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돋보기] 부동산시장을 제대로 읽기 위해선 착시를 경계하라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2023. 8. 2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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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아파트시장의 반등인가, 본격 상승인가? 아니면 침체의 연속인가? 이런 의문을 놓고 매스컴, 연구기관은 물론 전문가마다 각기 다른 진단을 내놓고 있다. 어찌 보면 사실은 하나인데 그 분석에 따라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개인은 어떤 심리를 가지는 것이 좋을까. 결론적으로 평론가보다 실수요자 심리를 갖되 단기적 대응은 최대한 장바닥 지표를 보고 판단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내 집 마련 시기와 주택경기 회복 시점이 다르다는 점도 유의해야 할 것 같다.

박원갑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조심해야 할 지록위마의 함정

KB국민은행에 따르면 8월 셋째 주(8월 7일) 전국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1% 하락했다. 지방도 전주 대비 0.02% 떨어졌다. 서울은 전주에 이어 보합세를 이어갔고 경기도는 3주째 0.01%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들 통계만 보고 주택시장을 해석하면 서로 다를 수 있다. 경기도만 본다면 아파트값은 바닥을 지났다(강보합세)고 볼 수 있다. 서울은 바닥을 지나고 있고(보합세), 전국이나 지방은 바닥을 다지는 양상(약보합)이다. 아파트시장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아파트 이외에도 다세대, 연립, 단독주택이 포함되는 주택가격(종합)은 내림세가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7월 전국 주택가격은 전달보다 0.19% 하락했다. 주택가격으로 본다면 앞으로 집값이 바닥을 찍으려면 시간이 제법 소요될 것이다.

반면 선행 지수나 심리 지수는 호조세다. KB선도아파트 50지수는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 연속 올랐고 상승 폭도 커지고 있다. 소비자 심리 지표 역시 개선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7월 소비자 동향 조사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 소비자 동향 지수(CSI)는 전달보다 2포인트 오른 102를 기록했다. 주택가격전망 CSI가 100을 웃돈다는 것은 1년 뒤 집값이 지금보다 오를 것으로 예상한 사람이 반대 경우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여러 지표 가운데 어느 것을 보고 시장을 진단할 것인가. 어느 지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주택시장 해석은 제각각일 수 있다. 지록위마(指鹿爲馬·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는 뜻)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마다 각자 다른 지표를 보고 시장 흐름을 얘기할 수 있어서다. 실수요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내 집 마련 대상으로 아파트를 떠올린다. 그렇다면 여러 지표 중 아파트로 한정해서 보는 것도 괜찮다. 논문을 쓸 때 많이 얘기하는 ‘조작적 정의’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조작적 정의는 일반적인 정의와는 달리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를 위해 인위적으로 조작하여 정의를 내린 것이다. 그래야 시장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7월 18일 오후 서울 양천구 한 부동산에 매매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국토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 조사’에 따르면 지난 6월 전국의 주택 매매시장 소비 심리 지수는 114.1로 전월보다 2.1포인트 상승했다. 사진 연합뉴스

‘광속의 시대’의 부동산은 과거와 달라

요즘 같은 광속의 시대에는 부동산시장도 생각보다 빨리 움직인다.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는 순간 구버전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속자생존(速者生存)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나 보다.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는 말이다. 시장은 저 앞서 달아나고 있는데 지난 통계를 갖고 현재 시장을 분석하는 게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 백미러를 보고 운전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표본조사 통계를 무시하란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단기적인 대응은 한발 늦은 통계에 함몰되지 말고 시시각각 변하는 장바닥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게 더 빠르고 정확하다. 2000가구 이상 대단지 랜드마크 아파트나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를 보는 것이 좋다. 특히 랜드마크 아파트는 시장 흐름의 풍향계 역할을 하므로 유의해서 지켜보라. 국민은행의 KB선도아파트 50지수 역시 실수요자가 활용하기 좋은 지표다. 시가총액 상위 50곳을 모아놓은 지수로, 비교적 빠르게 흐름을 포착할 수 있는 바닥 지표다.

