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특별치안활동 보름 동안 정신질환자 응급입원 2.3배 급증

김나현 2023. 8. 2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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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이달 초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한 뒤 보름 동안 응급입원 조치한 인원이 평소 대비 2.3배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 서현역 칼부림 사건과 신림동 흉기 사망사건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경찰이 범죄 예방 차원에서 정신질환자 대상 응급입원 조치를 강화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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警, 흉기난동 대비 치안활동 강화
긴급성 고려 정신병원 강제 입원
매뉴얼 없이 출동 경찰 판단 의존
“자·타해 위험성 판단 어려워” 성토
“트라우마 발생 땐 치료 부정 영향”
전문가 “대응 매뉴얼 세분화 필요”

경찰이 이달 초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한 뒤 보름 동안 응급입원 조치한 인원이 평소 대비 2.3배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신림동 흉기 난동과 분당 서현역 칼부림 사건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경찰이 범죄 예방 차원에서 정신질환자 응급입원 조치를 강화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응급입원 조치를 무작정 강화하기보다는, ‘위기쉼터’를 제공하는 등 지역사회와 경찰의 협력체계를 바탕으로 치료와 상담 위주의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묻지마 흉기 난동이 발생한 지난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경찰청이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특별치안활동이 선포된 지난 4일부터 18일까지 보름간 전국에서 683건의 응급입원이 진행됐다. 하루 46건꼴이다.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일 평균 약 20건인 응급입원 현황을 크게 웃돈다.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경찰은 현장에서 위험도와 긴급성을 판단해 당사자 동의 없이도 정신병원에 최대 72시간 강제입원시킬 수 있다. 국민 불안 해소 차원에서 경찰의 능동적 대응은 필요하지만, 현장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일선 경찰들은 응급입원이 “가장 까다로운 업무”라고 입을 모으며, 그 이유로 ‘부실한 매뉴얼’을 들었다. 경찰이 자신과 타인을 해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당사자 동의 없이 응급입원시킬 때 구체적이고 계량화된 매뉴얼 없이 현장 경찰의 판단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가해자 격리와 피해자 안전조치가 이뤄지는 가정폭력, 교제폭력의 경우 현장에서 ‘위험성 판단 체크리스트(28문항)’를 통해 위험도 등급을 차등적으로 구분하는 매뉴얼이 있는 것과 차이를 보인다.

서울 지역 한 지구대 소속 A 경감은 “경찰이 의사도 아니고 현장에서 자·타해 위험성을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입원하기) 싫다는 사람을 데리고 갈 병원을 찾는 것부터 강제 입원시키는 것까지 모두 일선 경찰이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지역 파출소 소속 B 경위도 “야간에는 구청 복지사들이나 병원에서도 연락도 잘 받지 않아 경찰이 현장에서 모든 걸 판단한다“며 “응급입원자들 대부분 혼자 살고 있는 경우가 많아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강제입원시킬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위험성·긴급성에 대한 정밀한 판단 없이 이뤄지는 응급입원이 오히려 정신질환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5년째 조현정동장애를 치료 중인 정현성(40)씨는 “자신의 의사에 반해서 경찰에 의해 강압적으로 입원될 경우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트라우마가 생긴다”며 “‘위기쉼터’와 같이 당사자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며 상담을 받는 등 위험성에 따라 대응이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씨는 “망상·환청 등의 정신질환 증상이 무조건 범죄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라며 “강제입원에 트라우마가 생기면 오히려 병원을 꺼려하고 치료를 중단할 수 있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이 매년 발표하는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정신장애 범죄자는 전체 범죄자의 1% 미만 수준이었다. 2021년 정신장애 범죄자(8850명)는 전체 범죄자(124만7680명)의 0.7%로, 같은 해 전체 인구 수 대비 범죄인원 비중(2.5%)에 크게 못 미쳤다. 보건복지부 ‘국가 정신건강현황 보고서’ 기반 2021년 정신질환으로 진료받은 만 15세 이상 인원(약 235만명) 가운데 정신장애 범죄자 비중도 0.4%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자를 범죄자로 바라보는 사회적 낙인을 우려하며, 지역사회 내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정하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대표는 “자·타해 위험성이 높은 응급상황에선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맞지만, 강제입원 외 사회적 선택지가 없는 것이 문제”라며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강제입원이 이뤄질 경우 인권 침해 소지가 크고, 정신질환자를 범죄자로 낙인 찍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 대표는 “의사, 복지사, 동료지원가 등 전문성을 지닌 사람들이 팀을 이뤄(다학제팀) 응급상황에 처한 사람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경찰도 잘 모를 경우 응급지원팀에 연락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내에 치료 인프라를 확충할 때”라고 촉구했다.

권인숙 의원은 “정신질환자 응급입원 매뉴얼을 세분화해 위험 정도에 따라 적절한 대응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신질환자가 지역사회 내에서 지속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제도와 예산을 확보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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