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율성 역사공원’ 보훈부·보수단체 철회 총공세…강기정 시장, “기념사업은 중앙정부가 시작”

박민식 장관, “장관직 걸고 저지하겠다”
강기정, ‘노태우 대통령, 한중우호상징으로 시작’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28일 오전 전남 순천역에서 호남 학도병 현충시설 건립 의사를 밝히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광주)=황성철 기자]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 논란과 관련해 국가보훈부, 보훈·보수 단체 등이 사업 철회를 요구하며 총공세 나섰다.

이에 강기정 광주시장은 “정율성 기념사업은 중앙정부에서 먼저 시작했다”며 사업 철회 요구를 일축했다.

28일 박 장관은 전남 순천역에서 “정율성은 우리에게 총과 칼을 들이댔던 적들의 사기를 북돋웠던 응원 대장이었다”며 “공산 세력에 의해 죽임을 당했던 수많은 애국 영령의 원한과 피가 아직 식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 국가보훈부 장관이 대한민국의 적을 기념하는 사업을 막지 못한다면 장관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다”면서 “사업 철회에 장관직까지 걸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정율성 기념사업 찬반 논란이 이어진 28일 오후 광주 남구 정율성로 인근에서 보수단체인 자유통일당 관계자들이 기념사업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연합]

상이군경회, 전몰군경유족회 등 광주 보훈단체들은 이날 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 영웅 정율성 공원 조성에 호국영령들이 통탄한다”고 비판했다.

연평도 포격전 당시 전사한 고(故) 서정우 하사의 모친 김오복 씨도 참석해 “광주 정신은 공산주의자를 기념하는 정신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자유통일당 광주시·전남도당은 이날 광주시청 앞에서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 반대 집회를 갖고,‘시민 혈세 48억원 정율성 사업 반대’, ‘여기가 평양이냐, 광주냐’, 등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흔들며 사업 철회를 촉구했다.

주기환 국민의힘 광주시당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율성은 광주 태생일 뿐 지역 발전에 공헌한 인물도 아니다”며 “표지석 정도 설치하는 게 맞지 않느냐며, 역사학자, 시민 공청회 등 검증과 역사적인 평가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4·19민주혁명회, 4·19혁명희생자유족회, 등 5개 단체는 조선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등 3개 일간지에 역사공원 건립 반대 광고를 실었다.

강기정 광주시장[광주시 제공]

강기정 광주시장은 “정율성 기념사업은 중앙정부에서 먼저 시작했다”며 사업 철회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 시장은 이날 출입 기자들과 차담회에서 “(기념사업) 시작은 노태우 대통령 재임 시기인 1988년으로 서울올림픽 평화대회 추진위원회에서 정 선생의 부인인 정설송 여사를 초청해 한중우호의 상징으로 삼았던 일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영삼 대통령 재임기인 1993년 문체부에서 한중수교 1주년 기념으로 정율성 음악회를 개최했다”면서 “1996년에는 문체부 주관 정율성 작품 발표회가 열렸다”고 말했다.

국립국악원이 소장 자료를 기증받은 것을 계기로 문체부 장관이 정설송 여사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고 강 시장은 전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중국 전승절 기념식에 참석해 정율성 곡이 연주되는 퍼레이드를 참관했다”며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에는 국립국악원 70주년을 기념해 그의 미공개 소장품을 전시하는 특별전을 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정율성과 관련한 역대 정부 활동을 열거한 뒤 “보훈단체와 보수단체를 부추겨 광주를 다시 이념의 잣대로 고립시키려는 행위를 중단해 주시기를 바란다”며 “국가와 함께 추진했던 한중우호 사업인 정율성 기념사업은 광주시가 책임을 지고 잘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주시의원들은 광주시의회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윤석열 정부는 철 지난 색깔론과 이념 몰이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23일 오전 광주 동구 불로동 내 작곡가 정율성 선생 생가에서 역사공원 조성 공사가 펼쳐지고 있다. 정 선생은 항일단체 조선의열단 출신 중국 3대 음악가로 꼽히나 최근 생가터 역사공원 조성 사업을 놓고 이념 논쟁에 휘말렸다.[뉴시스]

hw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