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유탄…삼성·LG 러시아서 고사위기
TV 시장 점유율 19%서 4%로…中기업이 빠르게 잠식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러시아에 진출해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의 현지 사업이 속속 고사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현지에 남겨진 친서방 기업들의 자산을 사실상 몰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 측은 외국 기업이 현지 사업체 매각 승인을 요청하면 승인 대신 압류를 통보하는 등 의도적인 몰수에 나서고 있다. 현지 공장 매각이 난항을 겪고 반강제적으로 공장 가동을 요구하는 러시아 정부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한국 기업들은 '러시아 딜레마'에 직면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 기업이 주도했던 가전제품 등 일부 사업은 시장 점유율이 10% 아래로 주저앉았고 그 빈자리를 중국계 기업이 빠른 속도로 채우고 있다.
28일 산업계와 콤메르산트 등 러시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1월 러시아 내 TV 시장 점유율이 19.1%에 달했지만 올해 1월에는 4.2%까지 감소했다. 2006년 국내 가전기업으로는 처음 러시아 지역에서 공장 가동을 시작한 LG전자는 지난해 8월 루자 공장 작동을 전면 중단했다. 2008년 가동 이후 이익 행진을 거듭했던 삼성전자 칼루가 공장도 지난해 3월 운영을 중단한 이후 순손실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상실한 시장 점유율은 중국 기업들의 몫이 됐다. 시장조사기관 GfK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러시아 시장에서 삼성전자·LG전자의 냉장고·세탁기 등 가전시장 점유율은 40%를 넘었고 하이얼·하이센스 등 중국 기업 비중은 25%에 불과했다. 그러나 국내 산업계와 현지 언론은 올해 들어 한국 기업 점유율이 10% 이하로 떨어졌고 중국 기업이 90%를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국내 기업 제품은 주로 제3국을 통해 병행수입 형태로 반입되고 있다. 국내 기업의 현지 공장은 서방 국가에 대한 제재로 부품이 조달되지 않아 현지 생산이 막힌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에 생산시설을 둔 한국 가전기업들에 공장 재가동을 요청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은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였다.
현대자동차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 대한 매각·철수를 검토 중이다. 현재로서는 현지 국영회사나 카자흐스탄 기업에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이네켄 러시아법인은 최근 4300억원대 손실을 떠안고 1유로에 현지 업체에 팔렸다.
삼성중공업은 2019년 러시아에서 수주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5척이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잠복해 있다.
[최승진 기자 / 이유섭 기자 /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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