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 강풀 "다 반대한 이야기, '착한 사람이 이긴다' 쓰고 싶었죠" (종합) [인터뷰]

연휘선 2023. 8. 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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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연휘선 기자] "이게 한국형 히어로였다고!". '어벤져스'에 비견되는 한국형 히어로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적어도 '무빙'에서 그 답은 '서사'를 살린 캐릭터 플레이에 있었다. 자신만의 해답을 찾은 남자. 웹툰에 이어 드라마 극본까지 도전한 강풀 작가를 만나봤다. 

강풀 작가는 28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무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의 아픈 비밀을 숨긴 채 살아온 부모들이 시대와 세대를 넘어 닥치는 거대한 위험에 함께 맞서는 초능력 액션 히어로물이다.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차태현, 류승범, 김성균, 김희원, 문성근, 이정하, 고윤정, 김도훈, 박희순, 양동근, 김신록, 곽선영, 조복래 등 이름만 들어도 미더운 배우들이 모두 출연한다. 회차도 최근 드라마치고 상당한 20부작. 제작비는 무려 500억 원 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묵직한 책임감의 선두에 강풀 작가가 있다. 동명의 원작 웹툰을 썼던 그는 드라마 극본까지 직접 집필했다. '26년', '이웃사람' 등 다양한 영화의 원작으로 작품의 각색을 허락했던 그가 이번엔 직접 드라마 극본에 도전한 것이다. 그 덕분일까. '무빙'은 디즈니_ TV쇼 부문 1위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국내 시청자들에게도 일주일을 손꼽아 기다리게 만들며 신규 회차가 공개될 때마다 호평을 받고 있다. 이를 두고 "강풀이 직접 쓰니 작품을 구했다"라거나, "원작보다 낫다"라는 각종 '밈'이 되는 반응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원작보다 낫다'라는 말에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더라"라던 강풀 작가는 "그런 말을 처음 들어봤다"라며 놀라워 했다. 그는 "내가 그린 만화들에 미안하기도 하고, 현재는 기분이 좋다"라며 "제 작품을 영화화 할 때 항상 벽에 부딪혔다. 처음에는 다들 좋다고 계약해서 가져가는데 두 달 뒤에 전화가 온다. '이상하다'고. 축약하고 변형하는 게 어려운 것 같더라. 이번에는 드라마로 하면서 원래 다른 분이 써주셨는데 트리트먼트를 하는 과정에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게 됐다"라고 작품 극본을 쓴 계기를 밝혔다.

특히 강풀 작가는 "'무빙'에 제 애정이 남달랐다. 트리트먼트를 하면서 의견을 냈는데 축구 보다가 '네가 한번 뛰어봐'하는 것처럼 직접 제안을 받아서 고민은 됐다. '한 번 써볼테니 보고 판단 해달라'고 말씀을 드렸다. 처음 쓰는 거라 대본 쓰는 데에 두, 세달은 걸렸다. 만화 그릴 때는 저만 알아보면 됐는데 제작진과 배우 모두 알아보는 시나리오를 쓰는 게 낯설었다. 고심해서 썼는데 좋다고 해주셔서 쓰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만화의 드라마화 과정에서 강풀 작가가 가장 신경 쓴 점은 "무조건 재미있어야 했다"라는 것. 그는 "굉장히 고민도 많았다. 만화를 20년 넘게 그렸는데 드라마까지 하면서 시대가 정말 변한 걸 느꼈다. 이제 사람들이 '서사'를 보지 않더라. 미드폼, 숏폼 짧은 걸 보는 시대가 되면서 조금만 이야기를 들어가도 서사보다도 줄거리를 보는 것 같더라"라고 밝혔다.

"개개인의 인물들의 서사가 중요했다"라는 그는 "인물이 사건을 만나서 결말로 가는데 사건은 누구나 쓸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게 인물인데 나는 인물에 더 집중하고 싶었고, 인물의 서사가 중요한데, 그걸 다 풀려면 사람들이 질릴 텐데 그걸 끝까지 보게 할 게 재미 밖에 없더라.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고 봤다. 맨날 헷갈렸다. '나만 재미있으면 큰일 나는데'라고. 대중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내가 재미있다고 생각한 걸 맞춰내는 게 힘들었다"라고 털어놨다. 

