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맹현철 방갈로르 인도경영대학원 교수 | “인도 경제성장, 인구만으론 한계…교육·보건 격차 줄여야”
“인도 경제가 성장하고 있지만, 단순히 인구수가 많다는 점 때문에 낙관적으로 바라볼 순 없다. 인도는 교육과 보건 영역에서 사회적 격차가 큰 것이 인도 경제가 성장하는 데 발목을 잡고 있다.”
인도의 스탠퍼드대로 불리는 방갈로르 인도경영대학원(IIM Bangalore)의 맹현철 교수는 8월 11일 줌 인터뷰를 통해 인도 경제성장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인도는 지난 4월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인구 국가가 됐다. 총 14억 명이 넘는 인구를 보유했고, 작년에는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영국을 추월해 세계 5위에 올랐다. 오는 9월에는 인도가 의장국이 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최근 ‘넥스트 차이나’로 전 세계가 인도를 주목하는 배경이다. 더욱이 올해 인도와 수교 50주년을 맞는 한국 입장에선 인도의 경제성장이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맹 교수는 강조했다.
마케팅과 인도 경영·경제 전문가인 맹 교수는 2018년 8월 이후 방갈로르 인도경영대학원에서 교수로 활동 중이다. 맹 교수는 “인도가 주요 3개국(G3)으로 성장하려면 교육과 보건 영역에서 격차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경제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도 경제가 계속 성장할 것이라 보나.
“지금도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성장 잠재력 측면에서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본다. 인도 경제성장의 잠재력을 ‘단기’와 ‘장기’ 두 가지 관점으로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이후 인도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단기적 관점에서 경제성장 잠재력은 한계치에 이르렀다고 본다. 이 한계치를 장기적 관점에서 넓혀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 잠재력을 높이려면.
“인도는 거의 1년 내내 선거가 있는 나라다. 땅이 넓고 인구가 많기 때문에 선거가 하루 만에 끝나지 않는다.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도 투표에만 몇 달이 걸린다. 지방선거도 지역별로 다른 시기에 선거를 치른다. 그러다 보니 정당 입장에선 1년 내내 선거를 치르게 된다. 정치인이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정책보다는 단기적으로 선거에서 인기를 끌 수 있는 정책에 더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성장 정책을 쓰는 데 걸림돌이 된다.
예를 들어, 중국의 경우 경제성장을 위해 동부 해안 지역에 생산 기지를 대거 구축했다. 공산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일사불란하게 가능했던 일이다. 반면 인도의 경우, 어느 한 지역이 경제적으로 유리하게 이득을 보도록 정책을 추진할 경우 선거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정치인이 섣불리 나서기 어렵다.”
그럼에도 장기적 관점에서 해결해야 할 분야를 꼽는다면.
“교육 격차 해소다. 인도는 1951년 엘리트 기술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카라그푸르(Kharagpur)에 인도공과대학(IIT)을 세웠다. 지금은 인도 각지에 총 23개 IIT 캠퍼스가 있다. 인도경영대학원(IIM) 역시 IIT와 맥을 같이한다. 공대생들이 기술만 알아선 기업 경영이 불가능하므로 정부가 주도해 경영대학원을 세운 것이다. IIT나 IIM은 인도에서도 소수의 상위권 인재만 입학이 허용된다.
문제는 인도 안에서 좋은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가 나뉘어 있고, 교육 여건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인도의 기존 인재 양성 방식이 소수 엘리트 인재 육성에는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대부분 인도인의 교육 수준과 질이 매우 떨어져 있다. 글을 못 읽는 문맹률도 높다. 소수의 상위권 대학과 일반 대학 간 교육 격차가 너무 크다는 것은 인도 경제성장의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인도 경제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선 이들의 교육 수준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재 정부 지원금도 일부 상위권 대학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고, 대학 교수들의 역량과 실력도 너무 크게 차이 난다는 점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박사 학위가 없는 교수도 많다.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반도체 회사들이 인도에 제조 시설을 세우지 않는 이유 중 하나도 최첨단 제조 시설에서 일할 현지 인력 확보가 어렵다는 점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격차가 교육 분야 말고는 없나.
