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더] 이탈리아 최초 女 총리 조르자 멜로니 | 伊 총리 “횡재세 부과, 내 책임”…“은행 고금리 수익 40% 토해내라”

전효진 기자 2023. 8. 2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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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8월 11일 이탈리아 로마의 키지궁에서 야당과 회담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 EPA연합

유럽에서 ‘횡재세(windfall tax)’ 도입 물결이 거세지고 있다. 바람에 날아온 이익이라는 단어의 뜻처럼, 코로나19나 전쟁 같은 외부적 요인으로 추가 수익을 낸 것을 사회에 환원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100년 만에 극우 정권이 들어선 이탈리아가 은행에 올해 순이자 소득의 40%를 ‘횡재세’로 내라는 부과 방침을 발표한 사례를 꼽을 수 있다.

이중(二重) 관세로 비칠 수 있는 갑작스러운 반시장적 조치 발표에 은행주 주가가 급락하자 이탈리아 정부는 급히 “세금 상한을 두겠다”며 수습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지만,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다시 전면에 나서 한시적으로만 끝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져 진통이 예상된다.

이탈리아, 올해 은행에 횡재세 40% 부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8월 14일(이하 현지 시각) 멜로니 총리는 이탈리아 남부 풀리아 휴가지에서 자국 주요 일간지 3사와 인터뷰를 갖고 은행 횡재세와 관련, “민감한 문제지만 이 결정은 내가 직접 내린 것으로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며 “옳은 일을 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당연히 다시 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휴가 중에도 언론과 인터뷰를 한 이유는 8월 7일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가 멜로니 총리를 대신해 내각 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횡재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면서 8일 이탈리아 주요 은행 주가가 폭락하는 등 혼란이 커졌기 때문이다.

당시 이탈리아 재무부는 결국 내각회의 발표 24시간 만에 “횡재세 부과 한도를 은행 총자산의 0.1%로 제한하겠다”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으나 멜로니 총리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멜로니 총리는 인터뷰를 통해 “은행은 대출이자를 빠르게 올렸지만, 예금 이자는 그대로 둬 왜곡이 발생하도록 만들었다”며 “국가가 정의롭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을 징벌하고 싶지는 않지만 (예대금리) 불균형이 계속되고 있고, ECB(유럽중앙은행)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금리 인상으로 인해 가계와 기업이 불이익을 받을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번 조치로 30억유로(약 4조3300억원) 수준의 세금이 추가 징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와 주택담보대출 이용자에게 감세나 보조금 지원도 검토 중이다.

이번 은행권 횡재세 도입 법안은 일회성이며 은행의 올해 순이자 소득이 2021년보다는 10%를 초과하면 초과분의 40%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60일 안으로 의회를 통과해야 시행된다.

극우 성향 이탈리아 최초 女 총리

지난해 9월 25일 멜로니 총리가 당선되면서 이탈리아는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1922∼43년 집권)가 집권한 첫해를 기준으로 100년 만에 극우 성향 정권이 탄생했다. 1977년 로마에서 태어난 멜로니는 10대 시절 무솔리니의 지지자가 창설한 정당 MSI의 청년 조직에 입당했다. 이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바텐더, 웨이트리스, 보모 등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생계를 꾸리다 2006년 극우 정당 AN 소속 하원의원에 뽑혔다. 2009년 베를루스코니 내각에서 청년장관을 맡았으며, 2014년부터 FdI 대표를 맡고 있다. 미혼인 상태로 언론인 안드레아 잠브루노와의 사이에서 딸 하나를 두고 있다.

“나는 조르자, 나는 여성이고, 나는 어머니고, 나는 이탈리아인이고, 나는 기독교인이다.” 이는 지난 2019년 멜로니를 대중에 알린 문장이다. 그는 이 발언을 담은 유튜브 영상을 공개했고, 조회 수가 1200만 회를 돌파하며 유명 인사가 됐다. 민족주의, 가족주의, 동성혼 반대, 불법 이민 반대, 대러시아 제재 반대, 유로존 탈퇴 등이 그가 추구하는 가치와 정책이다. 이민자에게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며 ‘이탈리아 민족주의’를 강조하고 있으며 코로나19 봉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에너지 위기, 저성장 등으로 촉발된 이탈리아 국민의 불안 심리를 잘 파고들어 총선 승리를 일궈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Plus Point
팬데믹·고물가·고금리 직격탄
유럽 20개국 이상 횡재세 도입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 고금리 등이 겹치면서 유럽 각국이 재정난을 걱정하는 가운데, 횡재세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경제 위기를 기회 삼아 부유해진 기업들에 사회 환원을 요구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회계법인 KPMG와 미국 조세재단 자료를 인용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이후 유럽 전역에서 횡재세가 도입되거나 제안된 사례가 30건이 넘는다. 특히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중 24개국이 자국 에너지 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했거나 부과할 계획을 밝혔다. 체코, 리투아니아, 스페인, 이탈리아 등은 은행도 표적으로 삼았다. 이 조치는 당초 올해 12월까지만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스페인, 슬로바키아, 헝가리, 체코 등이 2024~2025년으로 시한을 늘렸고, 영국은 2028년 3월로 종료 시한을 5년이나 미뤘다.

최근 들어서는 적용 분야가 넓어지는 추세다. 헝가리는 은행뿐 아니라 팬데믹의 덕을 본 제약사, 보험사에도 횡재세를 걷는다. 포르투갈은 생활 물가가 올라 수익이 늘어난 식품 유통 분야 기업의 2022년과 2023년 초과 이익에 33%의 세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전방위적 징세에 나선 국가들도 있다. 크로아티아는 2022년 기준 3억쿠나(약 58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낸 모든 기업에 ‘추가이익세(Extra Profit Tax)’를 물릴 예정이다. 불가리아 역시 올해 7~12월 추가 이익을 낸 기업에 업종 불문 33%의 세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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