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건곤일척의 승부수

김선걸 기자(sungirl@mk.co.kr) 2023. 8. 2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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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부 1년 변화 많지만
입법 막히면 개혁은 끝
7개월 후 총선 승리는
처절하게 변하는 쪽이다

지난 1년간 많은 것이 바뀌었다. 외교나 국방 같은 큰 이슈뿐이 아니다. 개인의 삶도 꽤 변했다. 며칠 전 만난 한 사업가는 작년에 보유세로 5억원을 냈다고 했다. 전 정부가 강화했던 세법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올해엔 3분의 1로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한 해 3억3000만원을 아끼게 된 셈이다. 이런 거액 납부자 말고도 주변엔 수백, 수천만 원씩 종부세를 덜 내게 된 사람이 꽤 된다.

기업도 변화가 크다. 한 중견기업은 최근 베트남에서 1100억원을 국내로 송금했다. 몇 년간 해외법인에 쌓아놓기만 한 이익(유보소득)이다. 작년까진 현지에서 법인세를 낸 차감이익을 국내로 송금할 경우 한국 정부가 또 법인세를 부과했었다. 이중 과세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법 때문에 기업들이 현지에 이익을 쌓아뒀다. 그런데 이번 정부가 이를 바꿨다. 이 기업의 경우 법인세율 23%를 적용받다 1.65%로 확 줄었다. 최근 삼성전자나 현대차가 해외에서 자금을 조 단위로 들고 오는 건 바뀐 법 때문이다. 이 돈들은 재투자되고 고용도 늘릴 것이다. 불황인데 일부 기업 직원들은 때아닌 보너스까지 기대하고 있다.

한두 가지 예일 뿐이다. 산업정책에서 세금까지 현 정부는 이것저것 많이 바꿨다. 사실 야당이 국회 다수여서 법 개정을 막은 게 이 정도다. 다음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한다면 더 큰 변화가 일 것이다.

반면 야당이 국회 다수당을 고수한다면 반대다. 당장 현 정부의 개혁 작업은 올스톱이다.

문재인 정부는 5년간 이념 과잉 입법을 쏟아냈다. 사회가 감내하기 힘들고 미래세대에게 짐을 지우는 것들이 적지 않다. 제거하는 방법은 입법밖에 없다. 그런데 국회를 내주면 현 정부는 무기력에 빠질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는 어느 때나 중요했다. 단지 예전엔 '중도'라는 안전판이 있었다. 제도권 정당은 좌든 우든 최소 궤도를 이탈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언젠가부터 균형감, 애국심, 책임감 등과는 무관한 국회의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실체를 알 수 없는 팬덤 그룹의 조종을 받고, 중앙선을 넘는 입법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내년 4월 10일 총선은 그래서 전쟁 같은 선거가 될 것이다. 이념 간극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1948년의 제헌 총선보다 중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선거의 승기는 어디에 있을까. 당장 제1 야당 이재명 대표는 구속 문턱까지 와 있다. 위기 국면이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반전 기회로 해석이 가능하다. 이 대표에게 모든 리스크가 집중돼 있다. 그 얘기는 그가 빠지면 모든 리스크가 해소된다는 뜻이다. 부패, 비리, 범죄의 부정적 이미지가 사라지고 한순간에 한판 뒤집기가 가능한 건곤일척이 된다. 여기에 새로운 이슈와 새로운 인물이 나선다면 완벽한 국면 전환이다. 가능하냐고? 그건 오로지 민주당의 역량에 달렸다. 성공할 경우 중도층의 관심은 '신상품 민주당'에 쏠릴 것이다. 대선과 총선은 다르지만 2002년 노무현의 선거가 그랬다. 당시 그걸 이뤄낸 당이 민주당이다. 반전의 모티브를 분명히 갖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을 보면 의문이 든다. 정말 자유와 민주란 가치 수호에 책임을 느끼는 정당인가. '작대기를 꽂아 놔도 당선된다'는 영남지역 의원을 중심으로 현상 유지에 급급한 모습이다. 변화와 역동을 바라는 수도권 국민들이 왜 영남 지역당에 투표해야 하나.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만 믿고 복지부동하는 모습에 기득권 당이란 거부감을 벗을 수가 없다.

관전 포인트는 좌냐 우냐가 아니다. 선거는 논리보다는 감성의 싸움이다. 역대 선거에서 국민들은 늘 변화에 표를 던졌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의 대선 승리가 그랬고 2016년 20대 총선에서 복지부동한 민주당 대신 돌풍을 일으켰던 안철수 국민의당이 그랬다. 어느 쪽이 더 처절하게 변하려고 꿈틀거리나. 보인다면 그쪽이 승자다.

[김선걸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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