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간첩단 “우린 정치적 양심수, 단죄 아닌 존경 받아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창원 ‘자주통일 민중전위’(자통) 조직원들이 28일 열린 첫 번째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윤석열 대통령 등의 종북몰이로 인한 희생양이 됐다”고 주장했다. 자통 조직원들은 스스로를 “정치적 양심수(良心囚)”라고 칭하기도 했다.
자통 총책 황모(60)씨 등 4명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강두례)가 심리한 국가보안법 위반 및 범죄단체 활동 혐의 관련 첫 번째 재판에서 이같이 말했다. 법정에 나온 조직원들은 재판부가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생년월일과 이름 등을 묻는 ‘인정 신문’에도 답하지 않으며 소송을 일부 거부하는 모습도 보였다.
황씨 변호인은 “이른바 ‘창원 간첩단’ 등이 중요 사건이 된 것은 지속적 종북몰이로 이익을 보려는 극우‧보수세력 때문”이라며 “극우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후 국정원과 검찰을 동원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공안 정국을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올해 방첩 당국은 자통을 비롯해 여러 간첩단을 적발했는데, 이 사건들이 모두 현 여권(與圈)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기획됐다는 주장이다.
황씨 변호인은 “이 사건은 정치적 양심수에 대한 역사적 재판”이라며 “피고인들은 국가보안법에 의해 단죄될 죄인이 아니라 존경받아야 한다”고 했다. 황씨도 재판 중 모두 진술에서 “이 사건은 현 정권과 국정원이 정치적 목적 실현을 위해 기획·조작한 정치탄압극”이라며 “상식을 초월하는 전근대적 흉물인 국가보안법은 하루빨리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씨 등은 검찰의 공소장이 잘못됐다는 주장도 펼쳤다. 황씨 변호인은 “공소장 등에 검찰이 조사한 공소사실과 범죄행위가 특정돼있지 않다”며 “피고인들의 방어권이 침해됐으므로 소를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공소장에 증거로 채택되지 않은 압수물을 기재하고, 국가정보원을 통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제출했다고도 지적했다.
반면 검찰은 공소사실을 진술하며 “황씨 등이 북한의 적화통일 노선을 추종해 자통을 결성하고, 해외에서 공작원들과 접선해 지령과 공작금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검찰에 따르면, 황씨 등은 2016년 3월부터 작년 11월까지 북한 공작원 김명성 등과 접선하고, 한국에서의 대남 투쟁 활동을 상세하게 보고했다. 황씨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충성결의문도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이 황씨 등에게 내린 수십 개 지령에는 윤 대통령을 겨냥한 내용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이들이 북한과 주고받은 암호화된 지령문‧보고문에는 ‘전국농민회총연맹 조직원을 반윤(反尹) 투쟁에 참가시켜라’ ‘민노총 단체 총파업을 벌여 반정부 투쟁을 주도하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고 검찰은 말했다.
올해 3월 기소된 자통 조직원들에 대한 첫 재판이 5개월여 만에 열리면서 법조계에서는 “간첩단이 재판을 지연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황씨 등은 재판부에 국민 참여 재판을 신청했고, 기각되자 항고‧재항고를 이어갔다. 이들은 재판부 관할 이전 신청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음 달 14일 구속 기간(6개월)이 만료되는 황씨 등은 지난 25일 재판부에 일괄적으로 보석을 청구했다. 검찰은 “변호인이 국민 참여 재판 신청 등 각종 절차적 주장을 제기해 구속 기간 만기가 임박한 오늘에서야 첫 공판이 진행됐다”며 “피고인들의 죄질이 불량해 추가 구속영장이 필요하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하지만 “절차적 문제로 구속 기간이 지나긴 했으나 검사가 주장하는 사유로 영장을 발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보석을 허가하거나, 구속 기간이 만료되면 황씨 등은 풀려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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