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 Now] '위안화시대' 향한 중국의 큰그림
기축통화 달러 힘뺏기 노력
페트로 위안화 행보 본격화
브릭스 탈달러 움직임 확대
디지털 위안화 상용화 속도
美중심 경제도 언젠간 끝나
韓도 달러이후 시대 대비를
상상을 해본다. 미국과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미국이 가진 것 중에 가장 부러워하는 건 무엇일까.
혁신과 첨단 기술의 상징인 애플과 테슬라 같은 세계적 기업일까. 아니면 미국 해군이 보유한 세계 최대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호일까.
이인자인 중국이 탐낼 만한 것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한 가지를 꼽자면 달러가 아닐까 싶다. '킹달러'로 불리는 미국 통화는 세계에서 가장 환영받는 화폐다. 경제용어를 빌리자면 달러는 국제 간 결제나 금융 거래의 기본이 되는 기축통화다. 기축통화가 바뀌었다는 건 세계를 이끄는 국가가 바뀌었다는 의미다. 영국 파운드가 미국 달러에 기축통화라는 왕관을 넘겨준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몽'을 꿈꾸는 시 주석도 집요하게 달러 패권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먼저 중국은 꾸준히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중국의 7월 말 기준 금 보유량은 6869만온스다. 지난 1년간 605만온스(9.7%)나 늘렸다.
미국 달러가 1944년 브레턴우즈 회의를 통해 기축통화의 지위에 올랐을 때 미국은 금 1온스당 35달러의 금태환을 보장했다. 당시 미국은 전 세계 금의 70%를 보유하고 있었다.
1971년 닉슨 대통령의 신경제정책 선언으로 금본위제는 폐지됐지만 위안화 패권을 꿈꾸는 중국에 금은 여전히 매력적인 대상이다.
금과 교환되지 않는 달러가 여전히 기축통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준 건 바로 페트로달러(petrodollar)였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거래 결제를 오직 달러로만 하기로 합의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달러 수요가 다시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런 메커니즘을 중국도 모를 리 없다. 중국은 최근 사우디와 원유 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하기로 합의하는 등 페트로위안을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는 달러 패권에 대한 시 주석의 확고한 도전 의지를 다시 한번 세계에 알리는 무대였다. 신규 회원국으로 사우디, 이란 등 산유국을 맞이하면서 함께 '탈달러화'를 외친 것이다.
물론 달러 패권이 조만간 무너질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하지만 미국 주도의 국제 금융질서에 금이 가고 있다는 주장에는 대부분 고개를 끄떡인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고 했던가. 미·중 간 통화 전쟁이 수년 내에 정점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예상이다. 절대강자가 없는 다극통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은 백년대계를 그리는 듯하다. 달러 기반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의 대항마로 중국위안화결제시스템(CIPS)을 육성하고 있고 디지털 세상의 기축통화를 꿈꾸며 디지털 위안화 상용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제는 달러 패권 그 이후의 시대도 상상해볼 때가 됐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던져진 어려운 숙제다.
[손일선 베이징 특파원 iss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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