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달래려 전용차에 수억 금품 지원, 사측도 법과 원칙 지켜야 [사설]

2023. 8. 2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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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이 사용자로부터 전용차 10여 대와 현금 수억 원을 받은 사례가 정부 전수조사 결과 드러났다. 노조 사무실 직원의 급여까지 받은 노조와 근로시간 면제자 수가 한도를 크게 초과한 사업장도 확인됐다. 노조가 사측에 과도한 금품·편의 등을 요구하고, 사측이 노조를 달래기 위해 이를 들어주는 '노사 간 짬짜미' 관행이 드러난 것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8일 "불법적인 노조 전임자와 운영비 원조 운영 실태를 파악하고 부당 노동행위 감독도 강화하겠다"며 노사 법치주의 확립과 노사 담합 근절 방침을 밝혔다. 과거에는 노사관계를 노사 자율에 맡겨왔지만 이제 정부가 적극적인 개입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사용자의 노조 운영비 원조를 투명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임금 체불에 대한 감독도 강화하기로 했다. 또 휴면 노조 등 실체 파악이 어려운 노조에 대한 실태조사도 벌이기로 했다.

고용부가 '노사 법치'에 강한 의지를 밝힌 것은 노동시장에 불법행위가 만연하는 등 법과 원칙이 확고하게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정부가 불법쟁의에 엄정 대응하고, 노조회계 투명성 강화에 나서면서 불법파업과 근로손실일수가 줄어드는 등 성과가 있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위법한 근로시간 면제 적용과 운영비 원조 등은 노조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침해하고, 건전한 노사관계 형성을 방해하고 있다. 이런 잘못된 관행은 노조의 부당한 금품 요구가 주원인이지만, 노조와 적당히 타협하고 특혜를 준 기업에도 책임이 있다. 정부가 법질서를 침해하는 노사에 대해 각종 정부 사업 참여 자격을 제한하는 등 불이익을 강화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들은 그동안 파업권을 쥔 노조의 강압 때문에 금품 지원 등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하지만 정부가 불법행위 근절로 일터 정상화에 나선 만큼 기업들도 더 이상 노조에 끌려다닐 게 아니라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개혁의 출발점은 노사 법치"라고 했는데 노사 법치 확립을 통해 주춤한 노동개혁에도 다시 시동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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