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하기 겁나요" 계속되는 '칼부림' 공포
경찰, 25일까지 315건 검거
서울시 자율방범대 순찰 강화
은평구 흉기난동범 영장 기각
'서현역 피해' 20대女 끝내 사망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흉기난동을 포함한 각종 강력 사건들에 시민 불안이 계속되자 경찰이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순찰 강화 등 치안 안정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주말에도 흉기난동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아 치안당국의 이 같은 조치가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25일까지 특별치안활동 기간 동안 흉기난동을 포함한 시민 안전 위협 사건은 총 315건으로 집계됐다. 살인 미수 25건과 흉기 폭력행위 163건 등이다. 이 중 구속 54건을 포함한 86건에 대해 신병처리를 했다.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살인예고 글을 올린 228명을 검거했고 이 중 22명을 구속했다. 고위험 정신질환자 937명에 대해서는 입원 등 응급조치를 실시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민 안전이 최근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만큼 주요 사건 발생 시 시도청에서 직접 수사 지휘를 할 수 있게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도 잇따라 발생하는 무차별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사회 순찰 활동 강화에 나섰다. 서울시는 지난 25일 서울시 자율방범연합회, 자율방범연합대, 서울경찰청과 관련 회의를 통해 동 단위로 조직된 자율방범대(454개)의 자체 순찰과 자치구별로 조직된 자율방범연합대(30개)의 합동 순찰을 늘리기로 했다. 기존 주 2∼3회에서 현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매일 실시할 계획이다. 자율방범연합회는 자치구별 자율방범연합대와 순환으로 합동 순찰을 하고 자율방범대의 지역사회 순찰을 지도·지원한다.
이처럼 강력 범죄에 대한 치안당국의 단호한 대처와 지자체의 적극 대응에도 불구하고 지난 주말 전국 각지에서는 흉기난동 사건이 잇따랐다. 지난 27일 경북 영천시에서는 술에 취한 50대 남성 A씨가 식당에서 흉기를 휘둘러 옆자리 손님 1명이 숨지고 이 남성의 일행과 다른 손님 3명이 다쳤다.
서울 은평구 갈현동 주택가에서 흉기를 들고 소란을 피우던 30대 남성 B씨는 범행 당일인 26일 체포됐다. 이 남성은 전직 요리사로 일할 당시 쓰던 칼 등 흉기 8개를 소지하고 있었는데, 이 중 2개를 들고 자해하겠다며 난동을 부렸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2시간30분가량 경찰과 대치하면서 특공대원 21명과 강력팀 8명, 지역경찰 18명 등 48명이 현장에 투입돼 행정력 낭비를 초래했다. 그럼에도 28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심사(영장전담부장판사 정인재)에서 B씨는 "도주 우려가 없다"며 구속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B씨는 4년 전 조울증 진료를 받은 이력이 있음에도 현재 복약하고 있지 않다. 정 부장판사는 "범죄 중대성이 인정되나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인명 피해 발생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구속영장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25일 오후에는 서울 광진구 군자동 거리에서는 흉기를 들고 돌아다니던 20대 남성이 불구속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이 남성은 환청 등의 증상을 호소해 입원 조치됐다.
전문가들은 순찰 강화가 단기적으로 시민 불안을 잠재울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들의 범죄를 막으려면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사전에 파악하고, 사회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정신질환자 관리와 신속한 체포와 강력한 처벌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 최원종이 저지른 '분당 차량 돌진 및 흉기 난동 사건' 당시 차량에 치여 입원 중이던 20대 여성이 이날 끝내 사망했다. 이로써 최원종 사건으로 인한 사망자는 60대 여성 피해자에 이어 2명으로 늘었다.
[박나은 기자 / 권오균 기자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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