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율성 흉상 조성 앞장, 기념공원은 결사반대…5·18부상자회장은 왜?
"5·18과 북한군 개입설 선 긋는 기회"…국가보훈부 요구 의혹도
(광주=뉴스1) 최성국 이수민 기자 = 2009년 광주 남구청장 재임 당시 남구에 정율성 거리를 조성했던 황일봉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장이 '정율성 역사공원 건립을 강력 반대한다'는 신문광고를 게재하는 등 상반된 행보를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 등에 따르면 4·19민주혁명회·희생자유족회·공로자회와 공법단체인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공로자회는 전날 3개 일간지에 '조선인민국 행진곡과 팔로군 행진곡을 작곡한 공산주의자 정율성 역사공원 건립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했다.
이들 단체는 "중국으로 건너간 정율성은 중국 공산당 당원과 북조선로동당 당원으로 활동했고 중화인민공화국으로 귀화한 인물로,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은 4·19혁명정신과 5·18민주화운동정신을 훼손하는 일이자 우롱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4·19 3개 공법단체와 5·18 2개 공법단체는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을 결사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광고는 5·18 두개 단체 내부의 이사회 의결 없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5·18 두 단체 가운데 한 곳인 5·18부상자회 회장을 맡고 있는 황일봉 회장은 2009년 당시 남구청장으로 재직하며 남구 양림동에 현재의 정율성 거리 조성에 앞장섰던 인물이어서 그의 갈지자 행보에 시민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2009년 4월 중국 광저우시 해주구 청년연합회는 정율성 흉상을 남광주JC에 기증했고, 남광주JC는 이를 다시 남구에 기증했다.
남구는 같은해 7월15일 흉상제막식을 후원했고, 황 전 청장 등 참석자들이 제막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는 사진 등은 현재도 이 거리에 사진물로 남아 있다.
황일봉 회장은 이번 입장 발표에 대해 '5·18민주화운동의 정체성을 국민들에게 명확히 하는 차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5·18민주화운동 진상조사를 통해 북한군 침투설 등은 명백한 역사적 허위·폄훼·왜곡임이 증명됐지만 여전히 일각에서는 이를 폭동이나 북한군 침투설 등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 회장은 "아직도 5·18 관련 기사 댓글을 보면 70~80%가 빨갱이들의 소행, 폭동 등 말도 안되는 폄훼로 점철돼 있다"며 "5·18 영령들이 오로지 헌법 질서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전두환 군사정권에 맞서 싸운 역사라는 정체성을 명백히 하려는 취지였다"고 강조했다.
또 논란의 중심이 된 정율성 기념공원 조성 사업에 대해서는 반대의 입장을 명백히 했다.
황 회장은 "광주 출신인 정율성이 중국 3대 음악가이자 혁명가인 건 틀림없지만 공산주의자인 것도 명백하다"면서 "남구에 정율성 거리를 조성한 이유는 당시 국민들의 반대가 없었고 중국와의 문화교류, 수출 등 외교적 관계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지 정율성을 우상화하자는 취지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당시에도 국민들의 반대가 지금처럼 심했다면 정율성 흉상을 제막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민 반대가 심각하고, 국가의 정체성이 문제시 되는데도 기념공원 등에 48억원 투자해 우상화할 필요가 있느냐. 정율성은 이렇게까지 무리해서 부각시킬 만한 인물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어 "5·18민주화운동은 북한과 관련 없는 4·19혁명처럼 반란 군부 독재 정권과 맞서 싸운 역사적 민주화운동임을 다시 한번 밝힌다"고 강조했다.
황일봉 부상자회장의 이같은 입장에도 일각에서는 공법단체가 국가보훈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차원에서 '정율성 기념공원 조성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한 5·18단체 관계자는 "지난 25일 국가보훈부와 5·18 공법 3단체가 조찬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국가보훈부 측이 박민식 장관의 발언을 지지하고 협조해달라는 부탁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율성과 5·18이 전혀 상관 없는 상황에서 정계의 논란에 뛰어드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정율성은 항일단체 조선의열단 출신 중국 3대 음악가로 꼽히나 최근 생가터 역사공원 조성 사업을 놓고 이념 논쟁에 휘말렸다.
SNS를 통해 이념논쟁을 시작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정율성은 공산주의자다. 장관직을 걸고서라도 정율성 관련 사업을 저지하겠다"고 밝혔고, 강기정 광주시장은 "정율성 기념사업은 30여년 전 정부가 시작했고 민선 6·7·8기까지 이어온 사업으로 당당히 추진하겠다"며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광주시는 2020년 5월 동구 불로동 생가 일대에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계획을 발표하고 올해 연말까지 48억원을 들여 완성하기로 했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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