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왕 머문 강화 절 터 추정지서 온돌 갖춘 2층 건물 구조 확인

'묘지사' 터 발굴 조사 결과… 중심·부속 건물 등 총 3동 
13세기 온돌 온전한 형태… 고급 청자·차 문화 유물도 출토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가 고려시대 사찰 유적으로 알려진 전(傳) 강화 묘지사지(妙智寺址)에서 2층으로 지은 다락집 형태의 건물 구조를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전 묘지사지란 묘지사 터로 전하는 유적이라는 의미다. 사진은 중심 건물지 평면 현황.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

고려시대 임금이 마니산 참성단에서 초제(醮祭·무속신앙이나 도교에서 별을 향해 지내는 제사)를 지내기 전 머문 것으로 추정되는 절 터에서 온돌시설을 갖춘 2층 다락집 형태의 건물구조가 발굴됐다. 13세기 고려시대 온돌의 온전한 형태가 발굴된 것으로, 이 시기의 다락집 구조 유적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는 경기 강화군 화도면의 고려시대 사찰인 묘지사 터(묘지사지) 유적 발굴조사에서 2층 다락집 형태의 건물구조와 온돌 등 유물을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고려사'(高麗史)에 따르면 강화 묘지사는 고려 원종(재위 1259∼1274) 때인 1264년 왕이 참성단에서 초제를 지내기 전 거처했던 사찰로 알려져 있다. 묘지사지는 고려가 몽골 침략에 맞서 수도를 강화로 옮긴 1232년(고종 19년)부터 1270년(원종 11년)까지의 시기인 이른바 ‘강도시기(江都時期)’의 유적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발굴조사 결과 건물지는 대규모 중심 건물지와 생활시설 등의 부속건물로 나뉜다. △큰 규모의 중심 건물지 △부속 건물지 2동 등 총 3동의 건물지가 확인됐다. 북쪽의 중심 건물은 경사 지형을 이용한 다락집 형태로, 위층에는 대규모 난방시설을 갖춘 방과 다락처럼 높게 만든 누마루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건물의 난방 시설은 방 양쪽에 설치된 아궁이를 통해 들어온 열기가 방 전체를 'ㄷ'자 형태로 회전하면서 건물 북쪽으로 각각 빠져나가는 구조로 추정된다. 연구소 관계자는 "13세기 방 전체에 깔린 온돌의 온전한 형태를 갖춘 귀중한 자료"라며 "온돌방에 잇대어 누마루가 설치되고, 하부는 별도 공간으로 활용된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온돌방에 잇대 설치된 누마루 아래쪽에서 별도 공간도 확인됐다. 연구소 관계자는 "이런 다락집 구조는 지금까지 같은 시기 유적에서 확인된 사례가 없는 것으로, 고려시대 건물 구조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고 덧붙였다. 발굴 조사결과 하단의 부속 건물지 2곳에는 아궁이, 부뚜막, 온돌 시설 등이 설치된 것으로 보인다. 이 건물들은 부엌과 온돌 공간으로 구분돼 생활공간으로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 이번 발굴조사에서는 차를 가는 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맷돌, 벼루, 찻잔 등 다양한 종류의 도자 유물과 기와 등도 잇달아 출토됐다. 연구소 측은 "전 묘지사지는 고급 청자와 차 문화를 향유한 상위 계층에 의해 강화도로 천도한 시기를 중심으로 조선시대 이전까지 운영됐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29~30일 이틀간 발굴조사 현장에서 현장설명회를 통해 조사 성과를 공개한다. 국립문화재연구원 유튜브 채널(youtube.com/@nrichstory)에서도 소개한다.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가 발굴한 고려시대 사찰 유적으로 알려진 전(傳) 강화 묘지사지(妙智寺址)의 중심 건물지 상층 온돌시설.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 제공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