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각광받던 단백질 연구자는 왜 한국에 왔나
백민경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2년전 미 워싱턴大 재직 중
AI 단백질 구조 해독 연구로
사이언스誌 '최고 혁신연구'
한국 학생들 문의받으면서
'이 학생들과 연구했으면'
현지 제안 뿌리치고 서울대로
2021년 세계적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는 그해 최고의 혁신적 연구 성과로 인공지능(AI)으로 단백질 구조 해독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연구를 꼽았다. 이 연구는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이 내놓은 것이다. 당시 연구팀 소속으로 연구를 주도한 과학자가 한국인 연구자인 백민경 씨(사진)로 알려지며 국내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사이언스는 매년 그해 최고의 혁신 연구 성과를 선정하는데, 한국 연구자가 포함된 연구가 선정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올해 포니정재단(이사장 정몽규)은 젊은 혁신가에게 수여하는 '제4회 포니정 영리더상' 수상자로 백민경 교수를 선정했다. 그는 지난해 9월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로 재임 중이다.
오는 9월 20일 영리더상 시상식을 앞두고 만난 백 교수는 한국에 돌아온 이유에 대해 "한국 학생들의 연락 때문"이라고 답했다. 2년 전에 박사후 연구원 신분으로 AI 단백질 구조 해독 연구 분야 선구자로 알려지자 중·고교 학생부터 대학생까지 한국 학생들의 연락이 빗발쳤다고 한다.
백 교수는 "AI 단백질 구조 해독 연구를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어떤 대학의 연구실에 진학해야 하는지 등 정말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연락해왔다"며 "미국 대학이나 회사들의 무수한 제안이 있었지만 학생들과 함께 AI 단백질 구조 해독 연구 분야 발전을 같이 도모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단백질은 모든 생명 현상에 관여하는 생체 분자로 구조에 따라 다양한 특성과 기능을 갖는다. 단백질 구조 해독이 생명과학 연구와 신약 개발에 획기적 전기 마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사람이 실험을 통해 직접 수백에서 수천 개의 아미노산이 연결된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는 데 최소 수개월, 최대 수십 년간의 노력과 시간, 비용이 필요하다.
백 교수는 수 분에서 수 시간 안에 단백질 구조를 해독하는 AI '로제타폴드'를 개발했다. 과학자들이 실험으로 사전에 밝힌 단백질 구조를 해석한 결과와 로제타폴드가 분석한 결과가 85%가량 일치하는 성능을 보인다.
로제타폴드는 세 종류의 AI로 구성된다. 미지의 단백질이 주어지면 단백질 데이터베이스에서 비슷한 아미노산 서열을 찾는 AI와 단백질 내부에서 아미노산이 연결되는 형태를 예측하는 AI, 입체 구조를 제시하는 AI가 서로 협력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며 각 AI가 제시한 결과를 개선하며 정확도를 높인다.
로제타폴드는 2021년에 처음 개발됐다. 이후 정확도와 속도 면에서 업그레이드를 거쳤다는 게 백 교수 설명이다. 백 교수는 "예측 정확도가 90% 이상으로 높아졌으며 결과 도출 속도도 더 빨라졌다"면서 "한 단백질 구조 예측뿐 아니라 한 단백질이 어느 단백질과 잘 결합할지에 대한 예측도 할 수 있게 로제타폴드를 업그레이드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로제타폴드 AI 코드와 분석한 단백질 구조 데이터는 무료로 공개된다. 과학자들이 연구 결과를 공개해 상호 검증하면서 집단적으로 보편 지식을 생산해내는 개념을 뜻하는 '오픈 사이언스'를 장려하기 위한 취지다. 백 교수는 "몇몇 회사들이 로제타폴드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약 개발 연구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그간의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제4회 포니정 영리더상에 지난 7월 선정됐다. 오는 9월 20일 서울 강남구 아이파크타워 포니정홀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상을 받을 예정이다. 백 교수는 "'연구에 정답은 없다'는 생각으로 연구에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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