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잠과 맞바꾼 유튜브···주식 생방송 한국 1위 오르다

정예지 기자 2023. 8. 2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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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개설 '서정덕TV', 2년 만에 10만 구독자 달성
"유튜브도 장사···내 고집보단 시청자가 원하는 걸 줘야"
인기 영상·썸네일 연구 필요···저렴한 장비도 OK
[서울경제]

서정덕(39·사진) 서울경제TV 기자는 매일 새벽 6시 50분 유튜브 생방송으로 하루를 연다. 그는 2년 전부터 경제 뉴스 유튜브 ‘서정덕TV’를 운영해왔다. 전업 유튜버가 아니기에 새벽 시간을 쪼개야 했고 이제는 빠질 수 없는 일과가 됐다. 공을 들인 덕분인지 이달 초 구독자 10만 명을 달성했다. 유튜브 통계분석업체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21일 기준 그의 채널은 주식 분야 생방송 시청자 수로는 한국 1위, 전체 분야에서는 21위다. 라이프점프는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그를 만나 유튜브 운영에 대한 경험담과 운영 노하우를 들었다.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서정덕 기자가 유튜브 운영 노하우에 대해 말하고 있다. / 정예지 기자

무슨 일이 있어도 방송은 매일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그는 개인 유튜브 채널이 자신의 커리어에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 도전해보기로 했다. 아나운서로도 일했던 터라 카메라 앞에 두려움은 없었다. 그렇게 시작한 유튜브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결방’ 없이 이어졌다. “이것 하나는 확실히 말할 수 있어요. 정말 성실하게 했습니다.” 2년 만에 10만 구독자를 만든 여러 가지 비결 중에서도 그는 꾸준함을 가장 먼저 꼽았다. 지난 5월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발사해 경보 사이렌이 울리고, 긴급대피 재난 문자가 돌던 새벽에도 침실에 마련한 책상에 앉아 유튜브 생방송을 이어 나가던 그였다.

20명이 봐도 실망하지 않고 방송

채널 오픈 초반에는 접속자 수가 20명인 날도 허다했다. 하지만 조회수가 낮더라도 매일 6시 50분 카메라 앞에 서는 철칙을 지켰다. 매일 4시 40분에 일어나 생방송하고, 퇴근 후엔 다음날 방송 준비에 4시간을 할애했다. 첫 영상이 올라간 2021년 1월 29일부터 900일이 넘도록 하루 7시간을 꼬박 유튜브에 투자했다.

늦게 퇴근하는 날도 어김없다. 출근해야 하니 뜨거운 물에 ‘몸을 지지듯’ 샤워하는 등 잠을 쫓는 노하우도 생겼다. 3만 원짜리 캠코더와 1만 7000 원짜리 마이크, 조명은 집에 있던 스탠드로 대체해 4만 7000원으로 시작한 채널이지만 이러한 성실함과 꾸준함이 채널을 키웠다. “방송 시간만 규칙적으로 바꾸니 생방송 접속자가 800명에서 2만 명까지 늘더라고요. 구독자분들이 처음에는 내용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시간이 지나면 규칙적인 걸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그는 유튜브 알고리즘을 위해서라도 규칙적으로 영상을 올릴 것을 조언했다.

유튜브도 ‘장사’, 사람들이 원하는 걸 주는 것

그가 생각하는 유튜브는 ‘장사’다.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고 해결해 줘야 발길이 이어진다는 점에서다. “제가 구독자에게 대단히 색다른 걸 주는 건 아니에요. 다만 시청자들에게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내 고집을 꺾으니 많이 찾아주시네요.” 그는 실시간 검색어나 인기급상승 영상을 보면서 사람들이 어떤 콘텐츠를 찾는지 본다.

사람들을 ‘클릭’으로 유도할 썸네일(Thumbnail·유튜브 영상 표지 이미지)도 콘텐츠만큼이나 중요하다. “썸네일이 유일한 호객 수단이에요” 그는 유튜브의 인기 급상승 코너에 들어가 썸네일을 연구하듯 살핀다. “글자 수도 세고, 사진이 오른쪽·왼쪽에 있는지 따져보고, 글자체·글자 크기·색깔·위치까지 공부했습니다.” 경험상 인기 동영상을 살피고, 썸네일을 벤치마킹하면 기본 조회수는 나온다. “똑같이 따라 하면 절대 안 됩니다. 하지만 최근에 사람들이 클릭하는 스타일을 참고하는 것만큼 좋은 공부는 없어요.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나만의 스타일이 완성돼요.”

B급 감성도 넣었다. 자칫 어렵고, 지겨울 수 있는 경제 뉴스를 배우 이선균이나 한석규의 목소리로 읽어주는 등 성대모사를 연습해 구독자를 즐겁게 해주려 노력한다. 이 방법으로 유튜브를 시작한 지 네 달 만에 수익 창출 조건(구독자 1000명·시청 4000시간)을 따라잡았다.

/정예지 기자

소수의 의견에 휘둘리지 말 것, ‘신념’도 필요

유튜브의 ‘커뮤니티’ 기능에서 썸네일은 어떤 것이 좋은지, 어떤 콘텐츠를 원하는지 구독자와 소통할 수 있다. 하지만 ‘양날의 검’이라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독자분들의 말씀에 너무 휘둘리면 안 돼요. 답변하는 구독자는 소수입니다. 소수의 의견에 매몰될 수 있어요.”

주식 리딩(투자할 주식 종목을 추천해주는 것)을 요청하는 구독자도 많다. 하지만 수요가 있어도 종목 리딩은 절대 하지 않는다. ‘물고기를 대신 잡아 주면 죽은 물고기가 나올 수 있지만 잡는 방법을 함께 공부한다면 함께 배부를 수 있다’는 신념 때문이다. 종목 추천 없는 경제 채널이란 점이 서정덕TV의 차별화로 이어지기도 했다.

고가의 카메라나 마이크 등 비싼 장비도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굳이 장비를 산다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저렴하게 살 수 있다고도 팁을 전했다. “유튜브를 접은 분들이 촬영 장비 세트를 헐값으로 내놔요. 그리고 영상보다는 소리에 예민하시더라고요. 마이크와 카메라 중 좀 더 투자할 곳을 찾는다면 마이크를 추천 드려요.”

유튜브, 손해 볼 것 없는 사업

그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 까닭은 유튜브는 ‘마이너스가 없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가 이용하는 프로그램은 디자인 사이트 ‘미리캔버스’와 화면 녹화 프로그램 ‘OBS’, PPT로 모두 무료다. 아무리 작게 장사를 하더라도 최소 수천만 원은 들고 손해 볼 확률도 높다. 하지만 유튜브를 한다고 손해 볼 것은 없다. 굳이 찾자면 개인의 시간과 노력. 이 정도면 한 번 도전해 볼 만한 분야라고 그는 생각한다. “저도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어요. 노하우는 남이 가르쳐 준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시행착오를 할 수밖에 없으니 처음에 시작할 때는 실험용 채널이라고 생각하고, 자유롭게 만들어 보세요.”

정예지 기자 yeji@lifejum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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