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수 조작' 조선일보·ABC협회 '혐의없음' 수사 종결
사기·업무방해 및 국가 보조금법 위반 등 혐의
서울경찰청, "증거불충분" 2년5개월만에 불송치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2021년 3월 더불어민주당 의원 30여 명이 부수 조작이 드러났다며 조선일보와 ABC협회 등을 사기·업무방해 및 국가 보조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한 사건이 지난 9일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이 났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의 사무 검사 결과까지 나오며 언론계에 만연한 부수 조작 논란이 수면 위로 드러났으나 2년 5개월 만의 수사 결과는 '혐의없음'이었다. 고발인에겐 이의신청권이 없어 사실상 이 사건은 종결됐다.
서울경찰청이 고발인측에 전달한 수사 결과 통지서에 의하면 조선일보 측은 “본사와 지대계약을 맺은 지국장은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본사에서 각 지국의 데이터 내역을 파악하기 어렵고, 또한 각 지국장들이 정확한 판매, 수금 내역을 데이터에 입력하고 있는지 여부 역시 불투명해 지국이 본사에 납부하고 구매해 간 부수를 각 지국의 유료부수로 인정해 보고한 것이며, 이는 오랜 관행이어서 허위 보고가 아니고, 더욱이 조선일보사 측에서 지국 데이터에 접근해 수치를 조작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ABC협회 관련 피의자들 역시 “각 지국 부수공사 시 정상적으로 실사를 했고 조선일보와 공모해 유료 부수를 조작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서울경찰청은 “조선일보가 ABC협회에 유료부수 현황 보고 시 ABC협회 부수 공사 규정에 따른 유료부수 보고가 아니라 전국 지국에 판매한 지대 부수를 토대로 산출한 내역을 유료부수 현황으로 보고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선일보 본사 및 지국, 조선IS, 관련 피의자 등으로부터 압수한 자료를 분석했으나 유료부수를 조작한 증거는 발견할 수 없었다”고 했다. 유료부수를 거짓으로 내놓은 것은 맞지만, 조작 증거를 찾지 못해 죄를 물을 수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조선일보와 ABC협회 간 공모관계 혐의도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2021년 11월 조선일보를 유통하는 신문지국 6곳과 수도권 폐지업체들을 압수수색하고, 지난해 7월15일에는 조선일보 본사까지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결국 증거를 찾지 못했다. 서울경찰청은 “ABC협회가 부수공사 당시 지국에서 확보해 보관하고 있는 실사 자료를 압수해 지국에서 운용 중인 현재 데이터와 비교, 조작 여부를 확인하려고 했으나, ABC협회가 조선일보와 공모관계로 보기에 불충분하다는 사유로 2회에 걸쳐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지 못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고도 밝혔다.
부수 조작으로 국가보조금이 과도하게 배분되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시행한 2021년 신문잡지 이용조사 결과에서 조선일보가 타 신문에 비해 월등한 수치로 열독율 1위를 차지하고 있어 조선일보 외 신문사들에 비해 부당하게 보조금을 배분받았다거나, 배분의 공정성을 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4개 정부기관 회신 자료에 의하면 광고비 산정에 ABC협회 자료를 반영하지 않거나 참고자료로만 활용하고 있는 점이 확인된다”며 “피의자들이 정부 기관을 기망해 광고비를 편취했다거나 각 광고 업무담당자들의 업무가 방해되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1년 3월16일 ABC협회 사무감사 발표를 통해 “ABC협회에서 발표한 유가율·성실률과 실제 유가율·성실률 간 상당한 차이를 확인했다”며 “신문지국 평균 유가율(발행부수 대비 유료부수 비율)은 62.99%, 평균 성실률(신문사 보고 부수와 ABC협회 표본지국 부수 공사 결과와의 격차)은 55.37% 수준”이라고 밝혔다. ABC협회가 밝힌 2020년 조선일보 유가율은 95%, 성실율은 98% 수준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고발장에서 “ABC협회 조사 담당자들이 조사를 나오기 전 미리 조사 대상 지국들에게 통보하는 형태로 부수공사 조작이 이루어졌다”며 “피고발인들은 사전 조작으로 부수 공사 조작을 미처 완성하지 못하면 보정자료를 통한 사후 조작으로 이를 보완해왔다”고 주장했다. 또 “공사원들이 자료 조작을 거부할 경우 명시적으로 압박을 당하거나 심지어 공사업무에서 배제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용학 전 ABC협회 사무국장은 중앙일보 인터뷰 등을 통해 이 같은 조작이 이성준 당시 ABC협회장 지시로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2021년 말 민주당 의원들은 “조선일보 지국에서 본사 계좌로 입금된 구독료를 확인하라”고 요구하고 경찰에 신문지국 하드디스크 포렌식 수사 등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수사를 주문했으나 대선을 거치며 국민들 관심에서 멀어졌고 수사는 흐지부지되었다. 당시 고발을 주도했던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28일 통화에서 “유가율이 95%라는 걸 믿을 국민이 어디 있나. 포장도 뜯지도 않은 새 신문이 동남아에 팔려나가던 현장 영상은 도대체 뭐냐”고 되물으며 “황당하고 어이없다. 부실 수사로 면죄부를 주는 수사기관에 개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같은 해 민생경제연구소와 언론소비자주권행동 등 시민단체가 조선일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한국ABC협회 등을 사기·업무방해·불공정거래행위·보조금 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서도 서울경찰청은 지난 9일 같은 사유로 '혐의없음' 불송치 결정했다. 이 중 불공정거래행위에 따른 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 고발권에 해당하는 사안이나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없어 공소권이 없다”고 했다. 고발에 나섰던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핵심 잘못은 인정하고도 모두 무혐의 처분한 것”이라며 규탄 행동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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