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해도 '얼죽아'?…체온 1도만 떨어져도 벌어지는 일

정심교 기자 2023. 8. 2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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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가을의 문턱에 다다르는 요즘, 낮엔 덥지만, 아침엔 선선함을 넘어 쌀쌀함까지 감지된다. 일교차가 점점 벌어져서다. 이번 주말엔 최고·최저 기온 차가 9도에 이를 전망이다. 이처럼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 아이스 커피 같은 찬 음료를 즐겨 마시거나, 쌀쌀할 때 겉옷을 걸치지 않는 등 '체온 관리'에 소홀했다간 감기에 걸리기에 십상이다. 이는 의학적으로 체온이 면역력과 매우 관련 깊어서다. 실제로 체온면역요법이란 치료법도 있다. 체온과 면역력은 어떤 관련성이 있을까? 국내 면역학 연구의 대표주자로 평가받는 조성훈 서울예스병원 이음헬스케어센터 병원장의 도움말로, 면역력은 무엇이고 이게 체온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알아봤다.
면역세포, 종류에 따라 수행하는 임무 달라
'면역'이란 피해 간다는 의미의 면(免), 역병(전염병)의 역(疫)자를 더한 것으로, 직역하면 유행하고 있는 병에 걸리지 않고 지낸다는 의미다. 의학적으로는 세균·바이러스 등 병원체로부터 내 몸을 지키는 힘으로 정의한다.

몸에서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 즉, 면역세포엔 종류가 여럿 있는데 크게 △선천성 면역세포(자연면역세포) △획득성 면역세포로 나뉜다. 선천성 면역세포는 말 그대로 태어날 때부터 가진 자연면역으로, 나(아군)와 남(적군)을 구별하는 방어력을 갖췄다. 선천성 면역세포엔 NK세포, 수지상세포, 대식세포, 과립구와 단핵구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선천성 면역세포는 온몸을 떠돌며 최전선에서 방어선을 순찰한다. 이 순찰대의 대표주자는 모든 조직에 분포한 대식세포, 피부·점막에 정착한 수지상세포다. 그중 대식세포는 세균을 만나면 신호전달물질인 사이토카인을 방출해 과립구에 "출동하라"고 명령한다. 과립구의 식균작용은 감염부위를 붉게 만들고 열·통증을 수반하는 염증을 일으킨다. 이는 일종의 치유과정에서 나타나는 반응이다.

수지상(樹枝狀; 나뭇가지 모양)세포는 활성화할 때 나무처럼 이리저리로 가지를 퍼뜨리며 작용한다고 해서 이름 지어졌다. 이 세포는 주로 질·항문·구강 등의 '점막'에 있으면서 항원에 대해 정보를 캐내고 대식세포로 변해 식균 작용도 한다.

NK세포는 세균 그 자체가 아닌, '세균에 감염된 세포'를 공격한다. 또 NK세포는 면역조절 물질을 만들어내는 천연의 화학공장이다. 이 공장에서 방출하는 면역조절 물질들은 선천성 면역과 획득성 면역을 활성화하며, 두 면역 반응끼리 연결하는 가교 구실도 한다.

이런 선천성 면역세포는 획득성 면역세포에 공조 요청을 보내 협업한다. 획득성 면역세포는 과거에 침입한 병원체를 기억할 수 있다. 이를 '면역 기억'이라 하는데,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것도 획득성 면역세포의 기억력 덕분이다. 획득성 면역세포엔 T세포와 B세포가 있다. T세포는 세균에 감염된 세포 속으로 들어가 세포 자체를 공격하며, B세포는 특이 항체를 만들어 세포 밖에서 세균과 싸운다. 선천성 면역세포보다 반응 속도는 느리지만, 좀 더 정교하게 맞춤식으로 대응하며 2차 방어선을 구축하는 셈이다.
전신보다 반신욕, 혈액순환 개선 효과 배가
이런 면역세포들의 움직임을 배가시켜주는 조건이 '적정 체온'이다. 적정 체온인 36.5도는 면역력이 가장 우수하면서 몸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최적의 온도 환경이다.

적정 체온을 유지해야 면역력을 지킬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첫째, 적정 체온을 유지하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는데, 이를 통해 혈액 속 면역세포도 곳곳으로 잘 이동해서다. 둘째, 적정 체온은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 자율신경계도 제대로 작동해서다.

반면 체온이 낮아지면 면역력이 떨어진다. 이는 체온이 낮아질수록 신진대사가 느려져 면역세포의 이동도 둔해져서다. 또 백혈구 속 과립구가 필요 이상으로 많아지는데, 많아진 과립구가 사멸할 때 생기는 활성산소가 많아지면 혈액이 산화해 혈액 자체가 끈적끈적해지고, 이에 따라 혈액순환이 더뎌진다. 특히 체온이 떨어지면 면역을 담당하는 림프구가 줄어들어 면역 기능 약화를 부추긴다.

체온이 0.5도만 낮아져도(36도)는 몸이 떨리는 건 체온을 올리려는 현상이다. 1도 낮은 35.5도일 땐 면역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배설기능도 떨어진다. 알레르기 반응이 발생하고 자율신경 실조 증상까지 나타난다. 35도는 암세포가 증식하기 가장 좋은 온도다.

조 병원장은 "체온이 1도 떨어질 때마다 면역력은 30% 정도 저하된다"며 "하지만 최근 인류의 체온은 50년 전과 비교해 보면 36.8℃에서 0.5~0.7도(℃) 낮아진 상태"라고 경고했다. 체온이 떨어지면 혈행이 느려져 신진대사가 원활해지지 않게 되며, 콩팥의 배설기능에도 문제가 생겨 혈액이 오염되고 여러 장기에 악영향을 연쇄적으로 일으킨다.

문제는 우리 몸은 더위에 버티는 체온조절기관(체내 열을 내보내는 뇌속 시상하부)은 있지만 추위에 견디는 기관은 없다는 것. 조성훈 병원장은 "바깥 기온이 떨어져 체온이 가장 낮은 시간대인 오전 3~5시에 사망률이 가장 높고, 이 시간대에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체온이 떨어질수록 면역을 담당하는 림프구의 양이 줄어들어, NK세포의 양·활성도가 모두 감소한다. 결국 면역기능의 저하를 초래하는 것이다. 조 병원장은 "면역계에 이상이 생기면 사령관에 해당하는 NK세포와 수지상세포가, 군대에 해당하는 T세포를 훈련하지 못하고 조절하지 못해, 면역세포가 아군을 적군으로 착각해 공격하는 사태(자가면역질환)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체온 저하를 막고 적정 체온을 유지하려면 찬 음료는 가급적 자제하고, 따뜻한 물·차를 마셔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게 도움 된다. 전신을 담가 체온을 올리는 것도 좋지만, 혈액순환 개선 효과를 높이려면 '반신욕'이 권장된다. 몸 아래는 따뜻하게, 위는 서늘하게 하면 위와 아래의 체온 차로 인해 혈액이 더 빠르게 순환할 수 있어서다.

더운 낮, 바깥에서 실내에 들어갈 땐 갑자기 차가운 에어컨 공기를 쐬는 것보다 얇은 겉옷을 입어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물을 수시로 마시면 물이 혈액에 산소를 공급하고, 혈액 속 독소를 배출해 혈행이 원활해지고 면역세포의 기능도 활발해진다. 유산소 운동은 혈액순환을 개선해 체온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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