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반성문에 "계획 범죄 아냐" 주장까지…정유정 감형 노리나

노경민 기자 박상아 기자 2023. 8. 2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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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석 의무 없는' 공판준비기일 2차례나 참석…반성문에 "정신과 약 복용"
전문가들 "최대한 감경하려는 의도…재판부 안 받아들일 것"
온라인 과외 앱을 통해 처음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23)이 지난 6월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3.6.2/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노경민 박상아 기자 = 또래 여성을 무참히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및 유기한 정유정(23)이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재판을 통해 감형을 노리려는 정황이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재판부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는 28일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절도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에 대한 2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정유정은 이날 '살해 및 사체 유기 등 범행에 대해 인정하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네"라고 하면서도 "계획적인 범행이 아니었다. 경제적인 부분에 불만을 갖고 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공소사실에 나온 범행 동기 내용 중 성장 과정 등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자신이 고등학생 시절 새 할머니의 뺨을 때렸다고 검찰은 판단했으나, 정유정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정유정은 지금까지 총 6차례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다. 반성문에는 정신과 약을 먹고 있고 반성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계획적 범행에 비해 우발적 범행이 형량에 유리한 양형 사유로 참작되는 점을 고려하면 정유정이 '형량 낮추기'에 신경 쓰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또 정신과 약물 복용 여부도 감형을 노리는 데 피고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골 요소다. 형법 제10조에 따르면 심신장애로 인해 범죄를 저지른 자는 형을 감경받을 수 있다.

정유정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범행 현장에 실제로 없었던 여성이 눈에 보인다는 등 다소 황당한 진술을 펴기도 했다. 검찰 송치 과정에선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특히 자신의 처지에 대해선 눈물을 흘릴 정도로 슬퍼하면서도 피해자에 대해선 진정성 없이 '반성한다'는 말만 형식적으로 되풀이 한 것으로 파악됐다.

담당 부산지검 수사팀은 최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정유정은 다른 사람이 시켜서 범행했다거나 실제로 없는 여성이 보이기도 했다는 진술을 했다"며 "심신미약 주장의 일환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유정이 지난 5월26일 부산 북구의 자신의 집에서 캐리어를 끈 채 피해자의 집으로 이동하고 있다.(부산경찰청 제공)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는 공판준비기일에 2차례 모두 법정에 출석한 점도 양형을 의식한 일종의 '보여주기식 제스처'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함혜현 부경대 경찰범죄심리학 교수는 "형법 제51조는 범행이 계획적인지, 우발적인지를 양형에 참작해야 할 조건으로 들고 있다"며 "이를 의식해 최대한 형을 감경해보려는 의도로 보인다. 자기애적 성향도 강하고 집요한 피고인의 성격에서 나온 태도로 해석된다"고 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동안 수사 과정에서 나온 구체적인 증거가 수두룩해 정유정의 주장은 수사 결과와 동떨어진 주장일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사전에 흉기를 챙기거나 교복을 입어 학생으로 위장하는 등 현장에 폐쇄회로(CC)TV에 많은 범행 모습이 찍혀 신빙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발적 범행임을 입증할 만한 객관적 증거를 과연 찾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피고인의 범죄 과정이 명백히 계획적으로 드러난 부분이기 때문에 검찰이나 재판부에 참작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피고인 입장에선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형량을 줄여볼까 하는 마지막 시도로 보이고, 재판 전략이라고 부르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처절함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담당 검찰 수사팀도 "형사재판에서 심신미약에 대한 인정 여부는 전문가의 과학적 진단뿐만 아니라 범행 경위와 범행 전후 피고인의 행태 등에 관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되는 것"이라며 "정유정의 주장만으로는 쉽게 (재판부에)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유정은 공개 재판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기도 했다. 정유정 측 변호인은 "대중에게 노출되거나 왜곡된 내용이 전달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모방범죄의 가능성과 국민에게 미치는 정서적 영향을 고려해 비공개로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추후 정유정이 어떤 이유에서 정신과 약을 먹는지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피고인 측에서 피고인의 아버지, 할아버지, 새 할머니 등 가족에 대한 증인도 신청해 추후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도 열릴 것으로 보인다.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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