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달의 미래 못보는 바보
삼성문화재단 호암미술관의 '한 점 하늘 김환기' 전시는 김환기 화백의 작품을 뉴욕시대 이전과 이후로 나눈다. 뉴욕시대 이전을 다룬 전시 1관 출구에는 김 화백이 1963년 썼던 글 '둥근 달과 항아리'의 일부가 적혀 있다.
"그 형태가 항아리처럼 둥근 달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고 또한 그 내용이 은은한 것이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프랑스 사람들 말에 '달 같은 바보'라는 말이 있다. 태양처럼 찬란한 마음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러나 내 마음은 항상 뜨거운 것을 잃지 않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스스로 빛을 발하지 않는 달은 태양처럼 돋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김 화백은 태양의 빛으로 지구를 은은하게 밝히는 달의 뜨거운 이면을 봤다. 인류 역사 속에서 수많은 예술가들은 달을 그리며 노래했다.
21세기의 달은 태양만큼 돋보이는 존재로 부상했다. 이번에는 과학자들이 달의 이면을 봤다. 태양의 빛이 닿지 않는 반대편 '음영지대'에서 보물이 발견됐다. 물이 얼음의 형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달의 남극'을 둘러싼 각축전이 시작됐다. 인류의 우주 개척사에 달의 얼음은 대항해시대의 나침반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지난 23일 인도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의 달 남극 착륙에 전 세계가 떠들썩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찬드라얀 3호의 착륙 지점을 '시브 샥티(Shiv Shakti)'라고 명명하고 깃발을 꽂았다. 다음 타자는 일본이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달의 남극을 탐사하는 '루펙스(LUPEX)'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우주 개척시대는 미국 주도의 유인 달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 플랜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다.
한국은 지난해 달궤도선 다누리호를 쏘아 올렸다. 착륙선은 아니지만 궤도를 돌며 달의 극지방을 관측하는 것이 임무 중 하나다. 자랑스러운 다누리호에도 우여곡절은 있었다. 직선거리로 38만㎞ 떨어진 달에 가기 위해 태양 인근을 찍고 600만㎞를 돌아가야 했다. 늘어나는 탐사선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항공우주연구원이 선택한 차선이었다.
'한국판 나사'를 위해 추진된 '우주항공청 설치 특별법'은 정쟁에 휘말려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반복되는 지겨운 일상이다. 어린이들은 달과 지구가 가장 근접한 30일과 31일의 '슈퍼 문'을 손꼽아 기다린다. 달과 인류의 거리가 어느 때보다 가까워진 지금, 코앞만 보며 미래를 간과하는 이들이 진짜 바보들이다.
[최승진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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