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국대 기자회견 패스'하고 케인-뮌헨 외신 인터뷰...농담에 덕담까지
[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이 발탁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 대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것보다 해리 케인에게 조언해주는 게 더욱 중요한 모양이다.
영국 '미러'는 27일(이하 한국시간) 클린스만 감독과의 단독 인터뷰를 공개했다. 인터뷰 내용의 중심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아닌 케인과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그는 "케인이 한 인터뷰에서 모두가 이해하는 언어는 골을 넣는 것이라고 말한 걸 들었다. 케인의 말이 절대적으로 옳다. 뮌헨이 케인과 계약한 이유이기도 하다. 언어 장벽이 없기 때문에 케인은 뮌헨에 빠르게 어울릴 수 있을 것"이라며 까마득한 후배를 향한 칭찬을 건넸다.
이어 "토마스 투헬 뮌헨 감독과 팀 동료들을 포함한 뮌헨의 대부분의 관계자가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는 독일어를 배울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조금은 배우려고 노력해야 한다. 케인이 (독일)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고 그들의 말을 조금 알아듣는다면 사람들이 얼마나 놀라게 될 지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다. 독일어로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존중을 표현하는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후배를 위한 덕담까지 잊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케인이 독일 문화에 익숙해지길 바랐다. 그는 "케인이 옥토버페스트에 입을 레더호젠을 챙겨 바이에른 문화에 뛰어들고, 맥주 몇 잔과 맛있는 독일산 소시지를 먹으러 나가는 모습을 보는 건 정말 멋진 일이 될 것이다. 케인은 영국 사람이니까 맥주를 마시는데 전혀 문제가 없을 것 같다"며 농담까지 남겼다.
마지막으로 그는 "케인이 토트넘을 떠나는 게 훨씬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 둘다 트로피를 가져오기 위해 이적했다. 뮌헨은 뛰어난 구단이다. 케인이 프리미어리그(EPL) 최고의 선수로 뮌헨으로 이적하는 건 완벽하다. 그는 선수 생활 전체를 토트넘에서 보냈지만 단 한 번의 트로피도 획득하지 못했다. 뮌헨에서는 상황이 바뀔 것"이라며 케인의 입장을 대변해주기도 했다.
해외 매체들이 케인 관련해서 클린스만 감독과의 인터뷰를 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연관성이 많기 때문이다. 월드 클래스 출신 스트라이커로서 토트넘과 뮌헨에서 동시에 뛴 이력이 있다. 토트넘에서 뛰다가 우승을 위해 뮌헨으로 이적한 커리어의 흐름도 똑같다. 케인의 입장을 누구보다도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전설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를 보고 있는 한국 축구 팬들의 속은 타들어만 간다. 클린스만 감독과 '미러'의 인터뷰가 공개된 다음 날인 28일 9월 국가대표팀 25인 명단이 발표됐다. 원래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사령탑은 명단을 발표한 후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정해진 규정은 아니지만 자신이 어떤 이유를 가지고 명단을 구성했는지,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고려해 명단에 변화를 줬는지 등을 설명하는 자리다.
그러나 이번 명단 발표 기자회견은 진행되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미국으로 휴가를 떠난 클린스만 감독은 개인 일정 및 유럽파 점검 등을 이유로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다. 미국에서 머물다가 곧바로 대표팀과 합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한국에 꾸준히 상주하겠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국에 들어올 계획이 아니었던 클린스만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에 기자회견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전했다. 대한축구협회는 "클린스만 감독이 요청해 바뀌게 됐다. 명단발표 기자회견은 완전 소집 완료되기 전에 이뤄진다. 그 시점에 명단이 나와 여러 이야기를 전해도 소집이 되기 전까지 기간동안 부상이든지 많은 변수가 일어날 수가 있다. 그런 부분을 클린스만 감독이 이야기를 했고 말한 것들이 의미가 없어질 수 있기에 이런 변화를 말했다. 완전 소집이 됐을 때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가 있는데 그때 말하는 게 더 정확하게 말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고 설명했다.
대신 클린스만 감독은 명단발표와 함께 약간의 코멘트를 더해 간략한 입장만을 서술했다. 그런데 자신과 전혀 관련이 없는 케인에 대해서는 토트넘 시절부터 뮌헨으로의 이적, 독일 문화 심지어는 엘링 홀란드와의 비교까지 하는 장문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클린스만 감독한테는 외신 인터뷰가 더욱 중요한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매우 활동적인 사람이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경기장이든, 어디든 더 많은 활동을 통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으로써 역할을 할 것"이라는 그의 발언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점점 적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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