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한일현 신한투자증권 디지털전략본부장 | “첫 ST, 투자자 보호에 중점…우량 부동산 대출채권 토큰화”
국내에서도 비정형적 증권이자 토큰증권(ST·Security Token)으로 발행할 수 있는 투자계약증권의 발행이 눈앞으로 다가온 상태다. 미술품 공동 구매 플랫폼 투게더아트는 8월 11일 금융감독원에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증권신고서는 증권을 모집하거나 매출할 때 발행인이 금융 당국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인데,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를 접수한 건 금감원 설립 이후 투게더아트가 최초다. 금감원의 심사를 통과하면 투게더아트는 최초의 투자계약증권 발행자가 된다.
주식 등 기존의 정형적인 증권과 한국거래소 상장 중심의 제도가 충족하지 못하는 비정형적 증권, 즉 ST가 제도권으로 편입될 조짐을 보이자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먼저 움직인 건 신한투자증권이었다.
“처음으로 발행할 ST는 부동산 선순위 대출채권으로 내년 여름엔 자체 ST 유통 플랫폼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한일현 신한투자증권 디지털전략본부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2월부터 50여 개의 기업과 ST 발행(STO) 얼라이언스를 구성하고 관련 스터디를 진행 중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7월 이사회에서 STO 사업 진출을 정식으로 승인받았다. 신한투자증권은 이후 인프라 시스템 개발에 집중하며 STO 사업을 본격화했다.
한 본부장은 “(첫 ST 상품으로) 서울에서 다수가 알 만한 자리에 있는 빌딩의 선순위 대출채권을 올해 안에 토큰화할 것”이라고 했다. 첫 상품을 부동산 선순위 대출채권으로 고른 이유에 대해 “투자자 보호는 항상 중요하지만, 시장 초기에는 더욱 중요해 우량 자산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외 신한투자증권은 ST의 법제화에 발맞춰 본격적인 발행·유통 플랫폼을 내년 여름까지 만들 계획이다.
앞서 작년 12월 신한투자증권은 이지스자산운용, 블록체인 기술 업체 EQBR과 합자 법인 에이판다파트너스를 세웠다. 이후 에이판다파트너스가 준비 중인 블록체인 기반의 금전채권 수익증권 거래 플랫폼 서비스는 증권업계 최초로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았다.
에이판다파트너스가 준비하는 서비스는 기관 투자자들이 투자한 부동산 실물 자산을 담보로 하는 대출채권을 유동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여타 부동산 조각 투자가 부동산을 직접 매입해 투자하는 방식과는 다른 것이다. 대출채권을 유동화한 덕분에 특급 호텔 같은 대형 상업용 부동산은 물론 항만, 공항, 도로 등을 거래할 수 있다.
한 본부장은 “ST의 발행은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했다. 일반 회사가 기업공개(IPO)를 할 때처럼 증권사가 해당 회사를 분석하고 밸류에이션을 내고 소비자 보호 제도를 갖춘 이후 한국거래소의 장내 시장에 상장하거나 채권처럼 장외시장으로 유통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이때 증권사의 수익은 발행에 따른 수수료다. 한 본부장은 “증권사의 전략이 이 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금융(IB)이나 소싱에 강점이 있는 회사들은 ST 업체들에 인수·자문을 할 것”이라며 “그렇지 못한 증권사는 유통에 집중하는 구조가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유통도 중시하지만, IB에 강점이 있는 만큼 인수·자문에 좀 더 무게를 둘 전망이다.
한 본부장은 “디지털 자산 시장의 규모를 ST만으로 보기엔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디지털 자산은) 암호화폐에 이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등 무한히 많이 생길 것”이라며 “제도권에 진입하는 첫 자산이 ST인 것”이라고 했다. 시티은행은 2030년까지 글로벌 ST 시장만 5조달러(약 650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한투자증권을 비롯해 여러 증권사가 STO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 말 이후에 ST를 발행하지 못하는 대형 증권사는 없을 것이라는 게 한 본부장의 예측이다. 한 본부장이 STO 사업에서 중요하게 보는 건 플랫폼의 기술력이다. 그는 “발행도 중요하지만, 기술적으로 경쟁력 있는 플랫폼을 잘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싱가포르에선 이더리움망에 콘텐츠를 올리면 전 세계에 있는 모든 투자자가 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러 투자자의 접근성을 고려하면) 기술적으로 잘된 플랫폼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그는 ST의 장점으로 투자를 세밀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한 본부장은 “예를 들어 하이브가 걸그룹 뉴진스를 키우는 방법 중 하나는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모으는 것”이라며 “ST로는 뉴진스 토큰만 발행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투자자 입장에선 현재 뉴진스에 투자하려면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를 다 공부해야 했으나 뉴진스 토큰은 뉴진스만 알면 돼 불확실성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런 경우 분산투자 효과가 과거보다 떨어질 수는 있다.
현재 정부가 강조하는 ST 발행과 유통의 분리에 대해 한 본부장은 “증권사가 수용해야 하는 내용”이라고 했다. 발행·유통 분리는 증권과 투자 업계에서 과도한 규제라고 주장했던 사안이다. 한 본부장은 “발행을 하면서 유통도 동시에 하면 금융 투자 회사나 조각 투자 회사는 수익을 더 많이 낼 수 있지만, 리스크가 있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가격 왜곡 소지가 있다는 뜻에서다.
다만 타 증권사와 정보 공유 범위는 명확해져야 한다고 했다. 한 본부장은 “발행·유통 분리로 투자자는 우리 증권사가 발행한 ST에 청약했어도 타 증권사에서 팔아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우리의 고객 정보를 타 증권사에 넘겨도 되는지 법적으로 들여다볼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논의 중인) 법 자체는 완벽하나 실무에 적용하면 예기치 못한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투자 한도가 있다는 점 역시 초기 시장이 급격히 커질 가능성을 줄인다. 금융위는 ST에 대해 높은 수준의 투자자 보호가 필요해 투자 한도를 설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투자 한도 금액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한 본부장은 “투자의 한도가 되는 기준이 한 토큰당인지, 한 섹터당인지, 한 회사당인지 명확해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 본부장은 STO 시장에 대해 성급한 장밋빛 전망도, 근거 없는 부정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주가연계증권(ELS)이 처음 도입됐을 때 장외파생이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가 되겠느냐는 얘기가 많았다”며 “현재는 전 세계에서 ELS가 활발한 시장 중 하나가 우리나라”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ST도 이와 비슷할 것”이라며 “새로운 자산을 유동화할 수 있고 투자자들이 편히 생각할 수 있는 자산임을 감안하면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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