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수입줄자 신흥국 성장률 급락···미중, 수출규제 실무그룹 발족
무역·관광 등 중국 악재에 큰 타격
나이키 주가도 11일 연속 떨어져
인플레 압력은 경감 긍정적 효과도
7년만에 中 방문한 美 상무장관
"美中 관계유지 중요"
중국발 경기 침체가 전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의 공장이자 시장 역할을 맡던 전 세계 2위 경제 대국 중국의 경제가 몸살을 앓자 중국의 영향력이 높은 주요 국가와 기업들도 감기와 재채기로 신음하는 형국이다. 중국을 통해 수십 년간 호황을 누렸던 글로벌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았고 중국의 소비 침체로 수출이 줄어든 국가는 무역수지가 악화되고 올해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나섰다. 중국발 경기 둔화로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벗어나는 효과도 기대되지만 중국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 도움은커녕 손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만 해도 교역 1위 대상 국가인 중국을 향한 수출이 급감하는 등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28일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의 3분의 1을 주도할 예정이던 중국 경제가 최근 몇 달 동안 급격하게 둔화하면서 전 세계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경기가 침체돼 건축자재부터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품목의 수입이 줄어듦에 따라 정책 입안자들은 자국 경제가 받을 충격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국가의 수출이 당장 타격을 받고 있다. 일본은 중국의 자동차와 반도체 수요가 줄면서 올 7월 2년여 만에 처음으로 수출이 감소했다. 한국도 7월 대중국 수출이 25% 급감하는 등 무역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약한 경제 회복세로 한국은 최악의 경우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인 1.4%에서 1.2%로, 내년은 2.3%에서 1.9%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2분기 GDP가 시장 예상치(3.1%)를 크게 밑도는 1.8% 성장에 그친 태국은 연간 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7~3.7%에서 2.5~3.0%로 하향 조정했다.
기업들의 실적 전망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나이키의 경우 이달 9일부터 24일까지 11거래일 연속 주가가 하락했다. 1980년 이후 최장 기간 연속 하락세다. 이 기간 주가는 10.99% 하락하고 시가총액은 184억 2000만 달러(약 24조 4000억 원)가 증발했다. 중국은 나이키의 회계연도 2023년 4분기(3~5월) 기준 매출액의 14.1%를 차지할 정도다. 나이키의 주요 공급처 중 하나인 신발·의류 소매 체인 풋락커도 올해 연간 매출액이 전년 대비 8~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명품 업계 역시 불황을 걱정하고 있다. 올해 초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수요 증가 기대감으로 유럽 기업 최초로 시총 5000억 달러를 넘었던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를 비롯해 구찌의 모회사 케링, 에르메스, 리치몬트 등 명품 브랜드 주가가 최근 급락하고 있다. 이들 명품 브랜드의 중국 매출 비중은 적게는 17%에서 많게는 35%에 이를 정도다.
중장비 업체 캐터필러, 화학 기업 듀폰은 2분기 실적 감소 원인으로 중국 경제 둔화를 들었다. 앵글로아메리칸·글렌코어·리오틴토 등 대형 광산 업체의 주가도 올해 20~40% 하락했다. 엔비디아와 퀄컴 등 반도체 업체 또한 매출 감소 가능성이 커졌다.
여행 수지가 국가 경제에서 주요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들도 중국 관광객 감소로 타격이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부킹닷컴의 모회사로 전 세계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부킹홀딩스는 이달 중국 관광객의 해외 출국이 줄어들고 있다며 “당분간, 아마도 상당한 시간 동안 중국의 회복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가 부정적인 영향만 있지는 않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경기 둔화로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중국의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전 세계로 배송되는 상품 가격이 내릴 것”이라며 “이는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미국과 영국 등의 국가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인도와 같은 일부 신흥 시장은 중국을 떠나는 외국인 투자금을 유치할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 2대인 중국 경제의 부진이 장기화하면 결국 세계에는 악재가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BCA리서치의 피터 베레진 수석글로벌전략가는 “중국의 디플레이션이 세계 경제에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면서도 “만약 미국과 유럽 등 나머지 세계가 불황에 빠지고 중국 경제도 계속 약해진다면 중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 전체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미중 경제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상무장관으로 7년 만에 중국을 찾은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이날 미중 경제의 안정을 강조했다. 중국국제방송(CGTN)에 따르면 러몬도 장관은 이날 오전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의 회담에서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안정적인 경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전 세계가 미국과 중국이 안정적인 경제 관계를 유지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회담 이후에는 수출 통제와 관련한 정보 등을 교환하고 무역 문제를 다룰 실무그룹을 출범시키기로 합의했다. 러몬도 장관은 “이번 교류가 미국 안보 정책에 대한 오해를 줄일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첫 번째 회의는 29일 베이징에서 열리며 양국 차관보급이 참석한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bright@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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