“보건 영역에서도 부자와 일반인 간 격차가 크다. 인도는 영리 병원을 허용하기 때문에 우수한 의료진은 모두 영리 병원에 몰려 있다. 성능 좋은 수술 장비나 첨단 시설을 갖춘 곳도 모두 영리 병원이다. 문제는 영리 병원은 가격이 매우 비싸기 때문에 일반 서민이 이용하기 너무 어렵다는 데 있다. 반면 국가가 운영하는 공공 의료원은 가격은 저렴하지만 시설과 의료진 수준이 매우 떨어진다. 일반 서민의 경우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서 사망하는 상황도 적지 않다. 심지어 공공 보건소의 경우 의사가 없는 경우도 있다. 사람이 아프지 않고 건강해야 소비할 욕구도 생기는데, 보건 영역에서 격차가 해소되지 않으면 인도 인구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내수 시장에서 소비 의욕을 진작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 보건 영역에서의 격차를 해소해야 하는 것도 인도 경제성장을 위한 과제라고 본다.”
현재 한국과 인도의 무역 관계는 어떤가.
“지난해 한국 무역 흑자 교역국 순위 4위가 인도였다. 한국은 지난해 인도와 교역을 통해 99억8000만달러(약 13조2843억원)의 흑자를 냈다. 인도 입장에선 한국과 교역에서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월 피유시 고얄 인도 상무부 장관이 공식 석상에서 인도 현지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현대차·기아가 인도의 대(對)한국 무역 적자를 키운다고 지적하는 일이 있었다. 현대차·기아가 한국 기업으로부터 철강을 공급받지만 인도 철강 기업을 공급 업체로 선정하지는 않는다고 비판한 것이다. 현대차·기아가 인도 기업으로부터 철강을 구매하지 않는 이유는 인도에서 생산된 철강 특성 때문이다. 인도 기후가 고온이다 보니 저온에서 내구성이 강한 철강을 생산하고 있지 않아, 수출용 자동차 재료로 적합하지가 않다.”
양국은 어떻게 협력해야 하나.
“한국이 인도로부터 수입하는 물품 대부분이 농산물이다 보니, 당장 인도의 대한국 무역수지가 좋아지기는 어렵다. 그런데 인도는 반도체와 배터리(이차전지) 산업을 키우고 싶어 한다.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에서 강국인 한국과 협력을 키워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 이러한 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 인도는 첨단 분야에서 제조업을 일으키고 싶어 한다. 안정적인 전기 공급이 불가능하고, 큰 교육 격차로 현지에서 우수한 인재 충원이 어려워 반도체 같은 첨단 분야에서 제조 시설을 당장 현지에 구축하기는 어렵겠지만, 단계적으로 인도와 협력을 늘려가겠다는 제스처를 보여줄 필요성이 있다. 또 인도는 인구가 많기 때문에 한국에 큰 소비 시장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특히 게임이나 콘텐츠 기업들이 인도에 진출하면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것이다. 최근 한국의 게임 회사 크래프트가 인도에서 1억5000만달러(약 1996억원)의 투자 집행을 결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인도에서 잘나가는 한국 기업은.
“현대차·기아가 대표적이다. 현지에서의 사회적 니즈를 잘 공략했다. 페라리나 포르쉐처럼 아주 고급은 아니지만, 적당히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인도 중산층들은 적당히 고급스러운 SUV에 대한 니즈가 컸는데, 현대차⋅기아가 이를 잘 파고들었다. 인도인은 이동의 편리성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자동차를 통해 자기 신분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인도의 타타자동차가 160만원대의 저가형 차량 ‘나노’를 출시했지만, 실패했던 것은 이러한 소비자 심리를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양국 수교 50주년을 맞아 교류 프로그램을 기획한다고.
“10월 8일부터 일주일간 진행할 예정이다. 인도 주요 대기업, 인도 스타트업 육성 및 산업진흥기관, 인도 현지 비즈니스 주요 기관 등을 방문해 한국과 인도 기업인 간 비즈니스 정보 교환의 장을 제공할 계획이다.
인도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인에게 인도를 아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인도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인도 관련 인적 네트워크를 쌓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다. 인도에서도 중국의 ‘관시(關係)’ 같은 문화가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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