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 미국 경제는 상승기인데, 바이든 지지율은 왜 내려가나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뜨겁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분기 2.0%(연율 환산치)에 이어 2분기 2.4%까지 치솟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0%까지 급등한 40년 만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진정시키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0.25%에서 5.25~5.50%로 끌어올리는 기록적인 금리 인상으로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는 경제 전문가들의 예상에 역행하는 경기 상승 국면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예상 밖 경기 상승에도 불구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뜨지 않고 있다. 8월 4일(이하 현지시각) 미 에머슨대가 실시한 미시간주 유권자(1121명) 대상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44%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동률을 보였다. 지난 6월 CNN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32%에 불과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6%나 됐다. 지난 4월 NBC 조사에서 응답자 70%가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한 저명한 거시경제학자인 필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이 기록적인 인플레이션 때문이며, 막대한 재정지출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긴 요인이었다는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의 책임이 상당 부분 연준의 늑장 금리 인상에 있기 때문에 오롯이 바이든 행정부의 실책이라고 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고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되, 낮은 실업률 등 다른 경제적 치적을 강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경제 상황 혹은 경제 상황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2024년 대선 결과를 결정짓는다는 점을 알기에 ‘바이든노믹스가 잘되고 있다’는 구호로 유세 활동에 나섰다. 그러나 그의 구호는 힘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7월 26일부터 28일까지 실시된 CBS·유고브(YouGov)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의 경제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34%에 불과했다.
이러한 부정적인 여론에 대한 설명은 간단하다. 바로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소득에 대한 세금으로 인식한다. 실업률이 낮고 그들이 일자리를 구하는 데 성공하면 정부의 경제 관리가 아니라 본인의 근면함과 주도성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식료품점이나 주유소에서 더 높은 가격에 맞닥뜨리면 그것을 외부 탓으로 간주한다. 사실 그들이 틀린 것도 아니다.
문제는 ‘정확히 누구 탓이냐’는 것이다. 이것은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에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는 사실로 인해 더 복잡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바이든 행정부가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통령 취임 첫날인 2021년 1월 20일에 발표된 ① 1조9000억달러(약 2529조1000억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인 ‘미국 구조 계획(American Rescue Plan)’을 통해 정부 지출을 적극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2020년 의회에서 통과된 두 개의 경기 부양책과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월에 서명한 2조2000억달러(약 2928조4000억원) 규모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지원·구제 및 경제 안보(CARES) 법안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12월에 서명한 9000억달러(약 1198조원) 규모의 코로나19 경제구제법안에 이어, 의회와 바이든 대통령은 월 300억달러(약 39조9300억원)의 소득 부족분을 상쇄하기 위해 월 2000억달러(약 266조2000억원) 분의 감세 및 지출 증가를 단행했다. 이로 인한 추가 소비 여력은 가계의 재정을 강화하고 어려움을 피할 수 있었지만 결국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한 공급 부족과 공급망 차질로 기업들은 늘어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산업의 경우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신차 및 중고차 가격이 급등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연준은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거의 8%에 달하던 2022년 3월이 되어서야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인플레이션이 처음 가속화되었을 때 연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면 상황은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미래의 역사가들은 연준의 실패가 비유적으로 표현해 ‘백미러’를 통해 경제 상황을 보는 경향 때문이라고 평가할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 경제에서의 실질적인 위험은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이었다. 통화정책 입안자들은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에 따라 대응하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더욱이 통화정책은 부정적인 공급 충격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부분적으로나마 대응하는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았다. 연준은 선제적인 금리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방지하더라도 이미 열악한 공급 여건을 악화시키고 가뜩이나 취약한 경제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따라서 미국이 인플레이션에서 삼진아웃 됐다고 하더라도 바이든 행정부는 스리 스트라이크 중 하나(과도한 재정지출)에만 책임이 있는 셈이다. 코로나19 관련 공급 차질과 연준의 지연 대응은 행정부 책임이 아니다. 실제로 바이든은 리처드 닉슨이나 트럼프와 같은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중앙은행에 행정부와 정책을 맞추도록 압력을 가하지 않았다.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이 정점 대비 3분의 2 가까이 하락한 약 3%로 돌아간 지금, 바이든은 경제 업적에 대해 더 많은 공로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그 답은 먼저 인플레이션이 하락했다는 사실을 대중이 널리 인식하고 있는지에 달려 있다. 그러한 인식은 즉각적으로 형성되지는 않을 것이다. 단기 인플레이션 기대에 따른 충격은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단기적인 우려는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전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비자와 유권자가 익숙한 내용만 전달하는 미디어의 반향실을 통해 정보를 접하는 오늘날 가짜 뉴스의 시대에는 실제 경제 상황에 대한 신념의 적응 속도가 느려지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인플레이션이 문제라는 말을 듣게 되면 지각 지연이 무한정 지속될 수 있다.
이럴수록 바이든은 당선 이래 세운 다른 경제적 업적들을 내세워야 한다. 3.5%의 실업률은 좋은 성과다. 흑인과 히스패닉의 실업률이 역사적으로 낮은 것도 마찬가지이고, 2022년 정규직으로 고용된 흑인 미국인의 명목 임금 상승률이 11.3%로 전체 노동력의 7.4%에 비해 높았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이는 ② 바이든의 ‘분수 경제(trickle-up economics)’가 효과가 있었다는 신호다.
그러나 대통령은 ‘한없이 낙천적인 인물(Panglossian)’로 보이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서라도 인플레이션이 국민에게 고통스러운 현실이라는 점을 반드시 인정해야 한다. 다만 문제의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15개월 동안 정치적 믿음이 통계적 현실을 덮지 않기를 바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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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3월 11일 서명한 1조900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경기 부양 법안이다. △미국 가정 약 90%에 1인당 현금 1400달러 지급 △주 300달러를 지급하는 연방 실업수당 지원 연장 △자녀 1인당 세액 공제 최대 3600달러까지 확대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연간 소득이 10만달러인 중산층 4인 가족의 경우 5600달러를 받도록 설계됐다. 경제 전문가들은 바이든 정부의 현금 지급 정책이 과잉 유동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② 정부가 서민과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주면, 총수요 진작과 경기 활성화가 이뤄져 고소득층 소득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설명하는 용어다. 물이 아래에서 위로 솟구치면서 주위를 적시는 ‘분수’에서 따왔다. 저소득층이 정부 지원을 받을 때 소비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 때문에 경기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이론에 기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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