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저가물량·기술탈취 파상공세···韓 '4개 화살'로 따돌린다
◆ K디스플레이 초격차 전략은
삼성 태블릿용 OLED시장 정조준
아산에 세계 첫 전용 생산라인 구축
LG,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패널 상용화로 우위 유지
XR·차량용 신시장 선점도 고삐
한국의 디스플레이 주력 무기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예상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업계의 대응 전략도 점점 구체화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양상으로 보면 중국은 한국 업체들이 빠진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장악한 뒤 프리미엄 디스플레이 시장인 OLED까지 넘보는 상태다. 범용 제품에 대한 물량 공세, 그리고 기술·인력 탈취를 통한 격차 축소가 주요 무기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공세를 꺾을 길은 기술 격차뿐”이라며 “높은 기술 수준이 요구되는 차량용 OLED부터 확장현실(XR), 투명·마이크로 제품 등에서 초격차를 이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력·기술 탈취까지···‘열세 뒤집기’ 노리는 中=이르면 내후년께 스마트폰용 OLED 출하량에서 첫 역전을 허용할 수 있다는 관측은 ‘디스플레이 절대 강자’인 한국에 긴장감을 주는 신호다.
OLED 시장에서 사실상 유일한 경쟁자인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중국 정부의 지원까지 등에 업고 물량 공세를 퍼붓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중저가 제품을 적극 공략하는 방식으로 출하량 면에서 한국 업체들을 실질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중국은 열세인 기술 경쟁력을 보완하기 위해 국내 업체들의 핵심 인력과 기술을 탈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수배에 달하는 급여로 국내 OLED 핵심 인력을 스카우트하는 데 치중하는 한편 특허 도용 의혹도 꾸준히 불거지고 있다. 최권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2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지적 자산에 대한 도용·침해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중국 업체를 겨냥해 발언하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출하량으로 시장 경쟁력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중국이 확실히 위협적인 경쟁자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사실”이라며 “가격 차이가 확연해 수익성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중국이 ‘출혈 경쟁’을 지속하면서 따라붙으면 어떤 상황으로 전개될지 모른다”고 전했다.
중국은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를 앞세워 한국 업체들을 추격하고 있다. BOE는 디스플레이 업계의 최대 고객사인 미국 애플에 아이폰14 OLED 패널을 납품하는 데 성공해 코앞까지 추격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래도 격차 크다"···'애플'에 승패 달렸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중국이 단기간에 한국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고부가 패널 중심인 한국 업체들은 중국 업체들보다 패널을 적게 팔아도 수익성에서 확고한 우위를 지키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향후 OLED 경쟁의 성패를 애플이 쥐고 있다고 보고 있다. BOE의 ‘맹추격’은 하반기 출시될 아이폰15의 패널 공급에 실패하면서 힘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중소형 OLED를 장악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정보기술(IT)용 시장에서 애플의 아이패드 공급을 시작으로 8.6세대 OLED 시장을 확고하게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4조 1000억 원을 투자해 충남 아산 캠퍼스에서 세계 최초로 8.6세대 IT용 OLED 생산라인을 구축 중이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태블릿용 OLED 시장이 곧 열릴 텐데 그 시장을 어떻게 선점할지가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LG디스플레이가 주도권을 잡고 있는 대형 OLED 패널 시장 역시 중국과의 격차는 크다. 다만 경기 침체, 영상 시청 기기의 다변화 등으로 TV 시장의 성장 폭이 예전같이 않다는 점이 고민이다.
◇XR·차량용 등 시장 확장도 집중···"정부 지원도 늘려야"=국내 업체들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장이 열리지 않은 확장현실(XR), 차량용 프리미엄 디스플레이 등 OLED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시장 확장에도 집중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실리콘 웨이퍼를 사용해 전력 소모가 낮고 가벼운 ‘올레도스(OLEDoS)’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미국의 XR 패널 기업인 이매진을 인수하기도 했다.
차량용 디스플레이에서도 삼성디스플레이는 페라리·BMW·아우디 등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와의 협력을 넓히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메르세데스벤츠와 20년째 협력 관계를 이어오면서 관련 시장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OLED 시장에서의 격차 확대에 주력하는 한편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와 같은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상용화를 앞당겨 기술 격차를 넓혀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초대형 마이크로 LED TV를 출시하며 시장을 선점했고 LG디스플레이는 마이크로 LED 기반으로 자유자재로 늘리고 접을 수 있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개발하는 등 이 분야에서도 앞서나가고 있다.
주대영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업체들이 기술력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지만 정부 지원에서는 중국에 턱없이 밀리고 있기 때문에 시장 주도권 우위 차원에서 관심을 더 쏟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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