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볼보 S90 리차지 PHEV | 부드러운 변속과 정교한 가·감속이 매력 포인트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볼보 차는 준대형 세단 S90이다. 작년 볼보 국내 판매량(1만4431대)의 30%(4361대)를 차지한다. 볼보 S90 PHEV를 시승해 보니 넉넉한 출력과 부드러운 변속, 다리를 꼬고 있어도 여유로운 뒷좌석이 인상적이었다.
뒷좌석에서 다리 꼬아도 여유로운 실내 공간
S90 PHEV는 길이 5090㎜, 폭 1880㎜, 높이 1450㎜의 차체를 갖는다. 휠베이스(앞바퀴 중심과 뒷바퀴 중심 사이 거리)가 3060㎜로 넉넉하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S90은 글로벌 시장에서 롱휠베이스로 분류되는 모델이다. 기본형 S90보다 휠베이스가 119㎜ 길다. 국내 출시 예정인 신형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의 휠베이스(2961㎜)나 신형 BMW 5 시리즈의 휠베이스(2995㎜)와 비교해도 길다. 넉넉한 휠베이스는 넓은 실내 공간으로 이어진다. S90의 뒷좌석 레그룸(다리를 뻗는 공간)은 1026㎜에 달한다. 뒷좌석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도 자세가 편안하다. 쇼퍼 드리븐(Chauffer Driven·운전기사를 둔 뒷좌석 중심의 차)의 특성을 갖고 있다. 디자인은 볼보의 다른 차들처럼 패밀리룩(통일된 디자인)을 따른다.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 한 가운데 볼보의 로고 ‘아이언 마크’가 큼지막하게 붙었다. 알파벳 ‘T’가 가로로 누인 듯한 헤드램프도 볼보의 패밀리룩이다. 이 헤드램프는 ‘토르의 망치’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트렁크를 감싸는 듯한 후면의 ‘ㄷ’ 자 램프도 볼보 세단들이 공유하는 디자인이다.
후면을 보면 미니멀리즘(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경향) 성향이 짙다. 공기 저항을 낮추는 리어 스포일러는 트렁크와 일체형으로 설계했다. 머플러 팁도 후면 범퍼 하단에 숨어 있다. 실내도 깔끔하고 간결하다. 스웨덴 오레포스(Orrefors)의 크리스털 기어노브(기어를 바꾸는 손잡이)와 천연 나뭇결이 살아있는 대시보드·센터 콘솔 주변 디자인이 눈에 띈다. 앞좌석 시트는 마사지와 통풍 기능을 지원한다. 뒷좌석엔 암레스트(팔 지지대)와 측면 윈도 선 블라인드, 리어 선 커튼을 갖췄다. 대형 파노라믹 선루프와 바워스&윌킨스의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 초미세먼지를 정화하는 어드밴스드 공기 청정 시스템을 탑재했다.
정교한 가·감속은 동승자 배려하는 운전에 적합
S90 PHEV는 시스템 합산 최고 출력 455마력, 최대 토크 72.3㎏·m의 성능을 발휘한다. PHEV는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결합한 차다. 엔진이 312마력, 전기모터가 143마력을 낸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8초다. 이 차는 넉넉한 출력이 장점이다. 주행 도중 급격히 가속 페달을 밟아도 힘들이지 않고 쉽게 가속하는 운동 성능을 갖췄다. 변속은 부드럽고, 가·감속은 정교하다. 고속에서도 전기모터가 주도권을 놓지 않는데, 순수 전기모드가 아닐 때도 변속 충격이 없어 전기차를 운전하는 듯하다.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의 응답성이 좋다.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꼼꼼하게 가·감속한다. 동승자가 편안하도록 운전하는 데 적합한 차라는 생각이 든다. 과속방지턱과 같은 울퉁불퉁한 노면을 지나는 거동도 부드럽고 안정적이다. PHEV는 순수 전기로만 달릴 수 있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출퇴근길 도로에서는 전기로만 달리며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다. 전기차 충전 요금은 기름값보다 저렴하다. S90 PHEV는 18.8㎾h 배터리를 장착해 1회 충전으로 최대 59㎞까지 전기로만 달릴 수 있다. 때론 하이브리드로, 때론 전기차로 활용 가능하다. 다만 순수 전기로 주행했을 때의 전비는 복합 3.0㎞/㎾h로 효율성이 낮은 편이다. 일반 하이브리드 주행에선 연비가 복합 기준 11.9㎞/L다.
S90 PHEV는 전기차처럼 원 페달 드라이빙을 이용할 수 있다. 가속 페달 하나로 가속과 감속을 수행하는 운전 방식이다. 원 페달 드라이빙으로 주행할 땐 감속이 정교한 장점이 사라져 아쉽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살살 떼도 브레이크 페달을 세게 밟은 듯이 감속했다. S90 PHEV는 볼보가 한국 시장을 위해 티맵모빌리티와 300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티맵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를 장착한다. 티맵(TMAP)이 기본 내비게이션이다. 아울러 차 안에서 음성 명령어 ‘아리아’를 부르면 △실내 온도 조정 등 차량 제어 △목적지·경유지 설정 등 내비게이션 제어 △스마트폰에 저장된 연락처로 전화·문자 △취향 기반 음악 추천, 내 플레이리스트 재생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 △집 안의 조명, 에어컨, 로봇청소기 등을 조정하는 누구(NUGU) 스마트홈 기능 등을 이용할 수 있다. S90은 2018년 하반기부터 중국 공장에서 수입되며 ‘중국산’ 꼬리표가 붙었다.
국내에 판매되는 볼보 모델 중 유일하게 중국에서 생산된다. 중국산 꼬리표와 별개로 국내 판매량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스웨덴에서 수입되던 2017년(1377대)보다 작년(4361대) 판매량이 훨씬 많다. 작년 판매량은 2021년(3213대) 대비 36% 증가했다.
수입차 최고 격전지로 꼽히는 준대형 세단에서 판매를 확대했다. 가격은 다소 비싸다. 볼보 S90이 벤츠 E클래스, BMW 5 시리즈 등 경쟁 모델과 비교했을 때 갖는 장점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었는데, S90 PHEV는 기존 S90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와 비교하면 가격이 크게 올랐다. S90 MHEV는 가격이 6350만원부터인데, S90 PHEV는 8740만원이다. BMW 가솔린 530i는 7870만원부터 시작해 S90 MHEV가 약 1500만원 저렴했으나 BMW 530e PHEV(8640만원)와 S90 PHEV는 100만원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벤츠는 E클래스 가솔린 E250의 가격이 7050만원부터, E350은 9170만원부터다. E클래스 PHEV E300e는 9130만원이다.
Copyright © 이코노미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