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이 건강하게 가르칠 권리가 필요할 때
우후죽순 일어나는 ‘묻지마 범죄’와 더불어 최근 뉴스를 장식하는 교권 침해에 대한 기사들을 보면 어쩌다가 교사가, 선생님들이 이렇게까지 힘들어졌나, 무엇이 이들을 사지로 내몰았을까 하는 개탄을 하게 된다.
한 초등학교 교사의 자살 사건 이후 교사들의 성토가 이어지면서 지난 8월 17일 교육부에서는 교권 보호를 위해 수업 방해 학생을 즉시 분리 조치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고시를 발표했다. 학생에 의한 수업 방해가 발생할 경우 물품 분리 보관, 물리적 제지, 학생 분리를 할 수 있도록 명시한 것이다. 또 학생이 교원의 생활지도에 불응해 의도적으로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경우 교육활동 침해 행위로 보고 학교장에게 징계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 8월 23일에는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당장 2학기부터 교원 개인이 아닌 기관이 민원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단순 요청인 경우에는 학교장이 중심이 되어 교감, 행정실장, 교육공무직 등 5명 내외로 구성된 민원 대응팀이 처리하고 개별 학교에서 다루기 어려운 사안일 경우에는 과장급, 팀장급, 변호사 등 전문 인력을 포함한 통합 민원팀이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한, 교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통한 민원 요청에 응하지 않을 권리가 부여되므로 자녀의 갑작스런 결석도 담임선생님이 아닌 학교 민원 대응팀을 통해 학교에 연락해야 한다. 선생님들이 한두 명의 학생 민원을 해결하느라 다수의 아이들이 학습권 침해를 당하는 일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또한, 앞으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원을 보호하기 위해 조사나 수사 전, 교육청의 의견 의무적 청취와 더불어 학교장의 교육활동 침해, 시도교육감에게 사안 은폐 및 축소하는 경우엔 징계 의결을 요구하는 법 개정도 추진된다. 한편, 교육활동 침해 학생이 조치 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출석정지 이상의 처분을 가중하도록 명시하고, 학급 교체·전학·퇴학 조치를 받은 교육활동 침해 사안에 대해서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할 수 있도록 교원지위법 개정에도 나선다고 한다.
학생들이 중대하게 교육활동을 침해할 경우, 학교폭력처럼 학교생활기록에 기재가 되고 만약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교육활동이 방해가 된다면 ‘서면 사과 및 재발 방지 서약, 특별교육 이수’ 등의 제재 조치도 신설할 방침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니 언제부턴가 아동 인권에 대한 이야기는 줄곧 해왔지만 교사의 권리나 보호에 대해서는 배려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나만 해도 요즘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학생 수도 적고 일부 교과목 선생님들이 따로 계시니 참 편하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 뉴스를 보며 내가 생각이 짧아도 너무 짧았다는 생각을 한다. 어디 요즘 아이들이 예전과 같은가? 소규모 공부방을 하면서 시간당 최대 4명을 가르치는 나도 여러 고충이 따른다. 나의 경우 ‘그만두면 그만’인 배짱 좋은 처지일 수 있지만 학교 선생님들은 그 무게감이 나와는 확연히 다를 것이다.
10여년 이상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한 후배는 학년 초가 되면 무교인 본인도 자기가 아는 모든 신을 찾게 된다고 한다. 제발 올해도 무사히 지나갈 수 있도록, 무난한 학부모들을 만날 수 있도록 기도한다는 것이다. 한 번은 모래를 친구에게 던진 학생을 지도했다가 노발대발하는 학부모의 전화를 받았다며 내게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올해로 초등교사 20년차인 또 다른 지인은 말한다. 요즘 어지간한 초등학교 한 반의 정원은 스무 명 남짓이지만 수업 시간에 방해가 되는 학생이 한두 명씩은 있단다. 그런데 만약 학부모가 아이의 특성을 인정하지 않고 교사의 지도에 항의한다면 정말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뻔히 잘못된 행동인 것을 알지만 어떤 훈육도 할 수 없으니 교권이 떨어지고 학생들이 교사를 무시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 되어버렸다고 말이다.
일련의 불행한 사건 뒤에 이루어진 일이긴 하지만 이들은 모두 교육부의 학생생활지도 지침을 반겼다. 문제 학생을 돌보는 일을 담임교사만의 일이 아니라, 학교 차원에서 신경써 주는 분위기도 생겼고 학부모들의 민원 전화가 확연히 줄긴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도 무사히’가 아니라 아이들이 올바른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초심을 잃지 않고 지도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생겼다고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의견 충돌과 다툼을 겪게 된다. 학교라는 집단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학생과 학생, 학생과 교사, 교사와 학부모, 다들 저마다의 바람이 있으니, 서로 권리만 주장하면 당연히 부딪치게 된다. 아이들은 서로 모자란 부분은 채워주고, 이해하고, 또 배려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려면 당연히 교사의 올바른 지도가 필요하고 어른들의 본보기가 우선되어야 한다. 부디 앞으로 학생들을 사랑하는 교사들과 아이를 사랑하는 학부모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조화를 이루어 평화롭고 행복한 학교가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명진 nanan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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