이 제주의 컵 반환율 증가의 이유로 보고 있습니다.
강 책임연구원은 "제주는 거점형 수거 체계가 잘 구축돼 있다"며 "클린하우스나 재활용도움센터라는 부분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선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전국 확대 시행을 위한 움직임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환경부는 '일회용품 없는 탈플라스틱 섬'을 만드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제주와 공공기관이 많은 세종을 바탕으로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할 근거와 기반으로 마련할 방침입니다.
최근 감사원은 환경부에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발표했습니다.
제주자치도는 지난해 8월 '2040 플라스틱 제로 섬'을 선언하고 올해 2월 범도민 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플라스틱을 줄이려는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습니다.
제주에서의 성공적인 제도 정착이 타 시도의 환경 정책에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홍보가 더욱 필요한 상황입니다.
정 이사장은 "플라스틱 정책으로 잘 만들어진 제주의 모델을 다른 지역으로 수출하고 싶다"며 "나아가 플라스틱 관리가 잘 안되는 아시아 국가들의 제주 모델, 제주 정책을 소개하고 홍보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재연(Replay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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