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연찬회서 재점화된 '수도권 위기론'···당내 '온도차' 뚜렷

당 지도부 "발언 자중" 당부했지만
윤상현 "지도부, 좀 더 위기의식 가져야"
안철수 "경제 지표 나빠" 여당 책임론 제시
'내홍 잡기' 나선 김기현 "건강한 논쟁"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8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23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국민의힘의 내년 총선 전략을 논의하는 연찬회에서 ‘수도권 위기론’이 다시금 화두로 떠올랐다. 당 지도부가 “발언을 자중하라”고 당부했지만, 일부 의원들은 우려감을 공개적으로 표시하면서 선거를 앞두고 당내 인식의 괴리가 좁혀지지 않는 모습이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28일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누구든지 정책이나 당의 운영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지만, 그 표현 방법이 일반인이 공감하기 어려운 말은 자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무총장은 앞선 자신의 ‘승선 불가’ 발언은 윤상현 의원의 “국민의힘에는 큰 암 덩어리가 두세 개 있다”는 발언을 겨냥한 것이라며 “말 좀 자중하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무총장은 “(윤 의원이) 우리 당의 암 덩어리가 치료가 안 된다고 했다”며 “그것을 가지고 당원들이 진짜 난리가 났다. 당원들의 마음을 봐줘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수도권 위기론은) 언론이 만든 이야기”라며 “수도권은 언제나 위기였다”고 꼬집었다. 이어 “수많은 선거를 치러봤지만, 선거는 국민이 결정하는 것이지 내가 하는 게 아니다”며 “좋고, 나쁘다는 그 순간의 이야기일 뿐 결과는 다른 것들이 참 많았다”고 덧붙였다.

이 수석은 “수도권에서 오래동안 저쪽 당(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잡았기에 사람이 없어 보이는 것은 맞다. 그 정도 네임밸류인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출마할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고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와 대통령실의 당부에도 이날 의원들 사이에선 재차 ‘수도권 위기론’ 발언이 나왔다. 논란을 촉발시킨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수도권 위기론을 말한 것은 당을 위한 충정 또는 총선 승리, 특히 당 지도부를 보완하고 보강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총선에서) 민주당을 찍겠다는 여론이 훨씬 높게 나오는데, 우리는 좀 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

이어 “수도권에서 매년 지니까 ‘받아들여야 된다’가 아니라 ‘적어도 민주당보다 한 석이라도 더 많이 이겨야 한다’가 포인트가 돼야 한다”며 “이걸 목표로 두고 우리 당과 정부가 혼연일체가 돼 스스로 반성할 건 하고, 대안이 될 건 되고 또 수도권 정서에 맞는 사람들과 정책과 전략과 메시지를 담아내는 노력을 지금부터라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수도권 위기론’을 설파해온 같은 당 안철수 의원 역시 “여당에 인재가 부족하다는 우려에서 말한 것”이라며 “수도권 선거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경제인데, 7월부터 지표가 나빠지는 조짐이 보인다. 그리되면 내년 선거에서 여당이 책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안 의원은 당 지도부를 향해 “인재영입과 함께 수도권 승리하기 위해 제대로 된 경제정책, 특히 산업정책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지도부와 수도권 의원 간 내홍 잡기에 나섰다. 김 대표는 “수도권 선거를 가지고 여러 가지 (당내) 논란을 벌이는 것은 매우 건강한 논쟁이라고 생각한다”고 논쟁의 당사자들 모두를 감싸안는 언급을 했다.

김 대표는 “수도권 선거에서 우리가 어렵지 않았던 때가 딱 한 번 빼고는 없지 않았는가”라며 “그만큼 우리가 더 심혈을 기울여서 수도권 민심 다가가기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이 전국 선거를 주도하려 한다면 무엇보다 좋은 인물이 앞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며 “그런 분들이 새바람을 일으키고 개혁을 주도해 나간다면 우리 취약지역과 수도권 지역에서도 우리가 압승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을 반드시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진석 기자 ljs@sedaily.com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