실제 '무빙'은 최근 작품은 아니다. 강풀 작가는 "'무빙'이 처음에 나왔을 때가 벌써 8년 전이다. 발표 전에 2년 정도 써둔 작품이니까 10년 된 작품인 셈"이라며 원작의 공개 당시와 최근 시청 트렌드 사이 격차에 대해 고민한 점을 밝혔다. 더욱이 극 중 '소시민적인 히어로'의 활약에 대중의 평가가 새롭게 나오고 있는 상황. 강풀 작가는 "소시민적인 것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무빙' 이전에 '타이밍'이라는 작품이 있었다. 그건 심지어 20년은 된 작품이다. '타이밍'부터 출발을 했다. 시간능력자들의 이야기인데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번엔 신체능력자들 이야기를 해보자는 생각에 써본 게 '무빙'이다. 초능력이 워낙 관념적이라 '타이밍(timing)', '무빙(moving)'처럼 '-ing'로 맞추려 했다. 평범한 이야기가 흔해진 이야기더라도 힘이 있다고 봤다"라고 설명했다. 

20부작이라는 긴 회차를 시간 순서대로 풀어내지 않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게 구성한 것도 강풀 작가의 고집이었다. 그는 "가장 근본적인 어려움은 '시간 순서대로 가자'는 거였다. 안기부부터 고등학교 애들까지. 그런데 저는 끝까지 반대했다. 지금의 순서대로 해보자고"라 강조했다. 실제 '무빙'은 웹툰과 드라마 모두 초반부에는 초능력자 자녀들의 이야기, 중반부에는 초능력자 부모들의 이야기, 후반부에는 이들 모두의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이야기로 마무리 된다. 드라마에서는 1~7회까지가 초능력자 2세대, 8~14회까지가 부모세대, 15회부터 20회까지 후반부에 접어드는 구성이다.

이에 대해 강풀 작가는 "웹툰을 연재할 때도 그 구조 때문에 초반에 반응이 안 좋았다. 어떤 드라마 제작진이건 똑같은 말을 했을 것 같다. 시간 순서대로 가자고. 그럼에도 가장 고집을 부렸다. 첫 번째는 미스터리가 사라지는 거였고, 중간에 학생들 이야기가 나오면 갑자기 평화로워질 수 있어서 텐션이 떨어질 것 같았다. 앞에서 나온 아이들의 이야기는 어쨌든 후반부와 연결이 된다. 서사를 위해서 양보를 못하겠더라. 저도 보면 안다. 지루하다고 할 수 있겠는데, 그 순간보다 전체를 봐야 하는 게 작가라고 생각한다. 누구 하나 중심을 잡는 게 내가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서 밀어붙였다. 고맙게도 감독님도 제작진도 이해를 해주셨다. 굉장히 큰 모험이었다. 거액의 제작비가 들어가는데 앞부분을 하이틴 멜로로 밀어붙이는 건 모험이었는데,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자부했다. 

더불어 그는 20부작이라는 최근 시청 풍토보다 긴 회차에 대해서도 나름의 소신을 밝혔다. "줄거리랑 스토리가 다르다"라고 밝힌 그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빨리 넘어가는 게 줄거리다. 그런데 서사가 중요한 이유는 그 사람을 알아야 재미가 있어지기 때문이다.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아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심지어 봉석이(이정하 분) 성격이 너무 답답하다는 말도 있었다. 그런데 그게 풀리는 게 7회에서 풀린다. 엄마 때문에 그랬다고 울분을 폭발하면서. 그런 것처럼 차분차분 밟아나갈 수 밖에 없다. 각 회를 떨어트려보는 게 아니라 완성된 전체를 보는 관점에서 쌓아가는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봤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서사를 쌓아나가며 회차가 길어지는 만큼 제작비는 상승하고 시청등급 또한 '18세 시청등급'으로 높아졌다. 강풀 작가는 "15세도 가능하겠지만 표현의 한계를 두고 싶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건 주원(류승룡 분)이라는 캐릭터였다. 두식(조인성 분)이나 이제 곧 나올 캐릭터가 아니더라도 주원은 재생 능력자인데, 이 친구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려면 적당히 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캐릭터의 동력이었다. 주원은 '애쓰는 사람'이었다. 한계를 낮추고 수위를 낮추면 조금 아니라고 봤다. 제가 '(드라마)초짜'라 당황한 것도 있다. 글에서는 '뼈가 부러진다'라고 썼는데 진짜 부러지는 걸 보니 놀랐다. 그렇지만 한계를 두고 싶지는 않았다"라고 했다.

실제 강풀 작가의 극본은 대본에 주석이 달리는가 하면, 콘티 같은 그림 설명이나 사진까지 덧붙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강풀 작가는 "처음에 극본 제안을 받았을 때, 드라마를 많이 안 봤다. 그래서 티빙, 시즌 같은 걸 보고 과거 드라마를 다 찾아봤다. 극본들도 받아보는데 저랑 안 맞더라. 빨리 배울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림, 만화 그리듯이 극본을 썼다. 양도 '더럽게' 많다. 어쩔 때는 한 회에 60쪽이 나올 때가 있다. 대사보다 지문이 많을 때가 있었다"라며 웃었다.