실수요자는 평론가와는 달리 접근해야 한다. 평론가는 주로 비관론으로 명성을 얻어 유명 인사가 된다. 하지만 실수요자들은 탁상 평론가적 마인드를 가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장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 프레임으로 접근할 수 있는 데다 현장보다 너무 늦기 때문이다. 실수요자들은 내 집 마련 시기와 주택시장 회복 시점을 구분해야 한다. 집은 불황기에 싸게 사는 것이다. 주택시장 회복 시점에 가면 이미 집값은 많이 올라 가격 메리트가 떨어진다. 지금 집을 당장 사야 하는 실수요자들은 시황에 너무 연연하기보다는 가격 메리트를 보고 판단하는 게 바람직하다. 가령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 고점(2021년 10월) 대비 서울은 25% 이상, 지방과 수도권은 30% 이상 떨어진 급매물을 중심으로 선별 접근하는 것이다.

바닥과 상투 신호를 보내는 지표들

시장에서는 여러 신호가 있다. 이중 실수요자들이 한번 예의주시해야 할 지표 두 개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서울 지역 아파트는 가수요 지표인 외지인 거래 비중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 지표는 전체 거래량 가운데 서울 밖에 있는 사람들이 서울 아파트를 사들인 비중을 말한다. 지난해 12월 3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달 22.1%에서 갑자기 크게 늘었다. 지난해 12월은 실거래가 기준 아파트값이 바닥 시점이다. 2006년 1월부터 지금까지 서울 아파트의 외지인 거래 비중 장기 평균이 18.7% 정도다. 외지인 거래 비중이 높아질 때 바닥에서 변곡점일 가능성이 있다. 쌍 바닥을 찍었던 2008년 12월과 2012년 12월에도 유의미한 증가세를 보였다. 현재(6월 기준) 서울 아파트 외지인 비율은 28.5%다. 특례보금자리론 대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울 아파트시장은 투기적 수요가 줄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집값 상투 지표는 단기유동자금 비율을 눈여겨보는 것이 좋다. M1(협의통화)/M2(광의통화) 비율이 그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1년 9월 M1/M2 비율은 37.8%로 1986년 1월 조사 이래 가장 높았다. 역대 평균치는 28.9%다.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 고점(2021년 10월)보다 단기유동자금 비율 고점이 한 달 앞선다. 이 무렵 부동산에 유입될 수 있는 유동성도 넘쳐났다. M1(당장 쓸 수 있는 돈)/M2(시장에 풀린 돈)의 비율이 높다는 것은 ‘이자를 받지 않는 대기 현금(유동성)’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가 과열 분위기에 휩쓸린 ‘묻지 마 매수세’가 많았다. 미국발 고금리 쇼크가 터지면서 6월 현재 단기유동자금 비율은 31% 정도로 줄어들었으나 역대 평균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쪽만 얘기하는 사람은 멀리하라

시장은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는 사이클이다. 한쪽만 얘기하는 사람은 경계하라. 시장을 있는 대로 바라보지 않고 소망적 사고나 당위적 사고를 하는 것도 위험하다. 시장을 분석하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왜곡하거나 각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당위적 사고는 시장 흐름을 정확히 내다보는 데 방해가 된다. 가령 대기업 샐러리맨이 월급을 모아 사기 어려운 집값은 정상이 아니라거나 비싼 집값으로 젊은 층이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으니, 집값이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집값은 당위론을 펴는 사람이나 네티즌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구매력이 있는 유효수요’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내 삶이 힘들더라도 균형추를 가지고 시장을 내다볼 필요가 있다. 요즘 주택시장에서 극단론이 유행하고 있다. 이런 극단론은 한쪽 팩트를 과도하게 부풀려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통계 전문가 네이트 실버는 저서 ‘신호와 소음’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하는 예측이 일반적인 여론에서 멀어질수록 내가 제시하는 증거는 더 확고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견해가 틀렸다는 결론을 내린다.” 일반론에서 멀어질수록 내 주장이 맞으려면 ‘강철 팩트’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시장 흐름을 진단하기 위해선 한 사람의 얘기보다 여러 사람의 중지를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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