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스' 대신 '크루 드래건' 탄 우주인들…유인 우주수송 패권 러→美 이동
미국, 우주왕복선 퇴역 후 수백억 내고 소유스 좌석 대여
우주 시장서 신뢰도 떨어진 러시아…스페이스X 유인우주 수송 시대 연다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스페이스X가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으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우주 비행사 4명을 보내는 데 성공했다. 벌써 7번째 ISS 유인 수송 임무를 마쳤다.
이처럼 미국의 민간기업인 스페이스X의 우주 수송 확대와 더불어 기존에 ISS 유인 수송을 맡아왔던 러시아 '소유스' 우주선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민간 주도 뉴스페이스 시대의 도래와 함께 러시아가 국제 사회에서 고립되기 시작하면서 21세기 우주 패권 경쟁이 새로운 전환점에 돌입했다는 평이다.
28일 미 항공우주국(NASA) 등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27일 오전 9시16분(미국 동부 시간) 호주 상공에서 크루 드래건과 ISS를 도킹시키는 데 성공했다. 26일 오전 3시27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된지 약 30시간 만이다.
크루 드래건은 스페이스X의 7번째 ISS 유인 수송 임무인 '크루-7'을 수행했다. 크루 드래건에 탑승한 4명의 우주비행사들은 ISS와의 도킹 이후 27일 오전 11시2분께 ISS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2011년부터 ISS 파견 전적으로 소유스 의존…좌석값만 수천만 달러
우크라 전쟁 이후 고립된 러시아…新 우주경쟁 향방 달라질까
미국은 우주왕복선 시제품이었던 '엔터프라이즈' 이후 컬럼비아, 챌린저, 디스커버리, 아틀란티스, 엔데버까지 총 5대의 우주왕복선을 만들었으나 현재는 모두 폭발했거나 퇴역한 상태다.
미국은 우주왕복선을 자체 보유하고 있던 지난 2000년부터도 ISS에 우주비행사를 파견할 때 1인당 좌석값으로 수천만 달러를 지불하고 소유스를 활용해왔다. 초기에 2000만 달러(약 265억원) 수준이었던 소유스 좌석값은 2010년대 후반에는 3~4배 가량 급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이처럼 비싼 값을 내고 소유스를 이용하는 것은 우주왕복선이 아니라 '유인 우주선'인 소유스의 안정성과 경제성 때문이다. 계속해서 우주를 오가는 우주왕복선과 달리 소유스는 1회용 우주선이다.
소유스는 1회용인 만큼 우주왕복선보다 구조가 훨씬 간단하고, 유사 시 탈출 시스템이 잘 구비돼 있다. 미국 우주왕복선 '챌린저'의 폭발 사고 사례를 감안하면 탈출 시스템의 효용성은 곧바로 우주비행사의 안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우주왕복선은 발사 횟수가 늘어날수록 기체의 피로가 커지며 안전성이 떨어지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계속해서 관리·점검과 부품 교체 등이 필요하다. 이로 인해 되려 1회용인 소유스보다 우주왕복선 운용 비용이 더 많이 드는 아이러니가 생기게 된다. 미국이 우주왕복선들을 모두 퇴역시킨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이같은 현실적 문제로 인해 미국이 과거 우주 경쟁국가였던 러시아의 우주선을 계속해서 빌릴 수밖에 없었던 것. 하지만 이로 인해 자국 내에서도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기도 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스페이스X가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하고, 이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강력한 대러 제재가 시작되면서 우주항공시장에서도 소유스를 위시한 러시아의 신뢰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대러 제재 이후 러시아 측이 미국·유럽 등 서방 국가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거나 자산 압류, 부품 미공급 등 강경 대응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페이스X가 수혜를 보고 있다. 영국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위성 인터넷 업체 '원웹'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원웹은 기존에 통신 위성 등의 발사를 모두 소유스를 통해 진행해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는 대러 제재에 동참한 영국을 압박하기 위해 원웹 위성을 군사용으로 사용할 경우 발사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이같은 로스코스모스의 위협 이후 원웹은 소유스를 통한 발사 계획을 취소하고 스페이스X와 새로 위성 발사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세계 각국은 달 탐사를 비롯해 또 다시 우주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달 탐사 및 유인 착륙을 통해 달에 상주 기지를 구축하고 향후 화성 등 심우주 탐사까지 이어간다는 목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통적 우주강국인 러시아의 고립이 미국, 유럽, 인도 등 경쟁 국가에게 기회로 다가올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인류 최초의 달 남극 착륙을 위해 러시아와 인도가 비슷한 시기 탐사선을 쏘아올렸으나 러시아의 '루나-25'는 파괴되고, 인도의 '찬드라얀 3호'가 우주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미국 또한 달 탐사를 위한 '아르테미스 임무'와 유인 우주 비행을 위한 '상업 승무원 프로그램(CCP)' 등을 추진 중이다. 특히 CCP의 경우 ISS와 같은 지구 저궤도(LEO) 유인 우주비행은 스페이스X, 보잉 등 민간업체에 맡기는 것이 골자다. LEO는 민간에 위탁하고 나사는 심우주 우주선인 오리온 개발에 전념하기 위함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최기혁 박사는 "단기적으로든, 장기적이로든 앞으로 미국이 소유스를 사용할 일은 사실상 없을 것이라고 본다. 스페이스X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은 지구 저궤도, 심지어 달 탐사까지 민간 산업체로 넘기고 나사는 화성을 비롯한 심우주 탐사에 집중하겠다고 완전히 방향을 잡은 상태다. 앞으로도 계속될 심우주 탐사 경쟁에서도 또 다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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