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크행' 배준호는 대전의 소중한 선수, 하나금융그룹 인수 후 해외진출 1호 진심으로 배웅 → 배준호도 "돌아온다면 대전 1순위"
[스포티비뉴스=인천공항, 조용운 기자] 이른 아침, 출국장에 대전하나시티즌 사무국이 총출동했다. 배준호(20)의 영국 출국을 주관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배준호가 대전발 응원을 한몸에 담아 영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스토크 시티의 러브콜을 받은 배준호는 200만 파운드(약 33억 원)의 이적료 합의에 따라 이날 출국해 메디컬 테스트 등 세부 사항 합의에 나선다.
새로운 도전에 마음이 들뜨거나 긴장도 할 법한데 배준호 옆에는 안정과 용기를 주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특히 이조영 사무국장을 비롯한 대전 직원들이 진심을 담아 배웅했다. 배준호의 각오와 포부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게 미디어 인터뷰를 익숙하게 진행했다.
해외 이적이 결정되면 대체로 에이전트가 출국과 관련한 업무를 대체하기 마련이다. 평소 언론과 잘 마주하지 않아 조금은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대처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날 배준호는 대전의 지원 속에 편안한 표정으로 스토크로 향하는 마음가짐을 표했다.
대전 관계자는 "우리 팀의 소중한 선수여서"라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배준호는 지난 2020년 하나금융그룹이 인수 후 기업구단으로 전환한 뒤 대전이 성장시켜 해외로 내보내는 첫 번째 선수다. 유스 출신은 아니지만 지난해 입단한 뒤 적극적으로 출전 기회를 제공하며 기량 발전에 힘을 보탰다.
배준호도 기대에 힘입어 측면과 중앙을 두루 살피는 다재다능한 공격자원으로 성장했다. 지난 시즌 K리그2 10경기에 출전해 1골을 넣으며 순탄하게 프로에 안착한 뒤 올 시즌 K리그1에서 17경기 2골로 재능을 꽃피웠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달 팀 K리그에 선발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경기에 출전,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의 호평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풍부한 잠재력과 함께 현 전력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준호이기에 대전 입장에서는 상당한 출혈이다. K리그는 이미 지난달 여름 이적 시장의 문이 닫혀 배준호를 즉시 대체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대전은 모기업의 결단과 대전 구단의 지원으로 유럽행을 속전속결로 끝냈다.
배준호도 출국을 앞두고 "구단이 이적 과정을 잘 챙겨줬다. 그룹에도 고마운 마음이 크다"며 "워낙 큰 사랑을 받았기에 관계를 잘 유지하면서 떠날 수 있게 됐다. 계속 좋은 관계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먼 이야기지만 K리그로 유턴할 때 대전을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도 이들의 관계에서는 당연한 이야기다. 배준호는 "국내로 돌아오게 된다면 대전이 1순위"라고 막힘없이 말했다.
배준호는 지난 25일 전북현대와 치른 원정 경기를 통해 대전 고별전을 치렀다. 경기가 끝나고 팀 동료들로부터 헹가래를 받았다. 대전 팬들의 큰 사랑도 확인했다.
당시 원정 응원에 임했던 대전 팬들은 배준호에게 '대전→유럽→대전'이 적힌 열차 승차권 피켓을 전달했다. 스토크를 발판 삼아 유럽에서 큰 성공을 이루고 향후 대전으로 금의환향하라는 응원과 애정이 담긴 선물이었다.
팬들과 이별에 울컥하기도 했던 배준호는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출국장에도 팬들의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배준호는 이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스토크의 적극성에 매료된 배준호는 "조금 챙겨보니 예전과 경기 스타일이 달라졌다. 좋은 팀이라는 걸 느꼈다. 적응하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격포인트가 많은 선수가 아니었는데 스토크에서는 두 자릿수를 목표로 하겠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라고 다짐했다.
기회는 바로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바로 뛸 수 있는 구단으로 가고 싶었다"며 "스토크에서 나를 적극적으로 원해 이적을 결심했다"라고 했다.
실제로 배준호에게 관심을 보인 클럽들은 타 팀 임대 혹은 리저브 팀에서 시작해 멀리 내다보는 걸 내세웠던 반면 스토크는 배준호를 주전 자원으로 삼고 강력한 러브콜을 보냈다. 이적료도 200만 파운드(약 33억 원)로 아시아의 유망주에게 지불하는 금액치고 확신이 담겨있다.
출국장에서 만난 배준호의 에이전트는 "협상 제안이 많았다. 그런데 리저브팀에서 시작하거나 다른 곳으로 임대를 다녀오는 쪽을 고려하는 곳이 더러 있었다"며 "스토크는 무조건 주전 보장까지는 아니더라도 기회를 충분히 주려는 의도를 피력했다"라고 설명했다.
가능한 빨리 건너와주길 바라고 있을 정도. 에이전트는 "스토크가 최근 밀월에 패했다. 그 경기가 끝나고 스카우팅 담당자가 내게 '배준호가 뛰었어야 했다'라고 메시지를 보내왔다"라고 전했다.
대대적인 변화 중심에 배준호가 선다. 스토크는 올여름 배준호를 포함해 15명의 새 얼굴을 영입했다. 지난 시즌 베스트11 중 잔류한 선수는 3명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배준호의 이적료는 스토크 신입생 중 세 번째로 높다. 스토크의 기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스토크가 그리는 그림에 맞춰갈 자신이 있다. 배준호는 "구단과 내가 직접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공격형 미드필더로 사용하려는 것 같다"며 "그 자리가 내 장점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라고 의지에 가득 차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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