그는 "콘티를 쓴다고 생각하다 보니 엄청 긴 극본을 쓰게 됐다. 내가 생각하는 바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했다. 대충 써도 됐다. 이 장면을 이렇게 쓰겠다고 하다 보니 글로도 표현이 안 되는 걸 그림까지 넣었다. 창문 밖에 김두식이 서 있는 식의 장면처럼. 사진도 자료로 붙였다. 몰라서 그랬다. 그렇게 하고 감독님께 전달했기 때문에 '내 생각은 이런데 극본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전달했다. 제 대사가 다 말풍선에 있었다 보니 다 문어체였다. 그런데 배우들이 발음할 때는 정말 다르더라. 감독님한테 한 얘기는 이 극본은 그냥 내비게이션이라 생각하고 목적지만 같이 잘 가면 된다. 다른 좋은 게 있으면 그리로 가야 한다. 너무 얽매이지 말라. 내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길게 썼을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앞서 제작된 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보다 드라마 작가 강풀의 작품 '무빙'이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상황. 강풀 작가는 이를 어떻게 바라봤을까. 그는 "흐뭇하면서도 이상하다"라며 멋쩍어 했다. 또한 "원작보다 낫다는 말이 처음인데, 에전에는 영화에 대한 평가에서 한발 빠져 있었다. 자유로웠다. 결국 이야기가 중요한데 잘못되면 내 책임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잘 된 게 흐뭇하면서도 미묘하다. 지금으로써는 이야기 반응이 좋으니까 기쁘고 제작진에게 고맙다. 기존의 극본 방식이 아닌 투박한 극본을 잘 받아들여주셨다"라고 자평했다. 

만화와 다른 드라마 대본을 쓰며 대사도 변했단다. 그는 "웹툰과 드라마 대사가 다르더라. 만화는 말풍선 안에 대사를 쓰니까 저도 몰랐던 부분인데 문어체로 쓰는 대사가 많았다. 다 '다나까'로 끝나는 식이다. 만화를 볼 때는 몰랐는데 그걸 그대로 드라마 대본에 쓰니 이상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래서 일상 대화를 축소하고 핵심 대사만 말투를 바꾸는 식으로 많이 고쳤다. 이번에 많이 배웠다"라며 놀라워 했다. 더불어 또 다른 드라마 대본의 도전에 대해 "'무빙' 18~20회가 마지막 날 한 번에 풀린다. 그 이후에 내 행보가 정해질 것 같다. 지금은 이 상황을 즐기면서도 여전히 긴장하고 있다. 많은 제안들이 오는데 아무 생각이 없다. '내일 뭐 먹지?'만 생각하려 한다"라며 웃었다. 

그렇지만 궁극적으로 '인간 강풀'이 선호하는 이야기는 있었다. "착한 사람들이 이기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는 것. 강풀 작가는 "착한 사람이 이기는 이야기를 그냥 좋아한다. 제가 보고 싶어하는 이야기가 그런 이야기다. 저희 돌아가신 아버지가 목사님이시다. 그런 가정환경에서 자라서 그런지 힘을 합쳐서 이루는 이야기가 좋은 이야기 같더라. 이번에는 악역이 나오는데 착한 사람이 이기려면 악당이 있어야 하니까 그렇다. 이야기가 커지면서 원작에서는 악당이라고 보일 사람이 민 차장(문성근 분) 한 명이었다면 드라마에서는 캐릭터도 들어나면서 악당도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강풀 작가는 "작품에도 나오는 표현인데 '가장 중요한 건 공감 능력'이라고 하지 않나. 실제로 그렇게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상황을 이해해주는 게 공감이다. '저 사람은 왜 그럴까?'라고. 오히려 두식처럼 하늘을 날고, 주원처럼 부러져도 안 아프고 그런 것보다 '사람'으로 인간답게 살려면 그 능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내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기조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하이틴 로맨스 같은 1~7회까지의 1단계, 어른들의 과거가 나오는 8~14회까지의 2단계를 거쳐 마지막, 후반부로 간다. 15회부터는 부모의 과거와 아이들의 이야기가 합쳐져 현재에서 직선적인 구조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중간중간 다른 이야기가 있긴 한데, 15회~20회(최종회)까지 5회의 분량이 거의 같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일 거다. 개개인의 서사는 남아있지만 하룻밤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랄까. 원작에 없던 이야기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그저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나중에 '무빙'이 끝나면, 한 2~3개월 뒤에도 작품을 보셨던 분들이 '8~9회 또 볼까?'란는 생각이 들 수 있게 에피소드마다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무빙'은 디즈니+에서 매주 수요일 오후 4시에 2회씩 공개되고 있다. 오는 30일에 12, 13회게 공개될 예정이다. / monamie@osen.co.kr

[사진] 디즈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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