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8명 이상이 음성전화로 비대면진료…"환자 확인 어려웠다"

천선휴 기자 2023. 8. 28. 17:2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의협, 비대면 진료 참여의사 316명 인터뷰 결과 발표
"초진 불가,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돼야" 입장 거듭 확인
김진숙 의료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이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설문조사 기자회견에서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8.2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참여한 의사의 40% 이상이 '초진 불가 입장'을, 60% 이상이 소아 환자 초진의 경우 '비대면이 불가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사들은 시범기간 중 환자 10명 중 8명 이상이 '음성전화 진료'를 원했다면서, 이 경우 명의도용 우려와 오진의 위험성 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는 28일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현황과 개선방향'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면 진료가 대면 진료를 대체할 수 없고, 특히 초진 허용은 굉장한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게 실제 데이터로 나왔다"며 비대면진료를 보조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 강조했다.

의협에 따르면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대한 설문조사 및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설문에 응한 의사 643명 중 316명(49.1%)이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범사업 참여 의사의 65.9%는 비대면진료를 시행한 가장 큰 이유로 '환자가 요구해서'라고 답했다.

시범사업 기간 중 비대면진료를 이용한 주요 환자는 79.5%가 만성질환자였다. 또 재진 환자 비율은 97.4%였다.

이 환자들은 주로 음성 전화를 이용해 진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에 따르면 환자 중 86.9%가 음성 전화를 이용해 진료를 받았고, 화상 전화가 26.5%를 차지했다.

의사들은 이 같은 비대면진료가 '대면으로 방문하기 어려운 환자에게 좋은 방안이 되었다'(65.3%)는 반면, '충분한 진료가 이루어진 것 같지 않다'(42.4%),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것 같아 불안했다'(36.9%) 등의 의견을 냈다. '비용수납이 어려웠다', '콜센터 직원이 된 것 같다' 등의 의견도 나왔다.

또 '비대면진료 대상 환자 확인이 가장 어려웠다'는 의사가 60%로, 의료기관을 방문하기 어려운 환자들에게 좋은 방안이 되었지만 대부분 음성전화를 통해 진료를 보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설문조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8.2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초진 허용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오진 가능성, 본인 확인 불가 등의 이유로 의사들 중 45%가 '초진 절대 불가' 의견을 냈다. 또 '재진은 기본으로 하되 불가피한 상황만 초진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의사도 38%를 차지했다.

또 휴일 및 야간 소아 초진 환자를 받는 데 대한 조사에서 의사 65%가 '안전하지 않고 의료제공이 가능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이들은 소아는 의사소통이 어렵고 병세 진행 돌변 가능성이 높아 비대면이 불가능하고, 의료사고와 소송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를 들었다.

설문조사를 종합하면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한 의사들은 ▲초진대상 범위 축소 및 명확화 ▲전화 사용 불가 원칙 ▲플랫폼 관리 강화 ▲행정·법적 개선 등이 전제돼야한다고 주장했다.

김진숙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비대면진료를 원하는 환자들은 연령을 불문하고 음성 전화를 선호했으며, 플랫폼에 가입해도 음성 전화로 진료를 보기를 원했다"면서 "이는 본인부담금 미납, 명의 도용 등의 문제를 야기시킨다"고 설명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비대면진료에 대한 의료인의 생각은 다 비슷하다"면서 "여기서 중요한 건 비대면진료를 산업적, 영리적 측면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생명권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비대면진료는 보조적 수단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의협은 이날도 ▲진료 보조수단으로 사용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의료사고 혹은 과오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 명확화' 필수 ▲중개 플랫폼 불법행위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플랫폼 업체에 대한 관리와 규제 방안 마련 ▲현재 시행 중인 시범사업 뿐만 아니라 지난 3년 간의 비대면 진료에 대한 철저한 평가와 안전성 검증 선행 등을 주장했다.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은 "대부분 음성 전화로 비대면진료를 하기 때문에 오진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비대면진료는 보조수단으로만 활용돼야 하고, 특히 초진은 굉장한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충기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도 "우리나라에서 비대면진료를 도입해야 한다며 해외 사례를 예로 드는데, 이는 환경적으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걸 감안해야 하는 주장"이라며 "해외에서도 전화상담만 했을 때의 부작용을 이야기하고 있어 우리가 추구하는 의료에 대한 안전성을 깊이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ssunhu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