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권 9년 반 만에 적자 전환
고금리 여파로 국내 저축은행 업계가 올 상반기 1000억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다. 9년 반 만에 처음으로 반기(半期) 기준 적자를 낸 것이다. 작년에 비해 예대금리 차(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가 줄어들고, 대출 고객의 연체율이 늘면서 수익성이 떨어졌다.
금융감독원은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1~6월) 당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8956억원) 대비 9918억원 감소해 962억원의 당기 순손실(적자 전환)을 기록했다고 28일 밝혔다. 저축은행 업권이 반기 기준으로 적자를 낸 것은 지난 2013년 하반기(-4232억원) 이후 처음이다. 다만 올 2분기(4~6월) 적자 규모는 434억원으로 1분기(1~3월·528억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저축은행 적자의 주된 원인은 이자 이익 감소다. 이자 이익이란 은행이 대출 이자로 벌어들인 수익에서 예금 이자로 나간 비용을 뺀 것인데, 올 상반기 이자 이익은 2조7757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2978억원)보다 5221억원(16%) 줄었다. 지난해 하반기 고금리에 판매한 정기 예금의 여파가 올해 예금 이자 부담을 증가시킨 것이다. 예대금리 차는 지난해 하반기 6.01%포인트에서 올 상반기 4.72%포인트로 1.29%포인트 떨어졌다.
저축은행들이 대손충당금(대출을 떼일 것에 대비해 미리 손실 처리하는 것)을 늘린 것도 실적을 악화시켰다. 올 상반기 저축은행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1조9312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020억원)보다 48.3%(6292억원) 늘었다. 저축은행은 주로 금융 취약층에게 돈을 빌려주기 때문에 요즘과 같이 금리가 오르면 연체율이 상승하고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 지난 6월 말 저축은행의 총여신 연체율은 5.33%로 작년 말(3.41%) 대비 2%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 하반기 저축은행 영업 환경은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이나,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악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저축은행의 건전성 제고를 위해 지속 노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