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한 진로 때문에 밥벌이 걱정" 韓, 의사 10만명중 의과학자 500명
안정적 환경 제공할 필요"
공대의전원 설립 위해선
의대정원 증원 필요하지만
의료계 반대로 '지지부진'
◆ 공대 의전원 급물살 ◆
의학과 과학 간 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여전히 두 영역이 별개 분야로 인식된다. 국내에서도 의사과학자를 양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나 의료계 반대와 불투명한 진로 등이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28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매년 약 3000명의 의사가 배출된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의사과학자의 길을 걷는 이는 연간 50명 안팎에 그치고 있다. 국내 의사 약 10만명 중 의사과학자는 700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의과대학원 졸업생 중 의사과학자로 남는 이가 10% 미만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는 의과대학원을 졸업한 이후 독립된 연구자로서 안정적인 연구 환경과 연구 참여 기회 등이 부족한 탓이다. 대학병원 안에 자신의 실험실을 갖추고 연구 활동을 이어가는 의사과학자도 있지만 대다수가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에 70~80%의 시간을 할애하는 실정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쉽게 말해 의사과학자만 해서는 '밥 먹고 살기 힘들다'는 것"이라며 "결국 현재 시스템에선 엄청난 소명의식 등 특이한 개인적 이유 없이는 '의사과학자'와 '임상의사' 두 가지 선택권을 놓고 후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러 과학계 관계자는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과기의전원) 설립이 의사과학자를 위한 안정적 환경을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하일 KAIST 교수는 "과기의전원 설립은 연구를 하고 싶은 의사에게 온전한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포스텍은 2028년 개원을 목표로 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입학 정원은 50명 내외이고 총 8년간 교육을 받는다. 임상 실습 전 교육 2년, 연구 프로그램 4년, 임상 실습 교육 2년 등 '2+4+2'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대학, 지역병원, 바이오 기업 간 협업을 추진해 포항을 최첨단 의료도시로 탈바꿈시키고 지역 상생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KAIST는 2026년 개원을 목표로 과기의전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KAIST 교육 프로그램은 '3+1+4'로 구성된다. 3년간 의학집중 교육을 받고, 1년간 융합의학 교육, 4년간 박사과정을 거친다. 이공계 학부 졸업생을 대상으로 학생을 모집해 이 과정을 모두 마친 졸업생에게 학위가 수여된다. KAIST는 그동안 의사과학자를 양성해온 경험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2004년 KAIST 의과학대학원이 창설돼 200명 가까운 의사과학자를 배출한 바 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과기의전원을 설립해 의학과 첨단 공학기술을 융합할 수 있는 의사공학자를 본격적으로 양성하겠다는 포부다. 의학과 공학을 기반으로 한 창업도 적극 독려해 국가 산업에 공헌하는 역군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과기의전원 설립을 위해선 의료계 반대라는 걸림돌을 넘어야 한다. 과학기술특성화대에 과기의전원 등을 세우려면 의대 정원이 늘어나야 한다.
정부가 의료계와 의대 정원 증원을 논의하고 있으나 지지부진하다. 만약 의대 정원을 늘리는 데 실패하면 과학계에선 현 의대 정원에서 따로 과기의전원에 인원을 배치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에선 이를 수용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고재원 기자 /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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