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가 한국의 미래라더니” 출연연 예산삭감 후폭풍, 위기의 학생연구원 어쩌나

2023. 8. 28. 16:5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왜 우리나라 우수 인재들이 자연과학이나 공학을 선택하지 않고 다 의대로 가는지 알겠다."

정부가 내년도 과학기술정부출연연구기관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올해보다 약 10.8%를 삭감한 2조 1000억원을 편성하기로 결정하면서 일선 출연연 연구원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현재 25개 출연연에는 약 4000여명에 달하는 학생연구원들이 선배 연구자들과 공동 연구개발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

출연연 고유 연구개발비에는 학생연구원들의 인건비가 포함돼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 연구개발(R&D) 제도 혁신 방안과 2024년 국가 연구개발 사업 예산 배분 조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왜 우리나라 우수 인재들이 자연과학이나 공학을 선택하지 않고 다 의대로 가는지 알겠다.”

“출연연의 근간인 학생연구원들은 인건비가 부족해 앞으로 더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게 될 것이 틀림없다.”(과학기술인 토론방)

정부가 내년도 과학기술정부출연연구기관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올해보다 약 10.8%를 삭감한 2조 1000억원을 편성하기로 결정하면서 일선 출연연 연구원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특히 이번 예산 삭감율은 출연연 전체 인건비, 경상비, 연구개발비, 운영비, 시설비 등을 모두 포함한 수치로 실제 직접적인 연구개발비 삭감율은 25개 출연연 평균 27%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연연의 연구개발비는 기관 고유사업 수행을 위한 연구비로, 인건비 계상, 간접비 흡수가 없는 순수한 직접비성 경비를 말한다.

연구개발비 27% 이상 삭감의 가장 큰 문제는 새로운 연구사업을 시도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로 꼽히는 이공계 대학생들의 이탈을 부추길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현재 25개 출연연에는 약 4000여명에 달하는 학생연구원들이 선배 연구자들과 공동 연구개발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 학생연구원들은 각 출연연 연구실에서 실험을 주도하는 것은 물론 국제학술지에 투고되는 주요 연구논문을 작성한다. 출연연 고유 연구개발비에는 학생연구원들의 인건비가 포함돼 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 따르면 학생연구원들은 학사과정 130만원, 석사과정 220만원, 박사과정 300만원씩을 매월 지급받고 있다. 이와 함께 4대 보험도 적용받고 있다.

UST 학생들의 연구 모습.[헤럴드DB]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은 석박사 후 연수생과 산학연 학생들의 근로계약 해지, 근무 시간 축소 등이 예견되는 등 우리나라 과학기술 미래를 책임질 신진연구원들에게 그 피해가 집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출연연을 캠퍼스로 활용하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석박사 과정 학생들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 UST 학생들은 매월 지급받는 인건비로 등록금 등을 충당하고 있는데 예산이 줄어들면서 앞으로 많은 학생들이 출연연에서 안정적으로 연구와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출연연 한 관계자는 “출연연 예산삭감으로 프로젝트 기반의 창의적 인력 양성의 기회 박탈, 신진인력 부족에 따른 기존 연구인력 업무량 대폭증가로 효과적인 연구성과 창출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면서 “각 연구기관의 인건비 부족으로 UST는 신입생 선발도 크게 위축되고 결국 이는 국가 신진연구자 육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UST 대전 본교 전경.[헤럴드DB]

또 출연연 연구비가 삭감되면서 부족한 연구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연구과제중심제도(PBS) 경쟁이 더욱 과열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96년 도입된 PBS는 R&D 과제 배정 시 연구자나 연구 기관이 경쟁을 통해 과제를 수주해 연구에 필요한 비용을 제공받는 체계다.

출연연 관계자는 “민간 경기가 좋아 국내외 기업들로부터 과제를 수주할 수 있다면 괜찮겠지만 전반적 경기침체 속에서 결국 정부 공모사업으로 과제를 수주해 제반경비를 충당해야만 한다”면서 “현재 정부공모과제 예산도 2조 8천억에서 2조 4천억으로 4천억원 줄어들면서 PBS 경쟁은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출연연 예산삭감은 출연연들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 심화시킬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정부는 12대 전략기술 중 인공지능, 양자, 첨단바이오 3개 분야에 집중적으로 예산을 투자하면서 소부장, 감염병 등 기초원천기술분야는 대부분 예산을 삭감했다. 12대 전략기술에 특화된 대형 출연연 외에는 자체 예산을 증액하기도, 외부에서 과제를 수주하기도 어려운 형국으로 소형 출연연들은 경쟁력이 줄어들면서 최악의 경우 통폐합 등도 피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이다.

nbgkoo@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