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우리집이 '순살아파트'…" 철근누락 아파트 주민 불안감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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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던 '순살아파트'가 우리 집일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어요."
28일 오후 충남 공주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주월송 A4 아파트에서 만난 30대 주민 강모 씨는 허탈하게 웃으며 "나라가 하는 일이 다 그렇죠 뭐. 아예 기대하지 않는 게 낫겠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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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보강공사 착수…주민들 "인제 와서 보강 공사한들 무슨 소용"
(공주·아산 =연합뉴스) 이주형 강수환 기자 = "말로만 듣던 '순살아파트'가 우리 집일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어요."
28일 오후 충남 공주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주월송 A4 아파트에서 만난 30대 주민 강모 씨는 허탈하게 웃으며 "나라가 하는 일이 다 그렇죠 뭐. 아예 기대하지 않는 게 낫겠어요"라고 말했다.
LH는 전날 공주월송 A4 아파트 무량판 기둥 345개 중 154개(45%)에서 전단 보강 철근이 누락된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무량판 기둥 중 절반 가까운 철근이 누락됐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황당해하는 반응이었다.
주차장 입구에 앉아 있던 40대 주민 문모 씨는 "아무래도 걱정되죠. 아파트 주차장에 금이 간 것만 봐도 너무 불안해요"라고 걱정했다.
입주가 시작되던 지난해 6월부터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70대 주민 정모 씨도 "절반이나 철근이 누락됐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부터는 마음이 계속 불편하다"면서 "기둥이 건물 기초인데 기초부터 그렇게 부실하게 지었으면, 아파트 전체 안전성에도 문제 있는 거 아니냐"고 꼬집었다.
일부 주민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는 듯 자포자기하는 모습도 보였다.
입주한 지 6개월이 됐다는 최모(66)씨는 "예전에 외국에서 건설일에 3년간 몸 담은 적이 있는데, (건물을) 이렇게 부실하게는 안 지었어요. 이제 와서 보수작업 한다고 부실 시공한 게 없어지겠어요? 지진 나면 그냥 다 죽는 거지"라며 해탈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30대 이모 씨는 "우리 아파트가 철근 누락 아파트라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아파트에서 보강 공사를 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서 일단은 믿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아파트 지하주차장 일부 층에서는 보강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일부 지하주차장에서는 보강 공사를 앞두고 이를 위한 잭 서포트(임시 보강 구조물)가 설치돼 있었다.
LH는 구조물 붕괴를 우려할 주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잭 서포트에 "이는 구조물 붕괴 우려 때문에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본격적인 보강공사에 앞서 안전에 대비하기 위한 임시 가시설"이라는 안내문을 붙이기도 했다.
'철근 누락', '부실시공' 논란이 이곳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입주민도 있었다.
최근 청약이 당첨돼 입주를 앞두고 이날 집 내부를 확인하러 온 20대 신혼부부는 "건설업에 종사하는 지인들에게 아파트 논란에 대해 조언을 구했는데, 다른 곳도 시공 상태가 어차피 다 비슷하고 오히려 LH라 더 깐깐하게 감리했을 것이라고 했다"면서 "다른 아파트들도 수면 위로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 시공 상태가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입주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무량판 기둥 362개 중 88개(24%)의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발표된 아산탕정2 A14 아파트도 주민들의 불안감 호소가 잇따랐다.
아산탕정 LH 주민 문모(51)씨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문씨는 "건설 당시부터 기둥 88개를 아예 빠트려 놓고 인제 와서 보강공사를 한다고 하면 무슨 소용이냐"며 "매일 집안에 사는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하기만 하다"고 비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개 단지에 대해 보강 설계안을 확정하고, 지난 23일부터 공사에 착수했다.
보강 시공은 지하 주차장 기둥 슬래브 하부 강재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다음 달 30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LH 관계자는 "두 단지 철근 누락 전수조사 결과 통보 전후로 입주자대표 등 주민들과 소통을 마쳤고 보강공사에 주민 요구 사항들은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며 "입주민들이 희망하면 지속적으로 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w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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