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뒷받침했던 ‘비대면 진료’, 이대로 사라지나
[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2023년 3월,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2020년 2월 24일부터 약 3년간 실시한 한시적 비대면 진료의 현황과 실적을 발표했다. 2020년 2월 24일부터 2023년 1월 31일까지 건강보험에 청구한 비대면 진료 실시 현황을 분석한 결과, 2만 5697개 의료기관에서 총 1379만 명이 3661만 건의 비대면 진료를 이용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와 단절된 환자들에게 비대면 진료는 새로운 의료 서비스로 다가섰다.
비대면 진료에 대한 만족도는 상당했다. 지난 2020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전화 진료를 이용한 환자 또는 가족 500명 대상으로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7.8%가 ‘비대면 진료 이용에 만족한다’라고 답변했으며, 응답자 87.8%가 ‘재이용 의향이 있다’라고 응답했다. 또한, 지난 2022년 10월 보건산업진흥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에 만족한다’라는 응답은 62.3%, ‘향후 비대면 진료를 활용할 의향이다’라는 응답은 87.9%에 이르렀다.
이 같은 조사결과에 맞춰 복지부는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추진했다. 당시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비대면 진료 과정에서 환자의 의료 선택권과 접근성, 의료인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환자와 의료인이 안심하고 안전하게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완 장치를 마련하며 제도화를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 법제화는 법 개정 과정에서 난항을 거듭했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비대면 진료 법제화와 관련해 기존 발의된 의료법 개정안 5건 및 복지부가 제출한 의견을 병합 심사했지만 계속심사(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6월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비대면 진료를 시범사업으로 전환하고, 현장 혼란을 고려해 이달 말까지 3개월 간 계도 기간을 운영했다. 오는 9월 1일부터는 불법 비대면 진료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법령·지침 위반 사실 확인 시 건강보험 급여 삭감 등 행정 처분에 나선다.
업계는 이를 두고 한시적 허용했던 비대면 진료에 시범사업이라는 철퇴를 맞았다고 표현했다. 시한부 선고라는 입장이다.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있는 환자를 ‘1개월 이내 해당 의료기관에서 같은 질환으로 대면해 진료받은 재진 환자’로 대폭 줄였으며, 일부 예외 대상을 제외하고는 약 배송도 이용할 수 없도록 금지했기 때문이다.
의사·약사·환자,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개선해야
시범사업 계도 기간 종료를 바로 앞에 둔 시점에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국회 스타트업 연구모임 ‘유니콘팜’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대한 국민 인식과 제도화 방향 의견을 조사하고 제도 개선을 모색하기 위해, 앱이나 전화 등으로 비대면 진료를 경험한 환자 1,000명, 의사와 약사 각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조사에 응답한 의사 중 81%는 비대면 진료 시행 기준을 완화해 초진을 포함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현재 시범사업대로 제도화하는 것을 반대하는 비율은 82%에 달했다. 약사 71%, 환자 49.4%도 “비대면 진료 대상 환자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응답했다. 의사의 83%, 약사의 76%, 환자의 55%는 “이전 대면 진료 이력과 상관없이 병원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답변했다.
약 배송 중단에 대해서도 약사 10명 중 8명 이상이, 의사와 환자 10명 중 8명이 약 배송을 찬성했다. 약사는 약 배송 도입으로 수익을 높이면 안정적인 약국 운영에 도움될 수 있고(84%), 신속한 약 전달로 환자 질병을 치료할 수 있으며(88%), 서면 또는 메시지를 통해 복약지도를 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판단(87%)했다. 이는 의사 79%와 환자 76.5% 찬성 의견보다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대해서는 의사와 약사, 환자 모두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의사 83%, 약사 61%는 “현행 시범사업 가이드라인 유지 시 비대면 진료 참여를 중단하거나 축소하겠다”라고 응답했으며, 가장 큰 이유로 ‘대상 환자 및 약 배송 감소(의사 78.3%, 약사 82%)’를 꼽았다.
비대면 진료 업계, 이대로면 사라질 위기
의사와 약사, 그리고 환자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얻은 비대면 진료지만, 이제는 사라질 위기다. 실제로 코로나19 기간 동안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성장했던 업계는 시범사업 계도 기간 종료인 8월말 이후로 사실상 서비스를 축소하거나 사업을 전환할 예정이다.
비대면 진료 이용건수 2위를 기록하고 있는 ‘나만의닥터’는 오는 3일 서비스를 종료한다. 지난 8월 24일, 선재원 나만의닥터 공동대표는 "계도 기간 종료에 따라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29일까지만 제공한다. 대면 진료 의료기관 추천과 정보검색, 예약 등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 중심으로 플랫폼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시범사업 지침에 따라 재진만 진료할 수 있고 약도 배송할 수 없다. 서비스를 유지할 만큼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플랫폼을 구현할 이유가 없다. 이용자가 비대면 진료 대상인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 전까지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잠정 중단한다”라고 전했다.
비대면 진료 업계 규모 1위인 ‘닥터나우’는 서비스 축소를 예고했다.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완전히 중단하는 형태는 아니지만, 이용자 수 급감에 따라 다른 서비스로의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상위 5위 업체인 ‘올라케어’도 비대면 진료 대신 이용자 건강 관리를 돕는 서비스로 전환하고 있으며, ‘똑닥’ 역시 진료가 아닌 병원 예약 또는 접수 지원 등의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외에 썰즈, 메듭, 파닥, 체킷, 바로필, 엠오 등도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중단한다. 계도 기간 이후 예고된 법적 부담이 큰 이유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산하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지난 7월 성명서를 통해 “1,400만 명 이상의 국민이 이용했음에도 비대면 진료 서비스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지 않아 성과를 인정받지 못했다. ‘한시적 비대면 진료 제도’의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라며, “비대면 진료의 효용성을 지속할 수 있도록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한 자문단을 통해 시범사업 평가를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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