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치악산' 논란 결국 법정으로? "제목 변경 불가"vs"상영 막아달라"

공포영화 '치악산' 제목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결국 법정싸움으로 번지게 됐다.

27일 강원도 원주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영화?'치악산'?상영금지?가처분?신청과?함께?상영으로?인해?발생할?수?있는?모든?유·무형의?피해에?대해?손해배상?청구?소송을?제기할?방침"이라고 밝혔다.

9월 13일 개봉하는 '치악산'은 40년 전, 의문의 토막 시체가 발견된 치악산에 방문한 산악바이크 동아리 '산가자' 멤버들에게 일어난 기이한 일들을 그린 리얼리티 호러 영화다.

하지만 원주시는 실제 지명을 제목으로 쓰고, 확인되지 않은 토막살인 괴담을 모티브 삼았다는 이유로 이미지 훼손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제목 변경 및 영화 내용 중 치악산이 언급되는 대사 삭제를 요청했다. 원주시와 영화 제작사 양측은 지난 23, 24일 원주시청에서 만나 협의를 진행했지만 결국 '치악산' 측이 여러 이유로 "제목 변경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원주시 측은 재차 변경을 요청했고, 이후 피드백에 따라 방향을 정하겠다고 한 상황에서 제작사 측이 입장을 굽히지 않자 법적 조치까지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원주시에 위치한 구룡사 신도회 역시 28일 오후 개봉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치악산' 측도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촬영을 모두 마친 상황에서 주요 배우 중 군입대를 한 출연진도 있어 물리적으로 재촬영 등이 불가능 하다는 것. 하지만 원주시 측은 사전에 지명 사용 관련 논의가 없었던 것을 이유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18토막 살인사건 괴담을 모티브로 한 공포영화 '치악산(김선웅 감독)' 개봉을 앞두고 원주시가 상영 금지 가처분 등 법적조치에 나선 데 이어 구룡사 신도회가 28일 개봉 중단을 촉구하고 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 지명을 사용했던 다른 작품들의 경우 어땠을까. '곤지암', '곡성', '옥수동 귀신', '서울괴담' 등 다양한 작품들이 실제 지명을 영화 제목 및 소재로 활용한 바 있다. '곤지암' 역시 지난 2018년 정신병원 부동산 소유자가 개봉 전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는 "영화 '곤지암'은 소유주 개인을 소재로 한 영화가 아니므로 소유주의 명예와 신용이 훼손된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기각했다.

'곡성'의 경우 한자 표기를 달리 하는 방법을 택했고, 영화의 흥행 이후로는 관광 상품으로 발전시키는 등 영화와의 시너지를 냈다. '치악산' 논란을 향해서는 여전히 갑론을박이다. 한 관계자는 "결국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법정 다툼까지 가게 된 듯 하다"면서도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받아들여질 확률은 크지 않지만, 영화적으로 여론 재판에선 어떤 타격을 입게 될 지는 지켜봐야할 듯 하다. 지역사회의 경우 이미지가 중요한 만큼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귀띔했다.

한 예비 관객은 "영화를 본다고 해서 해당 지명이 꼭 그렇다고 받아들여지진 않을 거 같다. 영화는 영화로 봤으면 좋겠다. 어느 정도의 자유가 인정된다고 여긴다"면서도 "사전 동의가 없었다면 그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누리꾼은 "실제 옥수역에 살고 있는데 '옥수역 귀신'이라는 제목이 주민 입장에선 내키진 않는다. 그런 면에서는 충분히 원주시도 불쾌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논란 속에서도 '치악산'의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13일 개봉에 대한 변동 사항이 없는 것은 물론, 당장 사흘 앞으로 다가온 31일 오후 언론 및 배급 시사 및 기자간담회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영화의 결과물에 대한 업계의 시선이 쏠리는 상황. 해당 자리에는 김선웅 감독을 비롯해 배우 윤균상, 김예원 등 출연진들도 함께하는 자리에서 영화에 대한 의혹을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선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sunwoo@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도호엔터테인먼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