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대국화 日 잡아라"… 글로벌 방산, 도쿄로 집결

이승훈 기자(thoth@mk.co.kr) 2023. 8. 2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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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5년간 무려 43조엔
日정부 방위비 대폭 늘리고
해외로 무기 수출도 허용
美 록히드마틴·英 BAE 등
일본으로 아시아 거점 옮겨

글로벌 방산업체가 일본 시장 강화에 나섰다. 아시아 거점을 일본으로 옮기고 새로운 판매 전략의 시동을 켠 것이다. 일본 방위비 예산이 종전보다 대폭 늘어난 데다 일본 정부가 무기 수출이 가능하도록 정책을 바꾸면서 이들 기업이 일본에 주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글로벌 대형 방위산업체가 일본으로 아시아 거점을 옮기는 것을 포함해 일본 정부·기업과의 협력 강화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록히드마틴은 올해 아시아 총괄 거점을 싱가포르에서 일본으로 옮겼다. 기존에는 분쟁이 자주 일어나는 동남아시아에 관심을 뒀으나, 북한 미사일 발사와 중국의 대만 위협 등으로 동아시아에서 긴장감이 고조되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록히드마틴은 일본에서 한국과 대만 시장도 관할한다. 일본은 록히드마틴이 제작한 패트리엇 미사일 PAC-3와 F-35 스텔스 전투기 등을 구매한 '큰손' 중 하나다.

영국 BAE시스템스는 아시아 거점 기능을 말레이시아에서 지난해 설립한 일본 법인으로 연내에 이관할 계획이다. 이 기업은 지역 책임자를 두고 아시아 전체 전략을 관리하도록 하는 방침을 구상하고 있다. 현재 일본은 영국·이탈리아와 함께 차세대 전투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BAE시스템스는 아시아 거점 이전을 통해 전투기 개발 사업에서 일본과 긴밀하게 협업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L3해리스테크놀로지는 지난해 6월 일본에 법인을 세웠다. 이곳에서 무인기(드론)·전자전 등 일본 내 새로운 수요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지뢰 탐지기 등에서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협력해온 프랑스 탈레스는 직원을 새롭게 뽑고 사업을 함께할 일본 기업을 찾고 있다.

튀르키예 방산업체 STM은 자폭형 드론 등을 판매하기 위해 지난 3월 일본에서 열린 방위 장비 국제전시회 'DSEI 재팬'에 처음 참가했다. 이들은 일본 방위성이 가을에 주최하는 전시회에 참여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글로벌 방산업체가 일본으로 몰려가는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방위비 증액이 있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3대 안보 문서를 개정하면서 국내총생산(GDP)의 1%인 방위 관련 예산을 2027회계연도(2027년 4월~2028년 3월)에 2%로 늘리고, 2023~2027년 5년간 방위비 43조엔(약 388조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2023년 이후 예산은 종전의 1.5배 수준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반격에 사용하는 장사거리 미사일에 5조엔, 노후한 부품 교체 등 유지·정비에 2배 이상인 9조엔을 투입하기로 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방위비는 GDP의 1.1%로 전 세계 10위에 달한다. 1위는 미국, 2위는 중국이다.

일본 정부가 무기 수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의 운용 지침 개정을 논의하는 것도 글로벌 방산업체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기존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에서 방위 장비 공동 개발 국가 이외 국가로의 장비 수출은 구난과 수송, 경계, 감시, 기뢰 제거용 등 5가지 유형으로 한정됐다. 이후 지침이 개정되면 살상 능력이 있는 무기까지 수출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제프리 호난 미국 랜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본 방위 장비 이전 지침이 개정되면 자위대라는 유일한 구매자를 넘어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며 "시장 규모가 커질 경우 가격도 낮아지는 장점이 생긴다"고 분석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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