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장악 오염수 배출해" 이동관 첫 출근날 방통위 앞 울려퍼진 목소리
13개 단체 공동기자회견 이어 민언련 주최 필리버스터 진행
언론노조 등 단체 "방송장악위원회 법적 지위와 권한 거부"
민언련 이진순 대표 "해체하면 더 답답해질 수 있어"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첫 출근일인 28일 과천정부청사 앞은 이동관 위원장 규탄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13개 언론 현업·시민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동관 위원장 출근에 반발했고, 뒤이어 민주언론시민연합이 규탄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28일 오전 9시30분 언론단체 기자회견에서 이호찬 언론노조 MBC지부장은 “자신의 탄핵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 김효재 직무대행을 앞세워 온갖 법 절차를 어기며 공영방송 장악 시도를 자행했던 이동관”이라고 주장하며 “오늘부터 방통위의 모든 공영방송 장악 행위가 이동관의 책임이 될 것이며, 이동관 퇴진의 주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호찬 지부장은 “방통위 전체회의는 보통 수요일에 열린다. 하지만 이동관은 취임하자마자 전체회의를 열고 공영방송 보궐 이사들 임명을 밀어붙인다”며 “(최근 해임된 야권 추천)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해임처분 집행정지 심문 기일이 31일에 잡혀 있는데, 그 사이에 보궐이사를 임명해 알박기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호찬 지부장은 “이제는 야권 추천위원 단 한 명도 없이, 오로지 이동관 이상인 여권 추천 2명이서 공영방송 장악 행위의 최선두에 서서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적폐 이사를 끊임없이 MBC에 몰아넣으려고 하고 있다. 이동관이라는 방송장악 기술자의 수도꼭지에서 끊임없이 방송장악 오염수를 MBC에 배출해내고 있다”고 했다. EBS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한 28일 방통위 전체회의는 이동관 위원장과 대통령 추천 이상인 상임위원 둘만 출석했다. 다른 위원 3석은 아직 공석이다.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은 “지난 금요일 이동관은 임명장을 주는 윤석열 대통령 앞에 90도로 숙여 충성을 다짐했다”며 “이동관의 방송장악위원회는 수 많은 결정들을 할 것이다. 수 많은 국민의 말과 글을 빼앗고 언론인의 질문을 차단할 것”이라고 했다. 윤창현 위원장은 “언론 장악을 획책하고 국민의 말과 글을 도둑질하는 순간 순간마다 싸우겠다”고 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방송장악위의 어떤 법적 지위과 권한도 거부한다”며 “윤석열 정권과 이동관에 의해, 낡은 양당정치에 의해 수명을 다한 방송장악기구를 해체하는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이들 단체는 “여야를 막론하고 방송장악위원회의 한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이들에게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언론노조와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은 정파적 인사인 민주당 추천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방통위 상임위원 선임에도 반발하고 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규탄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고 있다. 민언련 필리버스터엔 이진순 민언련 상임공동대표, 김현 전 방통위 상임위원, 권태선 전 방문진 이사장, 언론노조 MBC·KBS·YTN 지부장, 민언련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첫 주자로 나선 이진순 대표는 “다수당인 민주당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의 공영방송 장악을 막아내기 위해서라도 방송 3법 개정안(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진순 대표는 “일각에선 민주당은 민주당 몫 위원 추천을 하지 말고 추천된 사람도 사퇴하라며 해체 투쟁을 주장하는 분들 있다. 이 주장에 공감한다”면서 “그러나 대안 기관이 있을 것인가. 기존 행정부처로 이관되면 더 답답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진순 대표는 “이 기회에 민주당이 방통위원 추천을 자당 국회의원 출신이나 정당인이 아닌 확실한 비전과 의지와 열정이 있는 사람을, 시민 대표성을 가진 사람을 뽑을 수 있도록 투명하고 공정하게 공개모집을 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민주당은 방통위 상임위원 공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강성원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국제적 신뢰와 인정 받는 공영방송을 육성하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문제는 이동관씨 본인이 그런 역할을 할 자격이 있느냐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강성원 지부장은 “방통위원장은 누구보다 방송의 자유와 독립성을 금과옥조로 여기고, 수호하기 위해 앞장서야 할 사람이 앉아야 하는 자리”라며 “이동관씨가 이명박 정부 때 홍보수석 등을 역임하며 자행한 일을 보면 방송 자유와 독립을 입에 담을 자격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이동관씨가 이명박 정부 때 활약한 당시 KBS의 독립성과 신뢰성은 나락으로 추락했다”고 했다.
지난 23일 임기를 마친 김현 전 방통위 상임위원은 “김효재 직무대행은 직무대행이라 탄핵 대상이 되는지 불분명했고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온정주의까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이동관 위원장은 임기가 시작됐다. 절차와 방식이 법에 근거하지 않거나 위원 2명으로만 진행할 수 있다고 해석해 진행하는 일이 쌓인다면 탄핵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김현 전 위원은 “적어도 이전 정부에서 해임할 때는 감사원 감사 결과 등을 토대로 결정했다. 그것도 적법하진 않았다. 무리한 경우도 있었다”며 “이번에는 방통위가 직접 나서서 탄압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다. (현재 해임절차가 진행 중인) 김기중 이사의 경우 이동관 위원장 임명 이후에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임의로 진행하면 불법 행위에 가담하는 것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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